장엄미 절정 티베트 풍광 황홀
마틴 스콜세지 전기영화 정수
중생들의 선한 그림자
쿤둔 달라이라마
최고 완성미를 갖춘 찰나
사라져 버리는 모래만다라처럼
처연하도록 아름다운 영상미
허리우드에는 마틴 스콜세지 식(式)이라는 말이 있다. 흔히들 뉴욕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우디 알렌과 마틴 스콜세지를 꼽는다. 우디 알렌이 뉴욕 중산층의 생활을 블랙 코메디로 그려 미국 사회의 허위의식을 꼬집었다면 마틴 스콜세지는 뉴욕의 하층민의 생활을 독설적인 위트로 형상화해 미국사회의 어두운 뒷면을 고발했다. 〈택시 드라이버(제29회 깐느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좋은 친구들(제47회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 수상)〉 〈비열한 거리〉 〈성난 황소〉등이 마틴 스콜세지 식 영상문법의 대표작이다. 그의 영화는 B급영화의 대가 로저 코만의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데다가 위악적인 주인공들의 면면 때문에 항상 찬반이 엇갈려 왔다. 그런 그가 티베트의 정신적인 지도자 달라이라마의 일대기를 영화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마틴 스콜세지 영화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뉴욕 변두리의 깡패의 삶을 그린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기영화다. 물론 이번에 소개하는 〈쿤둔〉은 후자에 속한다. 그의 대표작 〈분노의 주먹〉은 세계 라이트급 챔피언 제이크 라모타의 일대기를 다룬 것이며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을 영화화한 문제작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도 이에 속한다.
그의 전기영화는 일정한 공식을 갖고 있다. 주인공들이 죄를 짓고 수난을 당하다가 끝내 구원을 얻는다는 게 그 공식이다. 성난 황소처럼 돌진하며 사각의 링을 평정했으나 타인 위에 군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강박증으로 세상의 벼랑 끝에 몰려 결국 삼류 나이트클럽에서 썰렁한 스탠딩 개그를 하며 말년을 보내는 제이크 라모타의 모습은 마틴 스콜세지 전기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미성년자 고용 혐의로 감옥에 갇힌 제이크 라모타가 벽을 치며 “나는 챔피언”이라는 말을 외치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의 주인공인 예수도 타락한 땅에서 갖은 수난을 겪은 끝에 부활을 하면서 끝을 맺는다. 어찌 보면 마틴 스콜세지의 전기영화는 ‘오시리스-디오니소스의 신화’모티브를 따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전기 영화 중 가장 장엄할 뿐만 아니라 완성도가 높은 영화는 〈쿤둔〉이다. 환생한 부처가 아니냐고 묻는 국경수비대원의 질문에 “나는 당신들의 선한 그림자”라고 대답하는 달라이라마의 모습은 마틴 스콜세지의 전기영화에서 보여왔던 ‘고난과 부활’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달라이라마는 제이크 라모타처럼 챔피언도 아니고 예수처럼 하느님의 독신자도 아니기 때문이다. 달라이라마는 그가 말한 대로 그저 ‘民草들의 선한 그림자’일 뿐이다.
영화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자.
13대 달라이 라마가 서거하자 섭정 중이던 레팅 린포체는 관세음보살의 현신이 될 14대 달라이라마를 찾는다. 그러던 어느 날 국경의 한 마을에서 두 살배기 아기 톤둡을 발견한다. 이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오랜 병석에 있던 아버지가 일어나고, 까마귀가 아이의 탄생을 지켰다는 말을 듣고 스님들은 시험을 한다. 톤둡은 13대 달라이 라마의 물건들을 알아보는 시험에 통과하고, 마침내 5살의 나이에 14대 달라이 라마 ‘쿤둔’의 자리에 오른다. 그러나 그의 앞길에는 치열한 역사의 격동만이 기다리고 있다.
소년 쿤둔이 12살이 되자 티베트은 중국의 위협 앞에 놓이고 만다. 중국은 티베트의 영유권을 선언하고 수도 라사에 군대를 진주시킨다. 결국 중국이 침략해오고 세계 열강의 외면 속에 쿤둔의 백성들은 무참히 학살되기 시작한다.
1954년 쿤둔은 직접 중국을 방문해 모택동과 문제를 협상하고자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 쿤둔은 티베트의 주권을 넘기라는 서류에 서명을 거부하고, 이에 중국 정부는 쿤둔을 암살하려 한다. 마침내 1959년 쿤둔은 사랑하는 조국을 등지고 쫓기듯 국경을 넘는다.
달라이 라마는 온갖 중국의 만행에도 비폭력으로 대응했다. 〈쿤둔〉은 달라이라마의 일대기를 그린만큼 영화의 메시지도 달라이라마의 설법과 다르지 않다.
영화 내내 흐르는 장엄한 비장미는 흡사 최고의 완성미를 갖춘 찰나 사라져 버리는 티베트 모래만다라처럼 처연하게 아릅답다.
유응오 기자 arche@jubul.co.kr
영화감독 마틴 스콜세지 는?
뉴욕변두리 하층민 삶 통해
미국사회 허위의식 꼬집어
성직자 꿈 영화로 승화
어릴 적 심하게 앓았던 천식으로 소외된 채 성장기를 보냈던 마틴 스콜세지는 자기 나이대의 다른 아이들이 겪는 직접적인 경험들을 대부분 경험하지 못하고, 영화를 통해 자신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마틴 스콜세지 자신의 고백을 빌리자면 성직자가 되고자 했던 그의 열망은 카톨릭 대학 1학년 때 성적이 나빠 일찌감치 무산됐다. 영화라는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된 것은 뉴욕대학에 입학하게 되면서부터다.
그가 탐닉했던 영화는 참으로 방대하고 다양하다. 뉴욕대 시절 그가 보았던 영화들은 전후 이태리의 네오 리얼리즘 계열의 작품들로 잉그마르 베르히만· 비토리오 데시카 등이 당시 스콜세지를 지배했던 작가들이다. 유럽영화의 작가주의는 이후 스콜세지 영화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를 형성한다.
스콜세지는 뉴욕에서 태어나 뉴욕을 기반으로 영화를 시작했으며, 〈컬러 오브 머니〉로 할리우드에 입성하기 전까지, 출발부터 그의 영화들은 이태리계 이민의 정서를 기조로 소외된 뉴요커들의 폭력적인 일상과 종교적 의문을 탐구했다.
70년대의 이정표가 된 영화 〈비열한 거리〉는 흥행에서는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비평가들에게 스콜세지의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켜줬다. 〈택시 드라이버〉 〈뉴욕, 뉴욕〉 〈분노의 주먹〉으로 스콜세지는 대가의 반열에 오른다. 〈컬러 오브 머니〉 〈예수의 마지막 유혹〉 〈뉴욕 스토리〉 〈좋은 친구들〉 등을 연출하며 스콜세지는 이후 영화의 영역을 넓혀갔다.
주간불교신문 857호 2005년 8월
http://www.bulgyonews.co.kr/news/12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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