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호소 한계… 불법 반출 구체경로 및 관련 재원 확보 필요
2005년 북관대첩비 반환을 시작으로 해외 반출 문화재 반환 운동에 나서고 있는 불교계에 희소식이 전해졌다.
조계종 중앙신도회(회장 김의정)소속 문화재환수위원회(위원장 백창기· 이하 환수위)는 1월 7일부터 15일까지 미국 뉴욕-보스톤 지역을 방문, 보스톤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금은제라마탑형 사리구 반환에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내는 등 소기의 목적을 이뤄냈다.
환수위는 1월 19일 오후 2시 조계종 중앙신도회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방문단 성과 및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기자간담회에는 부두완 서울시 문화재 반환특별위원회 위원장, 조계종 중앙신도회 이상근 사무총장, 회암사유물반환추진위원회 권두안 부회장, 강수구 문화재제자리찾기 사무국장 등이 참석했다.
부두완 서울시 문화재 반환 특별위원회 위원장은“보스톤 미술관측과 합의한 부분이 있어 공개할 순 없지만 현지에서 계속 활동하고 있는 문화재 제자리 찾기 사무총장 혜문스님과 이혁재 간사를 통해 라마형탑 사리구 반환과 관련 반가운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스톤 미술관측으로부터 사리구 반환과 관련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사리구가 단순한 미술품이 아닌 종교적 경배물이란 점을 부각시켰기 때문. 실제로 방문단은 사리구 친견시 예불을 봉행해 미술관 측의 감수성을 자극했다. 또한 방문단은 비록 박물관측의 구입절차에는 하자가 없지만 사리구가 일제시대 도굴당한 것임을 강조했다.
방문단의 반환 요청과 관련 미술관 측에서는 유통경로를 재확인해 부도덕적인 측면이 있다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겠다고 밝혔다.
버크 컬렉션에서 소장하고 있는‘석가삼존도’도 국내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방문단은 경기도 양주군 회암사에 있었던‘석가삼존도’를 확인하고 2010년 회암사 성보박물관 개관에 맞춰 전시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이 불화는 조선중기 명종(1565년) 때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1990년대 일본에서 구입, 현재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
콜럼비아 대학 방문을 통해 방문단은 이 대학에서 소장하고 있는‘자경전진작정례의궤’와‘진찬의궤’(순조·고종 작품) 의 국내 전시를 협의했다. 더불어 방문단은 이곳에서 국내에 없는 용비어천가 8,9권 등 희귀본 37권도 확인했다.
환수위 측은 “3종의 의궤 및 서적들이 1960년대 불법으로 반출된 것 같다”며 “당시 문화재법으로도 해외에 반출될 수 없었는데 이들 문화재가 미국으로 건너갔는지 유통경로를 철저히 조사 하겠다”고 밝혔다.
하바드 대 핸더슨 컬렉션에 소장된 150여 점의 한국 유물도 환수 리스트에 올랐다. 환수위에서는 “1948년부터 1963년까지 한국에서 문정관으로 일했던 그레고리 핸더슨이 외교행낭 등을 통해 뇌물로 받은 각종 한국 유물을 가져갔다”며 “정확한 유통경로가 파악된 만큼 이들 유물의 한국 반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속적인 문화재 반환 활동을 위해 조계종 중앙신도회 소속 문화재환수위원회도 확대 개편 된다.
이상근 조계종 중앙신도회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해외로 반출된 문화재 중 다수가 불교문화재”라며 “2005년 북관대첩비 반환부터 지속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신도회에서 문화재 관련 교계 단체 및 전문 인사를 배치해 지속적인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도회 측에서는 우선적으로 관련 인사 30여 명을 문화재 반환 사업에 참여시킬 방침이다.
한편 교계 일각에서는 이번 환수위의 미국 방문으로 해외 반출 문화재 반환운동에 물꼬가 트인 것을 긍정하면서도 전문 인력 보강 및 예산 확보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방미에서도 나타났듯이 합법적인 구입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문화재를 되찾기 위해선 호소가 아닌 실질 구매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불법 반출 등의 유통경로를 찾기 위해서는 문화재 관련 지식 및 법에 정통한 인력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이상근 사무총장은 “문화재 반환 사업은 일정기간을 두고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힘들다”며 “인적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김치중 기자 bomin@jubul.co.kr
http://www.bulgyonews.co.kr/news/16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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