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이주노동자 관심 가져야
지역사찰 및 신도회 연계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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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천 외국인 노동자 집에서 의료지원을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주간불교 자료사진) |
행정안전부 ‘2008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거주 이주민 중 불교국가(몽골, 베트남, 태국, 네팔, 스리랑카) 출신 이주민은 전체 이주민 인구에 18.1% (161,298명)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이주민의 42.4%(378,345명)을 기록한 조선족 다음이다. 단일 국가로는 가장 많은 인구를 점유하고 있는 중국(15.4% -137,441명)보다 많은 수치다.
불교국 이주민 대책 급선무
불교계가 현실적으로 다양한 종교, 민족, 국적을 지닌 모든 이주민을 대상으로 지원 및 복지사업을 전개할 순 없다. 모든 사업에서도 그러하듯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수치상에서 보듯 불교계의 이주민 관련 사업은 국내 이주민 분포에서 큰 집단을 형성하고 있는 불교국가 출신 이주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관련 구본희 前 경불련 간사는 <불교계 이주노동자 복지현황과 미래>라는 논문을 통해 “종교는 사회구성원의 사회적 조건을 개선하여 그들의 권익을 옹호하고 복리를 증진시키는 사회변화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며 “불교가 사회공동체 내 새롭게 등장한 이주노동자와 같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조화로운 관계를 모색해 이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변화시키는데 일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90년대 사업시작…경불련 중심
그렇다고 불교계가 이주민 사업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불교계 이주민 사업은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시작은 1994년 1월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을 중심으로 개최한‘외국인노동자와 함께하는 인간 방생기원법회’. 이 법회 이후 불교계는 네팔 노동자를 중심으로 이주민 노동자 지원 사업을 실시했다. 조계종은 2004년 6월 한국내 거주하는 이주 노동자들의 법회, 신행·법률상담 등을 위한 ‘외국인상담지원센터’가 개설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강남 봉은사, 안산 보문선원, 부천 석왕사, 파주 보광사, 강화 전등사 등에서도 이주민을 상대로 무료진료, 법회, 한글교육, 문화 및 초청행사 등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불교계 이주민 사업은 관련 단체들의 이합집산과 함께 이주민 사업에 관심을 가졌던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스님이 2005년 9월 갑작스럽게 열반에 들면서 활기를 잃었다. 하지만 2006년 12월 ‘이주민 불교지원단체협의회’가 창립되면서 사업 전개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3월 노동부 정식 민간단체로 등록하면서 협의회 명칭을 ‘마주협’으로 변경한 협의회는 정부 및 지자체에서 진행되고 있는 각종 사업 정보를 공유하는 등 단절 돼 있던 불교 지원 단체들 간 의견 교류 및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전문가들은 “불교계가 이주민 관련 사업에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정부 정책 및 사회기류에 편승하는 것 같다”며 “왜 불교가 이주민 사업에 나서야 하는지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접근과 대책이 나와야 이주민 관련 사업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주협 김현덕 팀장은 “미국사회는 2007년 32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 조승희를 한국계라고 언급하지 않았다”며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는 이들과 아직도 거리감을 두고 있는 우리사회의 변화를 위해 불교계가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지원 선정 어려워…전환 필요
기존 사업 전개 방식의 전환도 요구됐다.
한주영 불교여성개발원 사무국장은 “불교계 관련 단체들의 규모와 인력으로는 정부지원 사업에 선정되기가 어렵다”며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흥사단, 한국YMCA 등 단체들을 결합해 ‘생활개혁실천협의회’를 조직해 사업을 추진한 것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주민 관련 사업 확산 및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사찰에 대한 입장도 나왔다.
전등사 박석암 팀장은 “과거 불교국가 출신 이주민들은 불교계가 아닌 타 종교 지원행사에 참여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지역사찰과 신도회가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민들에게 관심을 가지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불교국 스님 관리소홀 문제
불교국가 출신 스님들에 대한 관리 소홀 지적도 나왔다.
‘YBA’(희망을 열어가는 젊은 부처들) 이중남 정책실장은 “스님이 아닌 사람이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 신분을 속이는 사람들도 있지만 ‘림포체’(Rimpoche)라며 스님들을 초청해 놓고 행사만 끝나면 방치하는 일부 종단 및 스님들이 있어 문제”라며 “한국에 있는 동안 이런 스님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때는 엄청난 후폭풍이 불교계에 몰아닥칠 수 있기에 이에 대한 불교계 각성 및 대책이 서둘러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현장 관계자들은 불교계가 사망 이주 노동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0년부터 2007년까지 이주민 공동체, 관련 기관 통계를 수집한 결과에 따르면 사망 이주 노동자는 총 1,037명으로 중국 285명, 몽골 143명, 방글라데시 129명, 네팔 70명, 스리랑카 43명, 필리핀 41명, 미얀마 22명 순이다.
서울 강남 봉은사 명훈제 사무관은 “자비와 나눔을 실천하는 불교가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우리 땅에서 죽어간 이민 노동자들과 유족을 기리는 일에 나서야 한다”며 “기존 공간이 있는 만큼 신도회 및 스님들이 보다 적극적이고 유연한 자세로 임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치중 기자 bomin@jubul.co.kr
http://www.bulgyonews.co.kr/news/17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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