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금강산 신계사 순례를 위한 남북 불교계 실무접촉을 불허한데 대해 조계종이 2월 22일 공식 유감을 표명했다.
이날 조계종은 기자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신계사 순례는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지난 2월 18일 조계종 대북 교류 창구인 민족공동체추진본부는 개성에서 조선불교도연맹(이하 조불련) 관계자들과 ‘선묵혜자스님과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순례기도회’의 신계사 순례 관련 실무 회담을 갖기로 했다. 하지만 통일부가 불과 하루 전인 17일 오후 늦게야 조계종에 방북 불가를 통보해 신계사 순례 실무회담은 취소됐다.
통일부는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의 성지순례는 무리가 있다. 자제를 요청하는 것”이라는 입장으로 “사업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계종은 "당국 간 합의 되지 않은 상태서 이뤄지는 민간차원 교류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통일부의 입장을 안다"며 "하지만 이 같은 조치에 대해서는 유감"이라고 못 박았다.
조계종은 또 "경색된 남북 관계의 물꼬를 트는 대북관련 민간단체의 활동에 대해 지원·협력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몫"이라 꼬집으며 “신계사 성지 순례는 조계종이 지난해부터 추진한 사업이다. 지속적으로 계속 진행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통일부의 실무접촉 불허로 신계사 순례는 사실상 연기가 불가피해졌고, 시점 또한 오리무중이 됐다.
방북 불허에 대해 금강산 관광 재개 관련 당국 실무회담이 남과 북의 이견으로 사실상 결렬된 상황에서, 대규모 불자들의 방북은 정부의 대북 협상력 약화 및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교수는 “정부 입장에서 금강산 및 개성 관광 관련 남북 당국의 입장 정리가 명확치 않는 상태서 4천명이라는 대규모 불자를 금강산에 보내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번 성지 순례는 금강산 관광의 개념이 아니다”라며 “정부는 종교 차원의 방북을 자연스럽게 받아줘 남북관계를 푸는데 윤활유 역할로서 활용했어야 했는데 이를 막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또 “금강산 관광 재개는 지난 2007년 7월 피격 사건 이수 2주기를 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며 “조계종은 상황 추이를 지켜보며 금강산 관광 재개 시 제일 먼저 성지순례 를 성사시켜 불교계의 금강산 성지 순례에 대한 의미를 사회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금강산 신계사 순례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지난달 말 3박 4일간 방북했을 때 북측 조불련과 합의된 내용 중 하나다. 당시 조계종과 조불련은 △북측지역의 불교문화재 복원보수와 유지관리 협력사업 진행 등 의 3개 사항에 합의했다. 또한 △신계사 성지순례 △평양 불교회관 등 인도적 지원시설 건립 △남북 주요사찰 결연 등 교류협력 등을 전개하기로 했다.
이 중 금강산 신계사 순례는 올 3월경 약 3회에 걸쳐 4천여 명이 신계사에서 순례법회를 봉행한다는 것이었다. 이번 행사는 지난 2007년 금강산관광 중단 이후 첫 금강산 방문이라는 점과 활발한 남북불교교류 및 민간차원의 남북교류가 다시 기지개를 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조계종 한 관계자는 “이번 방북 불허는 남북교류를 위한 조계종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라며 “사전 언급 없이 행사 전날 불허한 것은 남북 민간 교류를 막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관련 통일부 및 정부와 면담을 추진할 것”이라며 “빠른 시일 내로 실무접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108산사순례기도회를 이끌고 있는 혜자스님은 "이번 방문은 급조된 금강산 관광이 아니라 3년이나 된 순례단의 성지순례"이라며 "신계사 순례는 순례기도의 한 부분이다. 시간에 연연하지 않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기다리고 있다 통일부 허가 즉시 순례길에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김도원 기자 kdw8321@jub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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