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피랍사태를 계기로 개신교의 공격적 선교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물량주의적·전시적·공격적 선교는 지양해야 한다는 주장이 교계는 물론 범종교적인 차원에서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변화하는 사회, 문화적 충돌이 이뤄지는 세계 환경 속에서 평화적인 선교를 지향하고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에 지난 18일 각 교계 재가단체로 구성된 개혁을 위한 종교인네트워크는 ‘종교를 넘어 인간에게 봉사하는 선교’라는 주제로 한국종교의 바람직한 선교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 ‘돈 선교’ 아닌 섬김으로써의 선교 쌍방 통행적 교류 지향해야
한신대 채수일 교수는 평화·통일·인도적 지원 등 종교와 교파를 초월한 선교가 인간에게 봉사하는 선교의 지향점이라며 “영원 구원만이 아닌 인류의 평화가 선교의 목적이며 대화와 섬김은 선교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채 교수는 이어 “단기선교는 중장기 선교로 전환될 때에만 의미가 있다”며 “교회의 자기목적 실현 도구가 아닌 모든 사람의 급진적 평등을 실현하는 하느님의 나라를 지향하는 선교여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반통행’이 아닌 쌍방통행적인 교류의 형태를 뗘야 한다는 게 채 교수의 의견이다.
그는 “분당 샘물교회 단기선교 혹은 단기봉사자들의 피랍과 희생은 선교 문제를 근본적으로 성찰할 기회를 주었다”며 “근본주의적이고 전투적인 ‘교파이식형 돈 선교’를 지양하고 서로 배우면서 인류 미래를 함께 일궈가는 섬김의 선교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선교는 선교적 종교의 하나의 과제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선교적 종교의 본질”이라고 덧붙였다.
# ‘개발NGO=선교’ 의식전환부터 다양성 인정은 선교의 출발점
한국희망재단 이상준 사무처장은 개발NGO와 선교 활동이 엄연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개신교 같은 경우 그 목적에 있어 지향하는 바가 같기 때문에 정체성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처장은 “종교 배경을 지닌 단체들이 종교적 가치를 기반으로 해외원조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는 있지만, 종교활동에 있어서는 종단 간에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 가입단체 중 55.4%를 차지하는 해외원조단체가 대부분 개신교에 기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몇몇 개발NGO단체들이 기독교의 박애정신을 실천을 표명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선교 활동을 하고 있어 NGO라기 보다는 선교 단체와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신교 개발NGO가 종교적 신념에서 유래하는 헌신성·개신교의 네트워크·풍부한 물적·인적 자원을 사용해 국제개발협력에 기여한 공헌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해야 한다”며 “개신교 개발 NGO의 발전과 긍정적 활동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자기 중심주의적 선교 태도와 함께 상대방을 개종해야 할 대상으로 설정하고 접근하는 일부 개신교 개발NGO 단체로 말미암아 한국NGO=개신교라는 등식이 현지에 각인돼 있어 다른 NGO의 활동도 위협을 받는 실정”이라고 진단하고 이와 같은 공격적 선교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선교의 개념과 방법을 고찰해야 이번 피랍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처장은 또 “선교에 있어 종교의 다원성과 상호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문명의 충동보다는 문명의 대화를 통해서만 폭력과 불의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현지의 문화나 종교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기독교 신앙을 전파하려는 공격적 선교 방식을 버리고 현지인들과 공생하는 관계를 확립하는 선교가 훨씬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진정한 선교는 인간적 연대를 폭넓게 하고 서로를 풍성하게 만든다고 전하는 이 처장은 “선교 역할을 함께 아우르는 개
발NGO는 제3세계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현지공동체 개발에 참여한다는 본연의 의무에 충실하면서 비종교적인 활동을 통해 선교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다양성과 상호성을 인정하는 대화의 자세를 갖추는 데서부터 선교가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개발NGO의 선교활동에서 생겨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교 수단으로서의 개발NGO가 공격적 선교 개념을 버리고 다양성과 상호성을 인정하는 총체적 선교 개념을 사용해 인류의 공공선에 기여해야 하며 무엇보다 선교 수단으로서 개발 활동을 하는 개발 NGO에 대한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제개발협력 활동과 선교의 조화를 위해서는 종단의 지도층이 원칙을 분명히 해 공격적 선교와 국제협력 활동을 철저하게 분리하고 선교 지역의 경제·사회·문화적 제반 권리를 보호하면서 선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종교적 개발NGO에게 우선적으로 후원과 지지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 공격적 배타주의 한국사회 만연 협력·공존하는 선교활동 필요
최형묵 천안살림교회 목사는 “아프간 피랍사태로 인해 불거진 개신교의 공격적 선교 문제가 기독교인의 입장에서는 선교의 문제를 중심 과제로 삼을 수밖에 없지만 네티즌 사이에서 쏟아진 저주성 발언 등을 통해 공격적 배타주의가 기독교만이 아니라 한국사회 전반적으로 만연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최 목사는 ““협력과 공존을 지향하지 않는다면 선교활동은 식민주의의 재연이자 약육강식의 권력관계를 유지하는”
이어 “이번 사태가 해외선교의 폐해를 넘어서는 계기가 되기 위한 해결 대안으로 △무분별한 자기과시적 선교경쟁을 조절할 선교협의체 구성 △일방적 선교사 파송이 아닌 현지와 협력관계를 통한 선교 △개종의 의도를 포기하고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계 건설을 목적으로 하는 선교 등을 제시했다.
최 목사는 “자기과시적 선교경쟁을 탈피하고 선교협의체를 구성해 공론의 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과열화된 선교경쟁의 문제점을 극복하려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일방적인 파송 형태보다는 현지와의 협력관계를 통한 선교방식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며 “현지 교회나 주민의 삶을 돕는데 목적을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진정한 협력을 통한 공존 모형으로서 선교를 추구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종교간의 경계를 넘어 협력하려는 시도는 종교 스스로를 지배와 권력의 욕망으로부터 해방시킬 뿐아니라 사람들의 평화로운 삶의 관계에 절대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타종교 무시하는 근본주의 타파해야 강제성 띤 종교교육 ‘인권침해’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박광서 공동대표는 아프간 피랍 사태의 근본적 원인을 한국의 기독교 근본주의의 전통에서 찾았다.
박 대표는 ‘인권 감수성으로 본 선교와 포교’ 발제문에서 “배타적 정복주의에 익숙한 한국의 기독교가 초법적·위헌적 선교행위를 해왔고 그 잘못된 관행이 사회병리로까지 발전해 사회적 갈등의 씨앗으로 남게됐다”며 한국 기독교를 평가했다.
박 대표는 “민주화·투명화 등 거대담론에 묻혀 개인적이고 은밀한 종교자유 문제와 그에 따른 심각한 인권유린 현상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무감각 해왔다”며 “다종교 사회의 공존 원리에 입각한 선교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례한 전도행위 △교육현장에서의 종교인권 침해 △공공영역에서의 선교금지 △종교인들간의 협력·공존 등을 통해 종교로부터 침해되는 인간의 기본권을 보호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종립학교의 교사가 지위를 이용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교행위를 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라며 “학생들이 종교로 인해 피해와 상처를 받지 않고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사들 자신들의 인권의식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불교나 천주교계 종립학교의 경우 종교 단일 과목을 편성한 학교가 없는 반면 개신교계 학교는 종교과목을 편성해 운영함에 따라 인권침해와 종교차별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종교교육의 내용에 있어서도 국가가 제시하는 ‘종교교과 교육과정’을 무시한 채 전혀 따르지 않는 점을 그는 비판했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의 청소년들이 종교 강요 때문에 ‘자비와 사랑’ 대신 ‘소외와 차별’을 맛보고, ‘자유와 소신’ 대신 ‘편견과 굴종’을 익히게 되며, ‘배려와 관용’보다 ‘증오와 폭력’을 배우게 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고 설명했다.
최승현 기자 trollss@jubul.co.kr
http://www.bulgyonews.co.kr/news/1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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