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명예 등에 맡긴 삶
주관 찾아야 행복해
제 사형께서 절에 있을 때 한 청년이 찾아왔더랍니다. 눈이 횅하여 몹시 초췌한 모습이었는데 역시 모습대로 며칠 째 제대로 잠을 못자고 고생을 하던 중이라더군요. 그 이유인 즉 잠이 들기만 하면 어김없이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처녀귀신이 나타나 자신을 쫓아온다는 겁니다.
그래서 정신없이 도망 다니다 깨고, 그게 반복되니 잠들기가 두렵고 밤이 무섭다는 거지요. 그런데 이 스님도 이런 경우 뭐라 해줘야 할지 몰라서 고민하다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일단 그 귀신이 어떤 존재인지, 왜 쫓아오는지 거기에 대해 아무것도 우리가 아는 바가 없지 않소? 그러니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렵겠지만 그걸 좀 알아보아야 할 듯 하네요. 오늘 밤엔 힘들더라도 잠이 들어서 귀신이 따라오면 좀 물어보시오. 그대는 누구인지, 왜 날 자꾸 따라오는지 말이오”
좀 엉뚱한 답변이었지만 정작 청년 본인도 아무것도 아는바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 인지라 그럼 한번 그렇게 해보자고 약속하고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고도 연락이 없어 궁금하던 차에 한 일주일 쯤 후에 다시 찾아온 그 청년은 전과 달리 생기가 돌고 편안한 모습이었습니다. 그 청년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스님 말씀대로 오늘은 꼭 물어 보아야겠다 하고 용기를 내어 벼르고 잠들었는데 왠일인지 그날은 그 귀신이 나타나지 않았더군요. 그래서 푹 자고 일어나서는 다음 날에도 다시 결심을 하고 잠들었는데 나타나질 않고, 그렇게 한 주가 지나도록 저는 잠을 푹 자고 귀신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쫓겨 다니거나 끌려 다니는 삶은 절대 편안할 수도 행복할 수도 없습니다. 게다가 나를 쫓아오는 존재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다면 그 삶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불법을 공부하는 사람은 내 삶의 주권이 나 스스로에게 있음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불법에서는 내 삶을 남을 쫓아가거나 쫓겨 다니는 삶으로 만들지 말라고 누누이 일러줍니다. 왜냐하면 그 것은 매우 피곤하고 힘들고 괴로운 일이며 행복할 수 없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에 쫓겨서 바쁘게 뛰어다닙니다. 나를 쫓아오는 것이 명확히 어떤 것인지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바라보기가 두렵습니다. 그렇게 지친 모습을 하고 있는 우리들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본 적 있습니까. 그렇게 우리를 지치게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찬찬히 관찰해 본적이 있습니까.
이제부터라도 잠시 도망가던 걸음을 멈추고 용기를 내어서 지금의 나와 주변을 살피십시오. 그리고 오늘 이 순간부터는 내가 스스로 끌어가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그런 삶에는 남보다 배의 용기가 필요할 지도 모르고 남보다 배의 고민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남의 차에 탄 사람은 멀미를 할지 몰라도 직접 운전하는 사람은 멀미를 하지 않는 도리를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돈이나 명예, 또는 신(神)에게 내맡긴 내 삶을 다시 되찾아 오는 일은 고단하고 갈 곳 모르던 인생을 편안하고 행복한 길로 바꾸어주는 가장 중요한 해답입니다.
32사단 대원사 주지 지용 구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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