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법한 법당 마련이 우리의 소원”
시흥 화재 참사 후 보문선원과 인연
외국인 1백만 시대. 단일혈통을 고집해 왔던 한국은 21세기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종교는 각 시대에 국민적 통합 이데올로기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다양한 문화 주체들의 상생과 공존이 가능한 다문화사회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종교 본래의 다문화 통합적 기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이에 본지는 올해 마주협과 공동으로 캠페인을 벌여 이주민 포교 중요성을 불교계에 확산코자 매월 1회 이주민단체와 단체에서 지원을 받는 이주민 노동자 및 다문화가정 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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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민노동자 밀턴(milton, 33세)씨가 플라스틱 성형을 가공하고 있다. |
안산은 국내 최대의 이주민노동자 밀집 지역으로 등록 외국인이 3만2천9백83명에 이른다. 미등록이주민까지 포함하면 4만여 명으로 시 인구의 5%나 된다. 안산은 개신교계 비영리단체인 ‘국경없는 마을’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수많은 이주민이 모여 사는 이곳에는 불교계가 운영하는 ‘안산 이주근로자 열린 쉼터’가 있다. 보문선원(주지 보림)이 운영하는 이주민 지원쉼터로 불교세가 척박한 안산 지역에서 이주노동자들을 돕고 있는 유일한 불교계 이주민 지원 쉼터다. 보문선원은 지난 2007년 10월 안산 이주근로자 열린 쉼터를 개원하고 외국인노동자의 인권 보호와 취업 상담, 의료지원을 펼쳐왔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미등록이주노동자를 비롯한 많은 이주민들이 이용해왔지만 미등록이주노동자들에 대해 정부가 강력하게 단속을 벌이자 이곳을 이용했던 이주노동자들은 단속이 상대적으로 뜸한 이주민 밀집 지역인 김포, 의정부 등지로 뿔뿔히 흩어졌다. 방글라데시 출신인 밀턴 씨의 경우 보림스님과 인연을 맺은 이후 매주 보문선원을 찾았지만 단속이 심해지자 현재는 갈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영하로 떨어진 기온은 정오가 지나도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60여평 크기의 공장 내부. 습하고 차가운 공기가 폐부를 찌른다. 끓는 주전자가 콜록거렸다. 이동식 난로를 하나씩 무릎 사이에 끼고 앉아 있는 세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수북이 쌓인 박스더미들 밑에서 밀턴씨를 포함한 세명의 이주노동자들이 각자 맡은 업무를 처리하느라 여념이 없다.
방글라데시 출신인 밀턴(Milton, 33)씨는 1996년 11월 관광비자로 한국에 들어왔다. 입국 직후 그는 베어링 만드는 사내 하청업체에서 용접과 프레스 등을 시작으로 도금업체, 가구 공장, 싱크대 제조 업체 등을 전전해왔다. 지금까지 부모님과 형제들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린 시간만 어언 13년. 청운의 꿈을 안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때가 19살때 였다. 그는 그동안 한국에서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로 살아왔다. 부모님의 모습도, 형제들의 얼굴도 가물거리지만 아직까지도 또렷히 기억하고 있는 형상이 있다. 바로 부처님이다.
그는 정부의 강압적인 불법 체류자 단속 때문에 하루하루를 가슴 조이며 살고 있다. 단속반원들이 최근까지도 공장에 급습해 합법·불법을 막론하고 모두 잡아가 강제 추방됐지만 잡히지 않고 한국에서 일할 수 있었던 이유가 부처님이 보호해 주시기 때문이라고 그는 굳게 믿고 있다.
1억 2천5백만 회교 신자가 있는 방글라데시. 이곳에서 살고 있는 8만 5천 불자들의 불교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방글라데시 불자들은 자국 종교인구 중 0.6%밖에 되지 않는 숫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불교에 바탕을 둔 전통과 관습에 따라 살고 있다.
밀턴씨 등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스님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5년 시흥에서 발생했던 화재 사건으로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들이 대형 참사를 당했을 때다. 당시 현장을 찾은 보림스님의 도움으로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들은 타국 생활에 지친 심신을 위로 받고 부처님 영전에 예불을 드릴 수 있었다. 보림스님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는 그는 “예전에는 매주 30명에서 40여 명씩 안산에 있는 보문선원을 찾아가 법회를 보고 취업 상담과 의료 혜택을 받았지만 단속이 심해져 그것마저도 어렵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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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턴 씨등 10여명의 방글라데시 이주민노동자들은 3년 전 2평 남짓한 방에 석가모니불을 모셔두고 매주 휴일이면 이곳을 찾아 예불을 드리고 있다. |
이에 그를 비롯한 10여 명의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십시일반 주머니를 털어 김포 하사리 판자집에 2평 남짓한 작은 법당을 마련하고 매주 주말 예불을 드리고 있다. 이곳은 방글라데시인들의 쉼터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곳 김포 지역에서 공동생활을 하는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에게는 작은 바람이 있다.
여법한 공간에 부처님을 모시는 것. 밀턴씨는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언제든지 찾아와 예불을 드리고 마음에 위안을 얻을 수 있는 법당을 마련하는 데 한국불교가 힘을 써줬으면 좋겠다”며 “부처님의 법을 배우는 불제자로서 불교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방글라데시인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기를 바란다”고 부탁했다.
그들에게는 또 하나의 꿈이 있다. 동체대비를 실천하며 사는 것이다.
밀턴씨는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며 살아가라고 부처님께서 가르쳐 주셨다”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에 옮겨 나보다 어려운 주변 이웃들을 보듬으며 살아갈 것 이다”고 말했다.
김포=최승현 기자 trollss@jub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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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김포시 이주민 정부 지원 늘린다
경기도 김포시는 안산과 더불어 이주민노동자들이 대거 밀집해 사는 지역으로 김포시 인구(22만 여명) 대비 약 10%에 달하는 2만 여 명의 외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김포시에 사는 이주민은 1만3161명으로 전국에서 14위이지만, 미등록 인구까지 합하면 2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주민등록 인구 대비 외국인의 비율은 6.4%로 경기도내에서 가장 높다. 이주노동자들은 이 지역에서 목재 가구, 기계 부품, 금속 구조물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4천9백 여 개에 달하는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 역시 한국인 노동자들이 취업을 꺼려하는 3D업종에서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타지역 이주노동자들처럼 임금체불, 산재불인정, 폭행 등 각종 인권침해에 노출돼 생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의료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각종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김포시 운영하는 이주민노동자 지원센터는 개신교계 비영리단체인 김포이주민센터가 유일하다. 김포시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동아시아 출신으로 불교국가에서 왔거나 불교와 깊숙한 인연을 맺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들을 보듬는 불교계 이주민 지원단체나 사찰은 전무한 실정이어서 이에 대한 불교계의 발빠른 움직임이 시급하다. 김포시는 급속도로 증가하는 이주민을 끌어안기 위해 올해부터 적극적인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외국 이주민 지원조례'를 제정한 시는 이주민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각종 지원시책을 시가 적극적으로 펴나가는 한편, 비영리민간단체를 통한 정부 지원을 계속해서 늘려나갈 방침이다. 김포시에 소재한 각 사찰들의 이주민 지원에 대한 적극적인 행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http://www.bulgyonews.co.kr/news/16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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