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보리방송모니터회 "유치하고 속보이는 방송선교“ 주장
지난 1991년,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서울뚝배기’를 리메이크한 작품인 ‘돌아온 뚝배기(감독 이덕건, 작가 김운경)’가 원작과 달리 특정종교를 홍보하는 내용을 잇달아 방영해 불교계와 네티즌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현재 KBS 2TV를 통해 매주 월~금 오후 7시 40분 방송되고 있는 이 드라마에서 종교와 관련해 물의를 빚고 있는 건, ‘서울 뚝배기 집’의 종업원 안동팔(정승호 분)의 에피소드이다.
중견배우 정승호 씨가 열연하고 있는 안동팔(53세)은 술 좋아하고 여자 좋아하는 게으른 고참 홀애비 종업원 캐릭터로, 매사에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다 뚝배기집 주인인 강사장(김영철 분)으로부터 해고당한 후 지난 7월 9일 방영된 28회부터 다시 등장한다.
뚝배기 집에서 쫓겨나 기독교 단체에서 운영하는 노숙자의 집에서 생활하다 돌아온 안동팔은 28회 이후부터 현재 방영분(42회)까지 끊임없이 ‘하나님’을 이야기 하고 모든 것을 하나님과 연결시킨다. 심지어 7월 22일 방영된 36회에서는 '섰다' 치면서도 돈 따면 헌금을 낸다고까지 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특정종교를 비하하거나 희화화하는 내용도 다수 방영돼 종교편향 논란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28회의 경우 안동팔은 '계숙'에게 교회 다닐 것을 권유하며 “절은 의자도 없고 불편하잖아”, “넌 밥 먹으러 절에 다니냐?”는 등의 말을 한다. 36회에서는 안동팔, '권씨'와 함께 카페 ‘칸나’에서 섰다를 치던 '미순'이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관세음보살! 아이고, 부처님 죽을 뿔랍니더”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이는 특정종교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는 부분으로 경우에 따라선 종교편향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다분한 내용이다.
이에 대해 불교계 방송 모니터 단체인 (사)보리방송모니터회(이사장 김재일) 측은 “그 의도가 풍자든, 해학이든 특정종교에 대해 계속해서 언급하는 것은 이 드라마의 순수성과 공영방송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며 “안동팔이란 캐릭터를 통해 묘사되는 일련의 행동들이 무의식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작가나 제작자 측은 얼마나 고심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리방송모니터회는 “특정종교를 통해 안동팔이라는 인물이 개과천선한다는 이야기는 너무 유치하고 속보이는 방송선교”라며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 반성하고 하루빨리 시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네티즌들도 이 드라마의 지나친 특정종교 홍보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sanyooflower라는 ID를 사용하고 있는 홍순문 씨는 7월 21일 ‘돌아온 뚝배기’ 시청소감에 올린 글을 통해 “할렐루야? 웃깁니다. 작가님. 교회다니시나요? 열심히 다니십시오. 그렇다고 대놓고 선교하진 마십시오”라고 꼬집었으며, 권광(ID : bd1269) 씨도 18일 “목탁이 되었든 예수찬가가 되었든 특정종교가 거듭 드라마 소재로 등장하는 것은 이 땅에선 역겹습니다. 특정종교 소재는 특별하지 않은 한 등장하지 않았으면 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반면, 이 드라마의 외주제작사 측은 작가의 대본에 따라 드라마를 만든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현재 종교편향과 관련된 항의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며 “종교적으로 문제가 됐다면 유감이지만 종교편향적 의도를 가지고 드라마를 만든 것은 아니기 때문에 드라마는 그냥 드라마대로 봐줄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관계자는 18년 전에 제작됐던 원작과 달리 특정종교에 대한 내용이 많이 방영되고 있는 것에 대해선 “리메이크 과정에서 이러한 부분이 추가된 건 사실이지만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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