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문즉설로 삶의 문제 해결책 제시
꽃샘 추위에도 9백여명 운집‘인기’
오쿠다 히데오의 연작 소설 〈공중그네〉〈인더풀〉은 현대인의 신경증을 다루고 있다. 소설에서 정신과 의사 이라부는 갇혀있던 감정을 일깨우는 데에서 신경증을 치료한다. 결국 모든 원인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스님의 즉문즉설도 현대인들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문제를 명쾌하게 풀어낸다. 이 역시 교훈을 주거나 삶을 계도하는 게 아니다. 그냥 던진다. “당신부터 한 번 봐봐”라고. 그래서인지 법륜스님의 법문은 인기가 있다. 3월 25일에는 양천구민을 대상으로 행복한 ‘즉문즉설’을 펼쳤다. 현대인들의 고민들을 해결하는 법석의 현장을 소개한다.
현대인들의 고민은 다양하다. ‘자식이 공부를 안해요’‘돈이 안 벌려요’‘아이가 아파요’등등. 이런 현대인들의 고민은 자신의 삶에 있어서도 억압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인지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스님의 ‘즉문즉설’법문은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다. 종교적 가르침에 얽매지 않고 쉽고 담박하게 법문하기 때문이다.
법륜스님은 3월 25일 양천구청 불심회(회장 서완수) 초청으로 양천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행복강좌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고민들을 ‘즉문즉설’로 해결했다. 꽃샘 추위로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중이 모였다. 실제 8백석 자리가 모자라 일부는 서서, 계단에 앉아 스님의 법문을 들었다.
법륜스님은 ‘즉문즉설’로 들어가기에 앞서 대중들에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해 물었다. 약간의 침묵이 흐른 뒤 스님은 “방법을 얻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담담히 설했다.
“문제 해결에는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누구를 미워했다면 오해가 풀려서 혹은 뉘우쳐서 문제가 해결되기도 합니다. 시간이 흘러서 저절로 풀리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발생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는 원하는 것을 얻어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때문에 괴로움이 사라지지 않는 것입니다.”
자식이 공부를 안하면 공부를 해야 하고, 돈이 없으면 로또라도 당첨돼 돈이 생겨야 한다는 사고 방식으로는 진정한 문제해결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스님의 지적은 이어진 고민·문제들에서 그대로 이어졌다.
첫번째 질문자는 아이가 불치병으로 많이 아프다는 것이었다. 아이가 나을 수 있도록 기도를 하지만 차도는 없고 괴롭기만 하다는 내용이었다. 법륜스님은 “부모로서 자식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괴로워하기만 하면 자식의 병이 낫는가. 진정으로 아이가 아프기 때문에 괴롭다고 생각한 것인가”고 되물었다.
“괴로워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우선 괴로우면 자신이 손해고, 가정도 함께 우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장애나 병이 오면 많은 사람들은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져서’라고 한탄부터 합니다. 과보가 있다면 과보를 받는 것이 맞는 데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니 괴로움만 생깁니다. 부처님 전에 가서 좋은 것은 자기 달라하고, 나쁜 것은 관세음보살·지장보살이 다 가져라고 하면 기도가 되겠습니까? 자신을 보세요. 모든 원인은 자신에게 있습니다. 괴로움의 원인도 자신에 있습니다.”
자식에 대한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 노보살은 자신의 딸과 사위가 이혼 지경까지 갔는데 어떻게 하냐는 것이었다. 스님의 답은 간단명료했다. ‘관심과 집착을 끊어라’였다.
“지금 부부생활이 안 좋은 것은 자신이 아니라 자식입니다. 아마도 질문자께서는 딸에게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고 잔소리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자신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간섭은 자신에게도 딸에게도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마음 놓세요. 그리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부부문제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남편을 사별한 한 여인은 자신이 잘 돌보지 못해 남편이 죽었고 이 때문에 마음 편치 않다고 질문을 던졌다. 법륜스님은 이에 대해 “헛 생각”이라고 강하게 질책했다.
“한국이니 상관없지만 미국에서는 이런 말하지 마세요. 바로 잡혀갑니다.(웃음) 남편이 죽은 것은 죽을 때가 됐기 때문입니다. 질문자의 문제가 아닙니다. 만약 그 시기로 돌아간다면 남편이 편히 갈 수 있도록 돌볼 것 같습니까? 아닙니다. 똑같아요. 설사 그랬다면, 후회하지 말고 뉘우치세요. 진정 뉘우치면 모든 생각은 그곳에서 끝납니다. 차라리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소외된 이웃들에게 자비의 마음을 나눠주십시오.”
삐둘어진 교육정책과 뒤숭숭한 세상에 대한 걱정들도 질문에 올랐다. 법륜스님은 이내 자신을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런 세상이 만들어진 주체는 ‘나’라는 개체들입니다. 요즘 세상 사람들는 물질에만 미쳐 날뛰고 있고 이는 화를 자초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스스로의 잘못을 참회해야 합니다. 부조리하다고 생각하면 시류에 편승하지말고 스스로의 의지를 관철하면 됩니다. 스스로를 바꾸는 노력을 하지 않고 세상이 바뀌기를 바라면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합니다. 자신부터 바로 봐야 합니다.”
90분이 넘는 시간동안 진행된 법회에서 사람들은 가슴에 응어리진 고민들을 풀어놨고, 스님은 이에 대한 답을 던졌다. 강좌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의 얼굴이 더욱 환해 보였다. 마치 둥글어진 달처럼.
신중일 기자 bono98@jubul.co.kr
http://www.bulgyonews.co.kr/news/17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