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감
‘알 카포네’의 교훈
종법 내 국고보조금 횡령 처벌규정 신설해야
‘佛法 위해서라면 不法도 불사’ 관행 근절돼야
유응오 기자
알 카포네(본명 Alphonse Gabriel Capone)는 미국 마피아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래서 그의 생애는 시대를 막론하고 갱스터 무비의 단골메뉴로 쓰이고 있다.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의 영화 〈스카페이스〉도 실은 알 카포네의 닉네임에서 제목을 딴 것이다. 그는 ‘파이브 포인츠’ 갱단의 일원으로 금주법이 발효되던 시기에 주류를 밀매해 세력을 구축했으며, 성 발렌타인데이 대학살의 배후로 지목됐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이 전설적인 마피아가 투옥된 이유가 탈세혐의라는 점이다.
알 카포네의 생애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탈세는 그 어떤 파렴치한 범죄에 못지않다는 것이다.
조세의 의무는 법치국가 국민이라면 마땅히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의무이며, 마찬가지로 법치국가라면 마땅히 탈세조사를 엄격히 해야 한다. 이는 시민의 자유권을 지키기 위한 국가와 국민의 최소한 의무인 것이다.
이번 조계종중앙종회에서는 〈종무원법〉 개정안 가결 시 ‘국법에 의하여 파렴치범으로 처벌받은 사실이 있는 자’(11조)에서 ‘사기’가 제외된 채 통과돼 물의를 빚고 있다.
이날 종회의원 영담스님은 “상정된 〈종무원법〉 개정안 제6조 결격사유에 있어서 국고보조를 받아서 다른 건물을 지어 정부를 상대로 한 사기로 처벌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스님들은 해당되지 않는 것인가?”라고 물었고, 이에 학담스님은 “확대 해석될 수 있는 사기 등은 빼버리자”면서 “불사 과정에서 사기꾼에게 사기를 당해 사기로 몰리는 등 선의의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종회는 독회 후 ‘사기’를 쳐도 종무원이 될 수 있는 조항을 통과시킨 셈이다.
종회가 이같은 법안을 통과시킨 근저에는 포교를 위해서라면 국고보조금 횡령 사건도 감수하겠다는 의지가 깃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불법(佛法)을 위해서라면 불법(不法)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국고보조금 횡령과 관련 잇따라 교구본사 주지스님이 사법부의 도마 위에 오르고, 조계종 호법부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종무원법 개정안에 국고보조금 횡령에 대한 조항이 누락됐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조계종중앙종회는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다. 불법의 입장에서 보자면, 사찰운영자금은 삼보정재이지만, 국가법에서 보자면(특히 국고보조금일 경우) 세금이라는 사실이다.
조계종은 알 카포네의 생애가 남긴 교훈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알 카포네가 알카트라스 감옥에 수감된 이유는 살인교사나 마약밀매·조직폭력 등의 혐의가 아니고 탈세혐의였다. 이는 사기·배임·횡령 등 경제사범도 다른 폭력적인 범죄에 못지않게 파렴치한 범죄라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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