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피격 後 남북불교 교류사업 총체적 난항
종교.민간 간 교류 확대해 남북관계 '군불' 지펴야
'신뢰' 바탕 남북 불교계 문화재 환수 협약 고무적
실용주의와 상호주의를 내세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는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통일부 폐지논란에서부터 예감된 현정부의 대북지원정책은 대부분 중단되거나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런 가운데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하면서 남북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런 남북 간의 정치적 대립으로 말미암아 종교단체의 대북지원협력사업이나 남북불교교류사업 역시 대폭 축소됐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종교적·민족적·인도적 입장에서 불교계가 추진해 온 민간 차원의 교류도 냉각 기류가 흐르게 됐다. 이에 본지는 남북불교교류현황을 짚어보고 나아갈 방향을 전망해 본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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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교, 민 간 차원의 교류도 냉각 기류가 흐르고 있는 가운데 이럴 때일수록 종교간, 민간 간 교류와 인도적 차원의 북한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주간불교 자료사진 |
지난 7월 11일 금강산 관광객이 피격되면서 한반도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남북 화해의 마지막 보루인 남북 불교계를 통한 민간 교류마저 중단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의 여파로 금강산 현지에서 열릴 예정이던 종교 행사가 취소되고 북한 지원 사업의 차질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강산 관광 금지가 장기화 되고 근무 인원들의 철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남북불교교류의 대문 격인 내금강 불교 유적지 순례 길이 닫혔다.
또, 8월 13일 개성 영통사에서 열리기로 한 남북 불교도 백중천도법회가 경색된 남북 관계 여파로 돌연 취소돼 어렵사리 푼 빗장이 현 정권의 강경한 대북정책에 의해 다시 걸리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내금강 성지 순례나 영통사 순례 등은 남북의 불교를 잇는 혈맥인 동시에 사상적 측면에서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는 가교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매우 아쉽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남북 불교문화 교류와 북한 주민들의 종교 활성화에 앞장서 온 천태종총무부장 무원스님은 “남북 간의 정세가 아무리 경색되고 악화되더라도 종교·민간차원의 교류는 지속돼야 한다”며 “정부는 남북불교교류야 말로 이 시대 가장 중요한 불사라는 인식을 가지고 현 상황을 극복하는 동시에,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또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시간이 흐를수록 색깔론으로 흐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북측과 커뮤니케이션조차 되지 않는 현재의 대북정책은 방법에 있어서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내금강 성지 순례 실무를 맡고 있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박현봉 팀장은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에 의해 남북불교는 물론 민간 단체의 대북 채널이 거의 끊기고 있다”며 “개성 관음사 순례를 통해 남북불교교류의 명맥은 유지하고 있지만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이후 신청자들이 급격히 줄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렇듯 남북관계가 동결되면서 불교계가 진행해 오고 있는 다양한 민간교류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선에서 꾸준히 대북지원을 추진해 오던 조계종민족공동체추진본부나 불교계의 대표적인 대북지원 민간단체인 (사)조국평화통일부교협회·한국JTS 등 단체들은 예년과 같이 인도척 차원의 대북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은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예전처럼 능동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창수 평불협 상임이사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 대북 정책이 상당히 어려워 진 게 사실이다. 민간 교류 차원의 대북지원은 쉽게 허가를 받을 수 없고 원자재나 곡물 가격은 크게 올랐는데 국가 지원이 거의 없는 상태에다 후원까지 줄어 대북 지원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토회 산하 국제구호단체인 JTS 김애경 사무국장은 “이달 안으로 북측과 접촉이 이뤄져야 8월에서 9월까지 많은 식량을 북한에 보낼 수 있는데 금강산 사건으로 남북 간 분위기가 좋지 않아 걱정”이라며 “인도적 차원의 민간지원 사업은 어떤 상황에서도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추본의 경우도 여타 단체들과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남북교류협력사업과 관련해 상반기부터 진행해 온 ‘푸른한반도가꾸기 통일나무심기사업’을 마무리해 9월말로 예정된 평양 양묘장 준공을 원만 회향하는 것까지는 별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돼 있어 새로 시작하려는 대북지원 사업은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당장 9월 말 대규모로 예정돼 있는 북녘통일순례와 관련 정부에서 직항방북을 남측정부에 불허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성사가 불투명한 상태다.
조계종사회부 전형근 팀장은 “금강산 관광객 피격 이후 현재 진행중인 통일나무심기 사업은 북측이 나름대로 예외를 둬 사업을 원만하게 진행하고 있지만 냉각 기류 탓에 교류 사업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불교계 단체들의 대북지원 사업도 변화된 남북관계 속에서 개선할 부분이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꾸준히 지원을 늘려나가야 된다는 지적이다. 또, 정부 간 남북교류가 어려울수록 종교·민간 차원에서 남북 민간 교류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이후 민간단체의 방북 또는, 교류 협력 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관철시키고 있다. 금강산 문제와 남북관계는 별개라면서도 민간단체 방북을 불허하는 등 경색국면이 악화되는 양상이다. 통일부는 8월 12일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청년학생본부 방북단 79명의 방북 신청을 반려하기도 했다.
청년학생본부 상임대표 대한불교청년회 박법수 회장은 “정부가 꽉 막힌 남북관계를 푸는 가교 역할을 해줄 민간단체의 교류 사업마저 막아서는 안 된다”며 “이럴 때일수록 움츠리지 말고 민간 교류 협력에 적극적으로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금강산 피격 사건 이후 정부의 태도가 너무 조심스럽다는 뜻이다. 이럴 때 일수록 대북 지원 사업이나 민간 단체 간 교류가 활발해져야지만 냉랭한 남북관계에 군불을 지필 수 있을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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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왕실의궤한수위원회와 조계종중앙신도회 평양방문단은 조선불교도연맹 중앙위원회와 일본 국립박물관 소장 ‘오쿠라 컬렉션’ 등 반환을 요구하기로 협의했다. 또, 일본의 독도강탈책동을 규탄하는 남북불교도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단히 이례적이고 고무적이다는 평가다. 사진은 지난 8일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일본의 독도침탈 규탄’ 및 ‘해외 불법반출 문화재 환수’ 공동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는 모습. = 사진제공 조계종중앙신도회 |
이런 가운데에서도 현 대북 국면과 상관없이 국내 불교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5일부터 4박5일간의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 해외에 불법 반출된 문화재의 환수 방안을 북한 측과 협의해 눈길을 끈다.
조선왕실의궤한수위원회와 조계종중앙신도회 평양방문단은 조선불교도연맹 중앙위원회와 일본 국립박물관 소장 ‘오쿠라 컬렉션’을 비롯해 △평남 대동군 출토 낙랑유물 △개성 화장사 패엽경 △데라우치 문고 △규장각 대출도서 938책 등 소재가 확인된 약탈 문화재뿐만 아니라 금강산 유점사 탱화의 행방도 추적해 반환을 요구하기로 협의했다. 또, 일본의 독도강탈책동을 규탄하는 남북불교도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북관계와 관련 현 상황을 봤을 때 대단히 이례적이고 고무적이다. 환수위 측은 민간 교류가 경색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북측 불교계가 협의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이유를 오랫동안 구축된 신뢰관계에서 찾았다.
환수위 간사 혜문스님은 “지금까지 남북불교계가 서로 교류했던 사업은 거의가 경제 교류 및 지원과 관련된 사업 일색이었다. 대북관계 경색과 관련없이 퍼주기라는 비판을 받았던 많은 부분이 사찰 복원이었던 점을 생각해본다”면서 “현재 남측 불교계가 북측과 해왔던 교류 사업들이 얼마나 일방 통행이었는 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님은 “문화재 환수를 위한 공동 사업이야말로 진정 상대방을 이해하고 북한의 역사와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공동 이익을 위한 사상운동”이라며 “지금부터라도 남북불교교류 사업이 일방적 지원이 아닌 1대1 공조를 통해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승현 기자 trollss@jubul.co.kr
http://www.bulgyonews.co.kr/news/15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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