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 든 관음성상 봉안 50주년
다양성 공존 실천적 불교 지향
“50년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세상이 정말 많이 변했습니다. 과거에 비해 경제적으로 부유해졌을지 모르지만 정신적으로는 더욱 황폐해졌습니다. 외국의 종교문화가 들어와 우리의 전통문화가 폄훼되고 도덕 불감증은 사회의 도덕적 해이를 가속화시켰습니다. 불교는 새로운 모습으로 실천적 불교를 지향해야 합니다. ‘호미 든 관음성상’이 과거 배고픔 해결과 새 세상에 대한 원력으로 호미를 들었다면, 오늘날엔 흐트러진 도덕과 정신문화를 바로잡고 불교계의 척박한 인재 밭을 갈아야 할 때입니다.”
2009년 4월 5일은 ‘호미 든 관음성상’이 지천명(50)이 된다. 반세기라는 긴 세월동안 비바람을 맞으며 파란만장한 사회 변화 속에서 묵묵히 세파를 지켜본 관음성상.
그 시절 시대적 고민을 함께했던 청년들은 백발이 서리고 몇몇은 이승을 떠나기도 했다. 그 중 지금까지 포교일선에서 활동하는 선진규(75)법사를 3월 18일 ‘호미 든 관음성상 봉안 50주년 기념준비위원회(위원장 손안식)’가 꾸려진 중앙신도회사무실에서 만났다.
선법사는 “호미 든 관음성상의 호미는 불교계에 뿌리내린 잡초를 제거하는 정화의 의미와 마음 밭을 개간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잡초를 제거한 자리에 보리심을 심어 진리를 캐는 것을 나타냅니다. 또 호미는 우리민족 생존권 도구의 상징으로써 심전(心田)․경제․사회․사상개발을 이루는 사회 개혁의 상징적인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고 설명했다.
실제 1959년은 6.25 동족상쟁의 비극 직후로 강산은 황폐화 되고 국민들은 초목근피로 배고픔을 달랬다. 사회뿐 아니라 정치․경제․문화 모든면에서 암둔했던 그 시기를 밝혀줄 불교마저 비구·대처의 싸움으로 세상을 등지고 있었다.
민중선동을 해도 모자랄 판에 싸움에 휘말려 중생 구제는 뒷전인 불교를 바라보면서 청년들은 고민했다. 동국대 불교대학 ‘기원학사’ 학생들을 중심으로 그 시대 청년들의 고민이 반영된 것이 바로 ‘호미 든 관음성상’이다.
이어 노(老)법사는 불교계에 대한 한숨을 내쉬었다. “요새 불교계는 다른 외세 종교에 치이고 실천중심 불교에서 멀어져 많이 어렵습니다. 현 불교는 신앙중심과 수행 및 학문중심의 두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것은 머리와 다리만 있고 몸통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부처의 가르침을 일률적인 심신개발을 통해 따르는 것이 아니라 불자들이 가진 다양성 에 접근해 전파하는 것도 불교계에서 필요합니다. 다양한 계층의 지도자들을 양성하고 실천적 불교운동을 새롭게 펼쳐야 할 때입니다.”
호미든 관음성상을 봉안하던 한 청년의 시대적 고민과 미래 불교에 대한 깊은 성찰이 깊게 패인 그의 주름에 담겨있다.
한편, 관음성상 봉안 50주년 기념준비위원회는 3월 20일 서울 마포구 다보빌딩에서 당시의 취지를 되짚고 현대적인 의의를 재조명하는 세미나를 연다. 또 4월 5일에는 김해 정토원에서 관음성상 봉안 50주년 기념법회를 봉행한다.
김도원 기자 kdw8321@jub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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