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유출 7만 6천점… 현황 파악·목록 필요
혜문스님 “반환 위해선 소송 자료 수집 필수”
불교계가 해외 불법 반출된 문화재 환수를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조계종중앙신도회(회장 김의정)와 문화재환수위원회(위원장 백창기), 문화재제자리찾기(사무총장 혜문)는 “미국에 불법 반출된 한국의 문화재를 환수하기 위해 1월 7일부터 15일까지 미국을 방문한다”고 1월 5일 밝혔다.
이번 방미는 남북불교계의 문화재 반환 공동 대응 노력의 소산물로서 2008년 8월 이들 단체가 북측과 해외에 불법 반출된 문화재 반환 ‘공동합의서’에 합의한 이후 첫 번째로 진행하는 사업이다. 방문단은 공식 일정 기간 동안 경기도 회암사 또는 개성의 화장사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라마탑형사리구’의 반환을 위해 보스톤 미술관을 방문해 관장 등 관계자들과 면담하고 반환 조치 등에 대해 협의를 진행한다.
이밖에도 방문단은 회암사의 석가삼존도(뉴욕 컬렉션 소장), 조선왕실의궤(콜롬비아 대학 소장), 핸더슨 컬렉션(하버드 대학 아서 세클러 박물관)등을 열람해 미국에 불법 반출된 한국 문화재의 현황과 실태를 조사하고 반환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또한 남북공동합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 방문단은 유엔본부 남·북 대표부를 만나 남북‘공동합의서’를 전달하고 문화재반환운동의 성과를 설명, 국제사회와의 공동 노력을 이끌어낸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중앙신도회 이상근 사무총장은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 문화재 환수 운동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전문단체를 구성하는 한편, 그 동안 추진해 왔던 반환 운동에 대해 평가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점검해 중장기적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들도 많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지난해 문화재청에게 용역을 받아 작성한 ‘불법 문화재 반환 국제 사례 및 추진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문화재 중 해외로 불법 반출된 문화재는 2007년 기준으로 20개국 7만 6천여 점으로 집계됐다. 그중 일본이 3만 4천여 점으로 45%를 차지했고, 미국 1만 8천여 점·영국 6천 6백여 점·독일 5천 5백여 점·프랑스 2천 2백여 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992년부터 구체적으로 확인한 수량은 전체의 13.6%인 1만 3백여 점에 불과한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해외 소재 문화재들은 유출 경로 등이 밝혀지지 않아 재산권 침해 및 선의취득자 보상 문제로 환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설사 불법 유출이 확인돼더라도 반환 청구를 할 수 있는 국제법적 근거가 미흡하거니와 소급 적용 근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간 반환이 어려운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계 등 일반 시민단체 등 민간 차원에서의 반환운동이 실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국제교류과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민간 단체에게 여러 루트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민간단체 지원을 예산이 허용하는 한에서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환수 운동에 소극적이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 관계자는 “정부도 현재 불법 유출된 문화재에 대한 목록과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면서 “대부분 해외 박물관 등을 중심으로 조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어 “단순히 협상을 통한 정부간 반환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민간 단체를 지원해 문화재 환수 운동을 독려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적 방법”이라고 말했다.
해외로 반출된 문화재의 환수를 위해서는 어떤 사안들이 선행돼야 할까?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문화재 현황과 실태·목록 작성들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목록은 자국 문화유산 가운데 중요한 손실을 가늠할 수 있게 하고 존재 확인에 중요한 단초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방문단이 뉴욕 컬렉션·콜럼비아 대학·하버드 대학 아서 세클러 박물관의 한국 문화재 현황과 불법 반출 여부를 조사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에 대해 문화재제자리 찾기 사무총장 혜문스님은 “반환을 위해서는 소송에 필요한 자료 수집이 필수”라며 “방문단의 공식일정은 일주일이지만 3월 중순까지 미국에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님은 이어 “미군정 시대에 문정관이었던 그레고리 핸더슨이 돌아갈 때 가지고 간 국보급 유물 1백45점이 있는데, 그 중 몇 점이 아서 세클러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면서 “이에 대한 유출 경로와 나머지 유물에 대한 행방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중일·최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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