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산’(三角山)의 양지바른 땅’이란 뜻의 삼양동(三陽洞). 삼양동은 행정구역상 강북구 미아1-6-7동으로 1961년 이후 서울시는 개발을 명분으로 서울 시내 판잣집을 없애고 그들을 집단 거주시킨 곳이다. 4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이곳은 그때처럼 뉴타운 개발이 한창이다. 차상위 계층이 밀려난 이곳에 자비의 집이 있다고 생각하니 얄궂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총장이 네팔인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3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상임집행위원 시절이다.
“당시 공장에서 일하다 손이 절단된 네팔 여인과 10여 명의 이주 근로자들이 경실련에 도움을 청하러 왔지요. 그렇게 인연이 되어 이들과 함께 지냈습니다. 아마도 부처님이 태어나신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라 각별했던 것 같네요”
자비의 집은 경실련 초대 사무총장을 맡았던 서경석 목사의 도움을 받아 1995년 미아 6동 폐동사무소에서 문을 열었다.
“공간이 있었던 관계로 네팔 이주 노동자를 상대로 한글교육, 컴퓨터 교육 등을 할 수 있었지요. 네팔인들은 여기서 자기들 음식을 해먹기도 했습니다. 주말에 결혼식도 자주 열렸습니다”
동사무소가 철거된 후 마련한 현재 자비의 집은 사무실과 식당을 합쳐야 20여 평도 채 안된다. 그래도 이곳에서 돌잔치는 두 번이나 열렸다.
인터뷰를 진행하다 카메라를 꺼내니 옆에 있던 네팔인이 자리를 뜬다. 길을 몰라 헤매던 나를 친절히 안내해준 사람인데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 총장은 말 대신 미소로 순간을 넘겼다.
불교계의 이주민 지원사업의 방향에 대해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작년에 네팔의회당(Nepali Congress) 대변인 부부가 자비의 집을 방문했을 때 대변인 부인이 나에게 솔직히 한국 종교 구호단체가 네팔에서 활동하는 것을 반대하고 싶다고 말하더군요. 진실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 실적 쌓기에 급급하다는 것이죠. 진심 아닌 과시하기 위한 지원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4월 26일 연등축제 국제불교마당 네팔불교 부스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있는 그를 만났다.
“어, 미안하다. 행사 때문에 전화를 받지 못했네. 많이 아프니? 미안하다. 행사 때문에 가지 못해서. 여기 걱정은 하지 말고 몸 잘 추슬러라”
행사장에서 환희 웃던 그는 전화를 받고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몸은 행사장에 있지만 마음은 이미 떠나 있는 사람, 그는 진정한 네팔인의 어머니였다.
김치중 기자 bomin@jubul.co.kr
이금현씨는?
경실련 및 경불련 창림 멤버로 1994년 성폭력특별법 제정에 앞장서는 등 왕성한 사회활동을 전개했다. 현재 노인무료급식소‘자비의 집’을 운영하면서 네팔 이주 노동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http://www.bulgyonews.co.kr/news/17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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