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부족 근본적 원인…포교 중요성 인식 시급
‘한국화’ 아닌 상호문화 존중하는 특화 프로그램 要
다문화 가정 다민족 사회가 도래했지만 이들에 대한 불교계의 관심이 미흡해 인식 제고와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주민노동자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는 불교계 실무진들은 불교계가 이주민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무관심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문화 주체들의 상생과 공존이 가능한 다문화사회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종교 본래의 다문화 통합적인 기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이에 새해를 맞아 불교계 이주민포교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해결방안에 대해 모색해 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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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이주민센터 사진제공, 주간불교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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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상〉네팔 아동 돕기 자선 공연을 펼치고 있는 ‘stop crack down’ 이주노동자 밴드〈하〉의 공연모습. |
사람들의 영혼속에는 분노의 포도가 가득했고 가지가 휠 정도로 열매를 맺었네”
미국을 대표하는 시인인 ‘줄리아워드 하우’는 〈공화국 전쟁의 찬가〉라는 시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분노가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익어간다는 표현은 거대 자본 사회의 폭력과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홀대와 차별, 그로 인한 이주민들의 증오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먼 이국에서 건너왔지만 멸시와 천대로 이어지는 고된 타향살이에 지친 이주노동자들. 그들은 19C 중엽부터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만주와 연해주로, 남미로 이주한 재외 한인들의 또 다른 얼굴이다.
2세기가 지난 현재 이주민 1백만 시대를 맞은 한국 사회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홀대와 멸시’는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반추시킨다.
19세기 중반 이후 본격화된 코리안 이주민도 다른 많은 이주 집단처럼 정치적·경제적 상황 속에 어쩔 수 없이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프레스에 짓눌린 이주노동자의 오른손은 1백 50년 전 남미 애니깽의 독소 강한 가시에 찔려 피 흘린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왼손을 닮았다고 할 수 있다.
재외동포나 재한이민자의 정체성은 고난과 차별이란 점에서 공통된 카테고리 선상에 놓여 있다. 디아스포라의 역사는 이주민들이 어떻게 고통을 이겨내며 ‘희망’을 현실로 승화시켰는지를 보여주는 ‘만화경’이라고 할만하다.
외국인 1백만 시대. 혈통주의를 고집해 왔던 한국은 21C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종교는 각 시대에 국민적 통합 이데올로기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다양한 문화 주체들이 상생과 공존이 가능한 다문화사회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종교 본래의 다문화 통합적인 기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다문화 가정 다민족 사회가 도래했지만 이들에 대한 불교계의 관심이 미흡해 인식 제고와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현재 재한 이주민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종교는 개신교다. 종교적 기능을 넘어 사회적 기능까지 수반하고 있는 개신교의 경우 다양한 방법으로 이주민노동자들과 다문화가정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불교계는 아직까지도 그들에 대한 관심이나 지원이 미비한 실정이다. 마하이주민단체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불교계에서 지속적으로 이주민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는 단체는 구미에 ‘꿈을 이루는 사람들’을 비롯한 16곳, 다문화가정 지원센터가 영등포구 건강지원 센터 등 4곳이다.
또 한글교실 등 이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불교계 위탁 시설은 10여 곳으로 타종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결성된 마하이주민단체협의회(회장 보림, 이하 마주협)가 주축이 돼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이주노동자영화제를 개최했고 그 간 단절돼 있던 불교 지원 단체들 간 의견 교류 및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추진 사업 계획 대부분 무산돼 실현 가능한 사업을 모색하고 이주민노동자 지원 및 포교 전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등 구체적인 지원책이나 계획 수립에 불을 지펴야 하는 숙제를 남겼다.
이주노동자 지원 활동이 활기를 띠지 못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관심 부족’에서 기인한다.
보림스님은 이주민들에 대한 데이터 확보나 지원도 체계적이지 않지만 무엇보다 이주민노동자들에 대한 지원과 포교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분위기가 교계에 먼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림스님은 “스님들과 불자들의 이주민 포교의 중요성에 대한 의식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무관심 속에서는 이주민노동자 지원과 관련한 재정난 해소와 자원봉사자 및 전문인력확보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들 뿐만 아니라 다문화 가정에 대한 불교계의 관심도 미흡해 인식 제고와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2008년 7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이주민 거주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거주 외국인 주민은 89만여 명으로 작년 대비 23.3%가 증가했다. 이중 결혼 이민자가 14만4천3백8십5명으로 작년 대비 17%의 증가율을 보였다. 국제결혼 자녀는 5만8천7명으로 전체 외국인주민의 6.5%이며,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렇듯 갈수록 다문화 가정은 늘어나고 있으며 그들의 자녀 역시 꾸준히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에 대한 지원 기구는 5백 여 개로 종교계가 운영하는 단체는 1백21개다. 그 중 1백 여 개는 개신교와 가톨릭이 운영하고 있으며 불교계는 10개 안팎이다.
개신교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 및 국제결혼이민자·코시안 2세를 위한 지원 사업은 지난 5년전까지만 해도 △한국어교육 △의료지원 △피해자 보호 등 지역 단위 단체의 소수 활동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여성부·정보통신부 등 정부부처와 연계해 이주 여성·이주노동자를 위한 지원 활동을 계속해서 넓혀가고 있다. 안산 다문화 지역 센터의 경우 지난해 지역아동센터를 잇따라 개설하고 정기적으로 개원 기념 예배를 드리며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선교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한국 사회를 이해하고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다문화 가정의 자녀를 대상으로 한글 교육을 비롯한 학습 지도와 정서 지원 문화 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안산의 경우 국내 최대의 외국인 노동자 밀집 지역으로 등록 외국인이 3만2천9백83명에 이른다. 미등록자까지 포함하면 4만여 명으로 시 인구의 5%나 된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인(조선족 포함)이 가장 많고 베트남·필리핀·인도네시아·태국·몽골·스리랑카·방글라데시·파키스탄 순이다. 불교 국가인 베트남·태국·미얀마·스리랑카 등지에서 온 이주민들의 개종 사례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불교계 각 단체들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올해 다문화 가정 지원에 첫발을 뗐다. 불교상담개발원의 다문화 가정 초청 템플스테이나 불교여성개발원이 여성부의 후원을 받아 실시한 다문화 가정 전문자원봉사자 양성 교육 등이 좋은 예이다. 이밖에도 ‘꿈을 이루는 사람들’(대표 진오)은 지난해 9월 교계 최초로 결혼이민여성을 위한 가정폭력 피해여성 쉼터인 ‘죽향’을 개소, ‘한국화’를 요구하는 교육이 아닌 취업 교육이나 법률지원과 의료 상담 등을 통해 이주 여성 권익 증진에 힘쓰고 있다.
또 지난해 11월 다문화가정 아동복지센터 ‘대나무교실’을 열고 △다문화 이해교실 △문화교실 △컴퓨터 교실 등 다문화 가정 아동들의 인성 교육과 정서 지원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다문화 가정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꿈을 이루는 사람들’의 이주민에 대한 끝없는 지원 활동은 불교계가 다문화 가정에 대해 어떠한 방식으로 지원을 해나가야 하는 지 전범을 보여주고 있다.
진오스님은 “다문화가정 내의 가족 간의 문화이해와 친밀한 가족관계 형성을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불교계에서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며 “양보다는 질적 수준이 높은 특화된 교육을 통해 실질적으로 다문화 가정을 도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주민 노동자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실무진들은 “종단과 사찰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지만 이주민 지원이 활성화될 수 있다”며 교육 장소 등 기본적인 인프로 구축을 비롯해 △외국인 거주 주요지역의 사찰참여와 연대강화 △분야별 자원봉사자 결성 및 활동을 위한 관리체제 구축 △관련분야 승가인력 육성 및 실무자 역량 강화 △이주민의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특화 프로그램 개발 등을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승현 기자 trollss@jubul.co.kr
http://www.bulgyonews.co.kr/news/1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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