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인종·문화 속‘일여평등’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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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이주민센터의 가장 큰 장점은 이주민 눈높이 맞춘 시스템. 센터에서는 관련시설 운영이 주로 주말에 이뤄지는 다른 이주민 지원 단체들과 달리 이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직접 겪는 고충들을 즉각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멘토(Mentor:좋은 조언자) 체제를 갖췄다. |
여주 신륵사(주지 세영)는 경기 지역 내에서 지역 사회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공생공영하는 대표적인 사찰 중 하나다. 지역 사회복지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신륵사는 여주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및 결혼 이민자들의 권익과 복지 증진을 위해 2006년 ‘여주 이주노동자의 집’을 설립하고 꾸준한 지원 활동을 펼쳐왔다.
여주 이주민지원센터는 신륵사 부설 기관이었던 ‘여주 이주노동자의 집’이 모태가 돼 출발했다. 위 센터는 지난해 5월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된 이후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다양한 문화 주체들이 공생·공영하는 공동체로서의 면모를 조금씩 갖춰나가고 있다.
문화관광 도시인 여주는 경기도 안산이나 부평 등 공단이 있는 이주민 밀집지역은 아니다. 타 지역에 비해 이주노동자나 결혼 이민자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현재 여주 이주민지원센터를 이용하고 있는 이주민은 약 2백여 명. 여주이주민센터의 가장 큰 장점은 소수 이주민들 개개인에 대해 밀착형 조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주이주민센터는 다른 불교계 이주민지원 단체들과 달리 불교적 색채를 띠지 않는다. 이슬람과 불교, 가톨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교가 어우러져 있는 여주 이주민 사회의 특성을 일찌감치 간파했기 때문이다.
센터 실무를 맡고 있는 진재필 사무국장은 “불상을 센터에 봉안하는 순간 센터를 이용하는 이주민들은 불교 국가 출신 이주민들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이주민 센터는 여주 지역의 다양한 인종과 문화, 종교가 공존하면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평등성을 보장 받을 수 있도록 그들을 도와주는 곳이 돼야한다”고 밝혔다.
물론 다른 센터와 같이 여주이주민센터도 기본적으로는 한글학교와 의료지원, 산재보상이나 임금체불 등 노동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이주노동자 타악패를 구성하는 등 이주민문화개발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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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노동자들의 고충을 듣고 의견을 나누는 진재필 사무국장. |
여주이주민센터의 가장 큰 장점은 이주민 눈높이 맞춘 시스템. 센터에서는 관련시설 운영이 주로 주말에 이뤄지는 다른 이주민 지원 단체들과 달리 이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직접 겪는 고충들을 즉각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멘토(Mentor:좋은 조언자) 체제를 갖췄다.
이 같은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사찰과 지역 사회의 유기적 관계를 바탕으로 한 지역 자원을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로 나뉘 월·수, 화·목에 진행하는 ‘이주민 한글학교’의 경우 ‘칠판식’강의가 아닌 그룹 과외식으로 진행된다.
언제나, 무엇을 물어봐도 마음 든든한 프로그램 추진으로 자원봉사자와 이주민 사이에 부지불식간에 강한 친화력이 생겼다. 문화 행사의 경우 지역 민예총이나 문화원 소속 관계자들이 직접 나서 행사를 돕고 이주민과 더불어 행사에 참여하는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한 이주민 지원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이들 이주민들은 진 사무국장에게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쓰다가도 그를 아버지 혹은 어머니라고 부르기도 한다. 1년전부터 진 사무국장과 인연을 맺어 온 우르백 씨는 “그를 만나기 전의 한국 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그를 알고부터는 한국 사회에서 희망을 품고 살 수 있게 됐다”며 “선생님을 우리는 우즈베키스탄에 계신 부모님처럼 따르며 살고 있다”고 말해 그에 대한 강한 애정을 피력하기도 했다.
여주=최승현 기자 trollss@jub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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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지원단체 자립성 확보 관건
사찰 의존 탈피한 독립운영 체제 구축
단체 생명력 불어넣을 지역인재 활용 필요
이주민 다양성 존중… 맞춤 전법 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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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천 외국인노동자의 집을 찾은 각국의 이주노동자들이 의료지원을 받기 위해 접수창구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조계사 마이트리처럼 사찰 직영으로 운영되는 이주민센터는 지속적인 관리와 유지가 어렵다. 주지 스님 인사에 따라 사찰 운영이 바뀌기 때문이다. 이주민 지원 활동가들은 사찰이 센터를 지원하되 직접 관여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인재 활용과 더불어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에 적극적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편집자주〉
불교계가 과거와 달리 이주민 관련 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이미 이주민 관련 지원 및 정책에 앞서있는 개신교와 비교했을 때 불교계의 이주민 관련 사업이 걸음마 수준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주민 관련 교계 전문가들은 불교계가 지금부터라도 단순한 일회성 행사에서 탈피, 위탁 시설 유치와 이주민 쉼터 개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점차 다양화 되고 있는 이주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맞춤 전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추진 전략 부재가 장기화 되면 교계의 이주민 관련 사업은 ‘사상누각’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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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원봉사자들의 활동 모습 |
교계에서 이주민 관련 사업을 왕성하게 펼치고 있는 단체 중 하나인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회장 보림)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이주민 지원 NGO단체 및 NPO 등 민간단체 4백50여 곳 중 불교계 민간단체는 30여 곳에 불과하다고 전한다.
또 정부부처가 지원하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 80개소 중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 위탁 운영하고 있는 영등포구 건강지원 센터 등 4곳만이 불교계 지원단체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타종교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치다. 가장 큰 문제는 시설을 유치하고 센터를 개설하더라도 운영 노하우가 부족해 지속적인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고사 위기에 처하는 경우다. 일례로 지난 2006년 개원한 조계사 마이트리의 경우 불교계의 몇 안 되는 이주노동자 지원센터로서 설립 초기 당시 만해도 불교계 안팎으로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접근성이 용이치 않은 관계로 외면 받다가 지난해 말에는 급기야 문을 닫고 말았다. 이는 특수한 이주민노동자의 삶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업의 당위성만을 내세우다 초래한 결과다.
이와 관련 조계사 관계자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센터를 운영하는 노하우가 전혀 없어 개선점을 찾지 못했기에 생긴 일”이라며 “주지스님 인사에 따라 사찰 운영 방향이 바뀌기 때문에 사찰 직영체제 경우 지속적으로 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교계 지원단체 실무진들은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서는 불교적 세계관에 기초한 장기적인 마스터 플랜과 비전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단기적인 사업들을 실행에 옮겨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불교계 이주민 지원 관련 사업은 적은 숫자에도 불구하고 다양화되고 있다. 능인선원, 전등사, 화계사 등 사찰들과 여주이주민지원센터, 부천외국인노동자의 집, 오산 행복한이주민센터, 대구 함께하는 세상 등 비영리민간단체와 주한미얀마불교선원, 미얀마 선원, 마석 히마라엔 라마모임(네팔) 등 외국인 스님들이 직접 운영하는 법당까지 지원 방식과 성격에 따라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취업, 법률 상담, 한글 교실, 법회, 친목 도모 등 다목적 기능을 갖춘 이주노동자 전용 쉼터가 조금씩 늘고 있는 점은 위안거리가 되고 있다.
문제는 비영리민간단체의 재정 안정. 현재와 같이 사찰에 의존하는 체제로는 단체 자립성은 물론이고 재정안정을 꾀할 수 없다.
진재필 여주이주민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재정적인 지원을 사찰에 너무 기대면 결국 사찰에 종속된 나머지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며 “지역사회에 단체활동을 적극 홍보하는 한편 회원 확충에 앞장서 회비를 통한 후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이주민 관계자도 “이주민들의 개별 상황에 맞는 적극적이고 통합적인 맞춤형 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역 자원을 잘 활용해야 한다”며 “유급직원 고용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고급 봉사 인력 참여로 자원봉사자를 유도하고 이들이 후원회원이 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센터 운영에 재정 확보 만큼이나 지역 인력의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센터 운영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부천외국인노동자의 집 이종순 상담팀장은 “비영리 민간단체는 단체에서 활동하는 자원 봉사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지역자원봉사센터를 이용하면 이주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고 공공 및 민간 자원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승현 기자 trollss@jubul.co.kr
http://www.bulgyonews.co.kr/news/17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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