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정보부재 대책 마련 시급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이주민 관련 정책에 맞춰 최근 불교계 이주민 지원 및 복지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불교계가 우리사회 약자인 이주민들을 포용하고 지원하는 일에 적극 나선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교계 및 사회전반에서 불교계의 이주민 관련 사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긍정과 부정이 교차하고 있다. 본지에서는 불교계 이주민 사업과 관련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4명의 관계자들을 초청, 이주민 관련 대담을 가졌다. 참가자들은 이주민 관련 사업 발전을 위해서는 △인식전환 △인력양성 △사찰별 특화 프로그램 개발 등을 주문했다.
- 일 시 : 2009년 4월 23일
- 장 소 : 조계종 전법회관 3층 회의실
- 주 제 : 불교계 이주민 사업 현황 및 대책
▲우리사회는 이주민 100만명 시대를 맞고 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불교계가 이주민 지원및 복지사업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불교계의 역할에 대해 말해달라.
- 보림스님
불교는 동업중생(同業衆生)의 정신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들과 같은 업을 가지고 살고 있는 것이다.
불교계에서 ‘저소득·실직가장을 위한 자비나눔’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처럼 사회 약자들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이 오산‘행복한 이주민센터’(대표 정호)를 격려 방문하고 조계종 중앙종회에서도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각자 맡은 바 소임을 다하면 불교계 이주민 관련 사업은 희망적일 것이다.
-양정술 팀장
우리와 함께 공생하고 있는 이주민들 중 불교국가 출신 이주민들이 많다. 그동안 이들이 불교계 활동이 미약해 정신적 스트레스가 컸다고 본다. 또한 이들이 타 종교가 운영하는 단체 지원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타 종교를 폄훼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정신을 잃지 않게 해 주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불교계가 이주민 관련 사업에 적극 나섬에 따라 이들 고유의 종교성을 유지하면서 생활에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불교계의 역할은 바로 이런 것이라 생각한다.
-김동훈 팀장
우리사회에서 종교는 사회통합과 치유라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주민 문제는 우리사회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진보와 보수 개념을 넘은 새로운 개념이다. 패권주의적 성향이 전무한 불교가 이주민 문제에 나서야 한다.
우리는 말로는 글로벌 리더십을 말하고 있지만 우리는 글로벌 멤버십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이주민노동자로 출발한 이주민 문제가 결혼이주민을 거쳐 이들 자녀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한 불교계 대안 및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
▲그렇다면 불교계는 이주민 관련 사업을 어떻게 진행해야 되나?
-보림스님
교계 일각에서 불교계 이주민 관련 사업이 행사위주라는 비판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행사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잘 할 수 없다. 행사를 하고 이것이 쌓이면 전문적인 지원이 가능한 것이다. 사업의 시작은 행사일 수 밖에 없다.
이주민들은 우리사회에 다양한 방면에 진출해 있다. 또한 합법과 불법을 넘나들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이들을 다루는 방법이다. 특히 불법 이민자 단속을 보면 인권은 존재하지 않는다.
불교계는 이주민들의 인권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실있는 운영과 지속적인 지원방안에 대해서도 심도있는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
-김동훈 팀장
다른 사업도 그렇지만 교계에서는 행사를 하면 규모가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주민 관련 사업은 큰 행사 한번 치루는 것 보다 실속 있게 사업을 진행해야 정부 및 지자체 사업을 가져올 수 있다. 불교계가 타 종교와 달리 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사업을 이끌어 나갈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교계에서는 현재 사업의 중심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만큼 이주민과 관련한 전술과 전략이 미비한 것이다. 상향식 사업전개보다는 아래서 위로 올라가는 사업전개가 필요하다. 이주민 관련 사업은 현장활동가와 관련 실무자들이 지속적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중앙에 전달해야 한다. 스님들이 마냥 나설 수는 없다. 중앙조직에 사업을 끌고 갈 부서가 마련되어야 한다.
활동가 역량강화, 관련 프로그램 구축 등이 필요하다.
- 이중남 정책실장
경험상 볼 때 행사도 중요하지만 각 기관, 단체, 사찰 실무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사업의 명암이 갈라진다. 지속적인 관심을 갖다보면 사업에 노하우가 생겨 겉핥기가 아닌 제대로 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타 종교는 같은 지역 내에서 서로 실적을 올리려고 경쟁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사찰 여건 및 실무자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양정술 팀장
이주민 관련 사업을 원만히 진행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및 관련 단체들이 구축되어야 한다. 모든 것을 중앙부서에 할 순 없다. 우선 전국에 소재한 사찰과 단체들이 이주민 사업의 필요성을 우선 인식해야 한다.
몇몇 스님과 신도들이 이주민 사업의 필요성을 공감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공간, 재정, 프로그램 마련이 쉽지 않다. 개인별로 사업을 추진하다 포기한 사례도 많다. 중앙부서 설립도 필요하지만 각 사찰 및 스님, 신도들이 이주민 관련 사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저변확대가 우선이다.
▲불교계 역할 및 사업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불교계가 중점적으로 펼쳐야 할 사업은 무엇인가?
-이중남 정책실장
연등축제 등 기존 사업을 특화해야 한다. 그들 커뮤니티가 자기들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줘야 할 것이다. 연등축제를 보다 특화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불교국가들은 그들만의 전통명절이 있다. 사찰에서 이들 명절을 이용해 이주민들과 호흡하면 좋은 결과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양정술 팀장
물질적인 지원도 좋지만 불교계가 이주민 사업과 관련 중점적으로 다뤄야할 것은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불교국가 출신 이주민을 상대로 법회나 상담을 전개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들의 정신적 안정과 교류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즉, 부처님의 가르침과 불교유산을 어떻게 이들에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혼, 실직, 추방, 임금 문제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는 이주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역할분담이 필요하다.
총무원이 할 수 있는 일과 산하, 활동단체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나눠야 한다. 총무원에서 불법 이주민 추방을 놓고 대정부 투쟁을 할 수 없다.
각자의 역할을 분담해 사업을 진행하다보면 분명 중점사업이 나올 것이고 남들과 다른 특화도 이뤄질 것이다.
-보림스님
우리나라의 이주민 관련 사업은 이주노동자로 시작해 결혼 이민자를 거쳐 마지막 단계인 다문화 가정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불교는 이주민 사업의 막차를 탔다.
가장 기본적인 언어 및 교육 사업이 필요하다. 우리불교는 무한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무관심이다.
조계종만 해도 25교구본사와 100여 개의 말사가 있다. 이들 사찰들이 충분히 역할분담을 하면 이주민 사업은 성공할 수 있다.
분야별, 계층별 교육도 마련되어야 한다. 종단 및 관련 기관들이 현장에 알맞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독려해줘야 한다.
▲이주민 관련 사업은 정부 정책 사업이다. 불교계는 타 종교에 비해 관련 사업에 대한 정보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어떻게 해야 하나?
-양정술 팀장
정보력 부재 이야기에 앞서 우리 내부 인력문제를 거론하고 싶다. 과거 이주민 관련 사업이 막 시작하던 무렵 관련 담당자가 갑작스럽게 퇴직을 했다. 공모를 했지만 채용할 인력이 없었다.
이주민 관련 사업은 특수 분야지만 불교계 전반에 인재가 부족하다. 실무자가 부족하니 현장에서 정부 및 지자체 관계자와 연을 맺은 사람도 극히 드믈다. 인력 및 실적도 없고 자주 보지도 않았는데 무슨 정보가 있겠는가? 이주민 문제를 포함해 불교계가 사회적 이슈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인력양성이 시급하다.
현재 불교계 시스템은 관련 분야 실무자가 퇴직하면 모든 것이 멈춰서는 시스템이다. 이런 시스템이 계속되면 결국 사업 성공은 보장할 수 없다.
정보력 부재의 근원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것도 같이 인력부재에 인한 것이다. 사업확장을 논하기 전에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기본 틀을 일단 만들어야 한다.
- 보림스님
극단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기독교에는 다문화정책센터가 있어 모든 정보를 얻고 있지만 우리는 이러한 센터자체가 없다. 다행히 마주협에 실무 팀장을 고용해 단체 간 네트워크가 이뤄지고 있어 천만 다행이다.
정보력이 뒤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해 열린 태국축제도 기독교가 모든 내부지원을 했다. 불교계에서는 태국행사를 언제 하는지도 몰랐다. 정보력 부재에 대해서는 심각한 반성을 해야 한다.
- 김동훈 팀장
논의를 거듭 할수록 이주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닐 불교계 전반 문제로 옮겨가는 듯 하다.
솔직히 불교계의 사회참여전략과 자원배분 문제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정보력 문제는 기존에 갖고 있는 사고를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보파악은 중앙보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활동가들이 뛰어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보를 듣고도 중앙에서 해 주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앙에서는 현장보다 정보력에서 뒤지고 있어 아예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주민 사업도 종단 관계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을 때 관련 분야 인력을 채용해야 한다. 더불어 기관 및 활동단체들에게 인력 채용을 비롯해 자체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아름다운 동행’등 관련 복지단체들도 예산 배분에 앞서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단체인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른 의견이 있으면 말해달라.
- 보림스님
이 자리를 빌어 경북 구미에서 성공적으로 이주민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는 ‘꿈을 이루는 사람들’진오스님을 모범사례로 소개하고 싶다. 스님은 힘든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지금까지 이주민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주민 사업을 전개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은 스님들이 먼저 관심을 갖고 현장에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재가자들만 믿어서는 사업이 성공할 수 없다. 나도 기독교 관련 행사를 쫓아다니며 벤치마킹했다. 그만큼 어려운 것이 이주민 관련 사업이다. 그래도 과거와 달리 스님들이 이주민 관련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고 종단에서도 지원을 하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
가장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른 것이라는 말이 있다.
불교에 가장 적합한 사업이기에 지속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면 보람이라는 꽃과 열매를 반드시 거둘 수 있다고 확신한다.
정리= 김치중 기자
http://www.bulgyonews.co.kr/news/17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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