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불자, 8월 6일 조계사 일주문서 삭발단식농성 돌입
경찰의 무분별한 검문검색이 빚어낸 촌극인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 검문 사태’에 대한 불교계의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29일, 사건 발생 이후 조계종 원우회와 각 사찰 신도회 및 불교단체의 강력한 항의집회가 경찰청 앞에서 열렸으며, 조계종 종책모임인 금강ㆍ보림ㆍ무량ㆍ무차ㆍ화엄회와 이명박 정부 종교편향 종식 연석회의 및 시국법회추진위원회의 규탄 성명이 잇달았다.
이에 어청수 경찰청장은 8월 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불교계에 유감을 표명한 후, 이번 사태와 관련된 서울 서부경찰서 소속 경관 2명을 다른 경찰서로 전보시키고 서울경찰청 수사과장과 종로경찰서장을 각각 계고 및 서면경고 하겠다고 약속했다.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과와 관련 경관 문책에도 불구하고 ‘지관스님 검문 사태’로 불거진 불교계의 성난 목소리는 계속 확산되고 있다. 경찰청장 퇴진과 종교차별 금지법 같은 근본대책이 아닌 임시방편적인 사과와 면피성 대책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불교인권위원회(공동대표 진관, 이하 인권위)는 8월 4일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진관스님을 비롯해 인권위 소속 스님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번 사건은 어청수 경찰청장과 이명박 대통령이 야합해 만들어 낸 합작품”이라고 날을 세웠다.
인권위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건은 작게는 수행자의 인격침해이고, 나가서는 2천만 불자와 세계불교인들을 경악으로 몰아넣는 정신적 인권침해”라며 “어느 한 책임자의 사퇴와 사과가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며, 국회는 모든 제도를 검토해 종교차별 문제를 해소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조계종 중앙신도회(회장 김의정)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부당국의 책임지는 자세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발표된 성명서를 통해 중앙신도회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당국은 무성의한 해명으로 일관하며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며 “신군부 세력이 저지른 법난이후 처음으로 벌어진 이번 사태를 정부당국은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어청수 경찰청장과 김석기 서울경찰청장 등 관련자들을 즉각 파면하라”고 정부당국을 압박했다.
불교사회정책연구소(소장 능원)도 어청수 경찰청장의 비민주적인 치안행위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4일 발표된 '어청수 경찰청장 당신을 검문합니다'라는 성명서를 통해 연구소는 "한미 쇠고기협상 이후 어청수 청장이 지난 90여일간 보여준 일련의 치안행위가 과연 모범답안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경비 기능으로 제압하고 형사기능으로 처벌하는 것에 중점을 둔 현재와 같은 치안운영은 민주주의의 후퇴를 이끄는 행위로 지탄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재가불자들의 삭발농성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월 30일 서울 서대문 경찰서 앞에서 조계종재무부 장영욱 팀장과 조계사 이세용 총무과장이 삭발식을 거행한 데 이어, 8월 6일 오후 11시에는 (사)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 오길석 경남대표와 금강불교대학 조재완 이사장이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삭발단식농성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불교주요종단들의 협의체인 한국불교종단협의회(회장 지관, 이하 종단협)도 8월 1일 사무총장 홍파스님과 태고종 교류협력실장 법현스님, 천태종 총무부장 무원스님, 진각종 총무부장 효심정사, 대각종 총무원장 만천스님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조계사 경내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이 경찰로부터 불법적인 검문검색을 당한 것은 정권과 공권력에 의한 명백한 불교탄압”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종단협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건은 경찰 한명이 저지른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우리사회 전반에 조직적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종교편향과 불교탄압의 한 사례"라며 ”이에 대한 근본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파사현정의 기치를 세우고 용맹정진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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