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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종총무원장 지관스님이 종회 개회에 앞서 최근 사태들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있다. |
지관스님 승풍진작 당부 초선의원들 성명발표
재가단체 모임, 교단청정위원회 구성 촉구
신정아 학력 위조 사건에 이어 관음사 폭력 사태·백담사 공금 횡령 의혹 등이 세간에 불거지면서 불교계가 몸살을 앓자 교단의 자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조계종중앙종회(의장 자승)는 지난 4일 제174회 임시 중앙종회가 개최된 자리에서 ‘불자와 국민들께 참회 드리며 자정의 의지를 다져나가겠습니다’는 제목의 자정결의문을 발표하고,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기구를 구성하기로 결의했다. 대책기구는 종회의원 자승·영담·광조·향적·성직·장적·태연·원담·덕문·상운·지홍·운달·수현스님 13명과 총무원 집행부 2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된다.
이날 종회의원들은 결의문을 통해 “우리 중앙종회의원 일동은 종립 동국대 문제를 비롯한 제주 관음사 등 각종 불교계 현안문제로 불자와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참회 드린다”며 “이번 불교계 현안문제들에 대하여 깊은 자성과 성찰의 기회로 삼아 교계와 종단이 거듭날 수 있도록 자정의 결의를 다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일련의 사태들에 대해 종회는 “세간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물의를 일으켰던 동국대 사건과 관련해 종립 동국대학교 임원진은 사퇴해야 하며, 사건 당사자의 한 중심이었던 장윤스님도 떳떳하게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관음사 등 불교계의 제반 현안문제도 전 종도의 지혜를 모아 조속한 시일 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자정의지를 다졌다.
종회는 또한 “그러나 불교계 현안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권의 의도를 배격하며, 진실을 호도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행태에 대하여도 유감을 표한다”며 “중앙종회의원 일동은 총무원장 지관스님이 사태해결을 위한 강력한 의사를 피력했듯이 총무원 집행부와 협력하여 최근 불거진 제반 불교계 현안문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가는데 진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계종중앙종회 초선의원 20명도 지난 4일 ‘현재 조계종단의 현안문제에 대한 우리들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동국대 승려 이사의 전원사태 △종단 자정기능 강화를 주장했다.
초선의원들은 “동국학원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과 사찰에서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제도적인 방법으로 종회의원의 이사직 겸임금지 법안 마련을 꼽았다.
조계종총무원장 지관스님은 중앙종회 개원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종립학교의 한 교수 채용문제가 발단이 돼 우리 사회가 그동안 안고 있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나타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마곡사·제주 관음사·백담사 등에 불미스럽고 유감스러운 일들이 생겨 역시 국민들의 비난을 받고 있는 사실”이라고 종단의 문제점을 시인한 뒤 “이러한 모든 일이 어찌 당사자들만의 책임이고 허물이겠습니까? 종단의 종책을 맡은 소납(小衲)을 비롯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승가의 책임이라 생각하고 먼저, 종단을 책임지고 있는 원장으로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지관스님은 또 “종도를 대표해 이 자리에 모인 중앙종회 의원 스님들의 지혜로운 제안과 토론을 통해 종단의 수행종풍과 승풍이 더욱 진작되고 본분사의 수행이 더욱 더 빛나게 돼 재가대중과 사회대중들에게도 신심을 증장하고 마음의 평화가 구현될 수 있도록 가일층 합심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불교환경연대·실천불교전국승가회·참여불교재가연대·중앙신도회 등 8개 단체는 지난 3일 서울 조계사 설법전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교계의 부정비리 감시하고 견제하는 상설적인 자정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총무원장 직속의 출·재가자로 구성된 ‘교단청정위원회’의 결성 △호법부 등 종단 기관의 엄정한 종법집행 △동국대 이사장의 즉각 사퇴 및 개방이사제 구성 등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날 수경스님은 “조계종총무원은 ‘권력’과 ‘돈’에 얽매여 성직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채 위태로운 질주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 뒤 ‘발로참회’를 권고했다.
이들 단체는 “총무원이 계파간의 이해관계에 얽매이는 바람에 감시와 견제기능이 무너져 비리와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며 총무원장 직속의 독립기구인 ‘교단청정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강력히 호소했다.
또한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드려지지 않을 시 독자적인 교단청정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 단체는 학위 파문에 휩싸인 신정아와 관련해서는 “광주비엔날레는 이사 전원이 사퇴했는데 ‘벼슬’을 닭벼슬처럼 생각한다는 출가 수행자 등 관련자들은 자숙하는 모습조차 찾아볼 수 없다”며 “이사장의 즉각 사퇴 및 핵심 교직원 등을 엄중 처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종립학교 개방이사제를 악용하지 말고 개방이사제의 근본 취지를 지키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교구본사의 잇따른 비리의혹에 대해서 종단 사법기관이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규명을 하고 징계조치를 내려야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인하고 있다”며 자정능력이 상실된 조계종단 내 만연한 도덕불감증에 대해 비판했다.
참여불교재가연대 김동건 상임대표는 “불교계의 이미지가 땅에 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무원은 물론 책임있는 당사자 누구도 참회의 발원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반성 없는 종단의 행태를 비판했다.
교단청정위원회 설립은 지난 2002년 법장스님이 총무원장으로 재직 시 청정교단을 구현하지는 취지에서 처음으로 재가단체들에 의해 제기됐다. 재가단체들은 지난 2월에도 마곡사·흥법사 사태 등 부정·부패 사건이 불거져 종단청정위원회 구성을 주장했다.
이번 다시 한 번 재가단체들이 일어선 것은 최근 신정아 교수의 학력위조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숙은커녕 종단 내 계파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는 현실에 교단청정위원회 설립이 시급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다.
유응오·최승현 기자
http://www.bulgyonews.co.kr/news/13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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