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가 갈수록 엄중해지고 있다. 남북경협의 상징이자 평화의 버팀목 구실을 해왔던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도 5개월이 지났고, 또 지난 10년간의 남북경협 성과물인 개성공단 사업과 개성관광에 대한 우려마저 고조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 북한이 남북관계 전면차단과 중대결단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남북관계가 더욱 경색될 것이 예상되는데 그나마 종교계 등 민간차원의 남북교류가 겨우 명맥이라도 유지하고 있어 위안이 된다 하겠다.
그런데 최근 한 불교단체를 통해 북한을 방문한 목사가 경망한 행동과 발언으로 북측을 자극해, 남북불교간 신뢰를 무너뜨리고 남북불교 교류에도 위해를 입히는 일이 발생함으로서 앞으로 민간차원의 남북교류마저 꽁꽁 얼어붙지 않을까 크게 우려가 된다.
발단은 이렇다. 한일불교복지협회 산하 북관대첩비기념사업회 사무총장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한 추부길 목사가 조선불교도연맹 관계자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오갔던 대화라면서 “남북이 비공식적으로 접촉할 창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눴다”, “북측이 이명박 대통령, 이상득 국회부의장과의 관계와 자주 만날 수 있는 지 여부를 물었다” 또 “남한에 스트로크와 관련된 좋은 약이 많다며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연맹관계자가 이를 국방위원장에게 보고했고 조속히 받기를 기대한다는 답변이 있었다” 등의 내용을 기독교계 한 언론에 자기 자랑처럼 늘어 논 것이다.
이와 관련 조선불교도연맹은 북관대첩비기념사업회로 공문을 보내 추목사의 말이 사실무근이라며 공식사과 및 진상규명과 정정 보도를 요구했고, 또 이번 사태에 대해 해당 단체뿐만 아니라 조계종 측에도 공문을 보내 유감표명과 함께 문제 해결을 요청한 것이다.
알다시피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출신인 추부길목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이명박 정부가 국민 저항에 부딪혀 폐기한 대운하의 ‘전도사’를 자처해온 인물이다. 또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사탄’이라는 막말을 퍼부어 파문이 일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인물이 어떻게, 더구나 기독교 목사가 불교단체인 한일불교복지협회 북관대첩비기념사업회 사무총장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할 수 있었는가 하는 점에 우리는 의문을 갖는다.
또 추부길씨의 발언을 살펴보면, 이번 추씨의 방북이 본래의 목적보다는 북한과의 대화채널 복원을 위한 남북 간 비공식 접촉 창구를 만들기 위한 것이고, 또 이를 위해 불교 민간단체의 대북채널을 이용하려 했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더욱 추씨의 행동과 발언은 부적절하고 도를 넘은 것이라 하겠다.
어쨌던 이번 추씨의 경망한 발언은 지난 2005년 북관대첩비와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 환수, 조선왕실의 궤 반환 공조 등 문화재 반환 공조를 통해 쌓아왔던 남북불교 간 신뢰를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꽁꽁 얼어붙은 남북한 관계 속에 그나마 명맥이라도 유지하고 있는 남북불교 교류가 한 기독교 목사의 무책임한 발언으로 위기에 빠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추씨의 방북에 책임이 있는 정부나 당사자인 추부길씨가 마땅히 해명하고 이번 일을 수습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조불연의 대화창구인 조계종은 이번 추씨의 경망한 발언이 앞으로의 남북불교 교류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사태 추이를 파악해 대책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일이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진행 중인 다른 불교단체들에도 피해를 주거나 영향을 주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래 가뜩이나 민간, 종교단체의 각종 대북교류가 대부분 중단되거나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는 현실에서 가느다란 실처럼 유지되고 있는 문화재 환수 등 남북불교 교류마저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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