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삶의 모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던져진다면 어떤 답을 하시겠습니까. 모토의 사전적 의미는 살아가거나 일을 하는 데 있어 표어나 신조 따위로 삼는 말이다. 새싹포교가 자신의 삶이라고 말하는 젊은 청년불자가 있다. 이경재(23) 불교 레크리에이션협회 전문지도자.
“삶의 모토요? 제 제적사찰 주지 성일 스님의 말을 빌리자면 ‘내 성불 한 생 늦추더라도 이생에선 포교하리라’입니다. 천진불들에게 좀 더 쉽고 재미있게 불법을 전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는 3년 전 처음 불교 레크리에이션 협회를 노크했다. 단순히 어린이법회 교사로서 캠프를 좀 더 신나게 만들고 싶은 바람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불교 레크리에이션계에 여명(黎明)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3년 새 그는 전국 사찰에서 열린 50여회의 어린이 여름・겨울 불교학교 및 캠프를 진행했고, 영문자타카 암송대회 등 불교계에서 마련된 각종 행사에서 마이크를 잡고 청중들 앞에 섰다.
“레크리에이션이요? 청중을 꼭 웃겨야 하는 일은 아니에요. 낯선 상황의 어색함을 풀어주고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죠. 이를 통해 불법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레크리에이션을 통해 불림(佛林)의 그늘을 넓히고 싶은 게 청년불자의 진정한 속뜻이다. 특히 미래 불교의 희망인 아이들이 그 그늘 아래서 뛰놀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는 땀 흘리고 있다.
아이들을 대하는 일이 그리 녹록찮던가. 작금의 아이들은 사춘기 시기가 빨라져 초등학교 6학년만 되도 질풍노도의 시기를 경험한다. 레크리에이션에 임하는 그 또래 아이들의 눈빛은 차갑다. 그는 ‘어디 얼마나 잘하나 지켜보겠어’라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무것도 따라하지 않는 아이들을 대할 때가 곤욕스럽다고 했다.
지난 여름 전남 영월 도갑사 여름캠프는 생각하기도 싫단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었죠. 수영장을 갔는데 한 아이가 없어졌어요. 온 수영장을 뒤졌는데도 찾을 수가 없었죠. 할수 없이 그 아이 두고 절로 돌아왔요. 나중에 알고 보니 춥다고 자기네 집으로 말도 없이 가버렸네요.”
캠프는 2박 3일 혹은 3박 4일 등 아이들과 정이 들만 하면 마무리된다. 비록 짧은 시간 동안 맺은 인연이지만 그는 인터넷의 한 사이트를 통해 5백 여명의 아이들과 인사를 주고받고 있다. “도토리(사이트 관리에 필요한 인터넷 머니)값 장난 아니죠. 하지만 ‘그 선생님’를 통해 아이들이 절로 향하게 한다면 하나도 아깝지 않아요. 오히려 행복이죠.”
"늙어 죽을 때까지 부처님 품안에서 일하고 싶다"는 그의 기특한 마지막 말이 차가운 겨울바람을 가르고 귓전에 맴돈다.
김도원 기자 kdw8321@jub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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