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내용 사실무근…공식 사과 요구
남북불교계 문화재 반환 공동 대응 불투명
정부 대화 후 채널 복원시도 ‘긁어 부스럼’
촛불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사탄의 무리’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던 前 청와대 홍보기획 비서관 추부길(사진) 목사가 이번엔 근거 없는 발언으로 북측을 분노케 해 문화재 반환 공조로 그나마 명맥을 유지했던 남북불교교류가 결빙 위기에 처했다. 지난 2005년에 환수한 북관대첩비에 이어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 환수와 조선왕실 의궤반환 공조를 통해 쌓아왔던 남북불교간 신뢰가 타 종교인의 허설로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추부길 목사가 한일불교복지협회(회장 초산)산하 북관대첩비기념사업회(회장 원민식)사무총장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 조불련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오갔던 대화가 개신교계 언론인 노컷뉴스에 실리면서 부터다.
추 목사는 11월 5일 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측 관계자(조불련)와 북한도 남한도 접촉창구가 모두 바뀌어 남측과 비공식적으로 접촉할 창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답변과 함께 “남한에 스트로크와 관련된 좋은 약이 많다며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연맹관계자가 이를 국방위원장에게 보고했고 조속히 받기를 기대한다는 답변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조선불교도연맹은 북관대첩비기념사업회로 공문을 보내 사실무근이라며 공식 사과 및 진상규명·정정 보도를 요구했다.
조불련은 또, 이번 사태에 대해 유감표명과 함께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조계종측에 보내왔다.
조계종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하기는 아직 이르고 사태 추이를 좀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전형근 조계종사회팀장은 "우리 쪽도 이번 사태에 대해 같은 불교인으로서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종단의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차후 남북불교교류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섣불리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진행중인 불교계 단체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남북불교 간 교류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동결되면서 불교계가 진행해 온 다양한 민간 교류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데 민간 대북 채널의 보루였던 문화재 환수 공동 작업까지 중단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남북 불교계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던 지난 8월에도 해외 불법 반출 문화재 환수에 공동 합의했다. 또 독도강탈책동을 규탄하는 남북불교도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추 목사의 발언으로 그간 우호적이었던 문화재 반환 움직임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깝게는 11월 13일 발족한 회암사유물반환추진위와 조선불교도연맹과의 ‘금은제라마탑형 사리구’의 반환 공동 대응을 12월 중순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로서 불투명해 진 상태다.
반환추진위 사무총장 혜문스님은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면서도 “미국 보스턴 미술관에 있는 ‘금은제라마탑형 사리구’의 경우 회암사 또는 개성의 화장사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돼 조불련과 함께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했었다”며 “지난 8월 환수와 관련한 법률적 권한을 남측 불교계가 위임 받은 상태인 데 이번 사건으로 조불련 측이 어떤 입장을 보일 지 모르겠다. 난감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스님은 또 “민간단체나 불교교류 채널이 거의 끊긴 상태에서 문화재 환수와 관련된 남북 공조는 냉랭한 남북 관계에 군불을 지필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며 “애써 쌓은 신뢰감이 무너진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북관대첩비기념사업회 한 관계자는 “현 정권은 북한과의 공식적인 대화가 모두 중단된 상태”라며 “대화 채널을 복원하지 않고서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용이치 않아 불교 등 민간단체의 대북채널을 이용해 정부 간 비공식적 접촉 창구를 만들려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결국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결과를 좌초했다”며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이와 관련 북관대첩비 반환 추진에서부터 지난 8월 해외 불법반출 문화재 환수 운동을 위한 공동 대응 노력까지 꾸준하게 북측과 문화재 반환 운동을 해 온 김원웅 통합민주당 前 의원은 "추부길 전 비서관은 북관대첩비 환수에 기여한 바가 전혀없다. 아무 상관도 없는 그 사람이 왜 북관대첩비와 관련한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 前 위원은 “1백년 만에 돌아 온 북관대첩비는 반환 이상의 상징을 가지고 있다. 민족적 수모를 씻는 동시에 우리 민족의 분단 극복을 위한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며 현 사태에 대해 “현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대북 정책의 축소판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前 의원은 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현 정권의 대북정책에 대해 지적하며“ 분단 국가 정치인으로서의 고뇌를 안고 접근하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와관련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11월 20일 추 목사의 발언에 대한 진상 파악에 나섰다.
종단협은 한일불교복지협회와 북관대첩비기념사업회, CBS 등에 공문을 발송했으며 강력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최승현 기자 trollss@jubul.co.kr
http://www.bulgyonews.co.kr/news/16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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