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서 교수 ‘나눔 실천’ 촉구
부처 ‘깨달음=중생구제’ 강조
구체 실천 없는 불법 ‘무의미’
 |
| 생명나눔실천본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광서 교수는 기고문을 통해 “생명을 소중히 살려내려는 나눔의 시도조차 무의미하게 본다는 것은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더 큰 과오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그는 불자들의 적극적인 생명나눔 실천도 당부했다. |
생명나눔실천본부(이사장 일면)과 연중 캠페인 ‘장기기증은 또 다른 보시’를 전개하고 있는 본지는 불교계 생명나눔 운동 확산과 이해를 돕기 위해 박광서 서강대 교수의 ‘생명나눔의 불교적 이해’를 주제로 한 특별기고문을 싣는다. 박 교수는 생명나눔실천본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불교계 생명나눔 운동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전문>
생명나눔에 대한 불교적 관점은 어떤 것일까. 불자로서 육신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삶과 죽음, 특히 뇌사상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어 보자.
첫째, 불교에서 육신은 죽은 뒤 지수화풍(地水火風) 사대(四大)로 흩어져 버리는 무상한 물질에 불과하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기에 불자들은 무상한 주검에 집착함이 없이 사후 생명나눔에 앞장설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종종 고승들이 입적 시 의도적으로 새나 짐승에게 육신보시를 하기도 한다고 듣고 있다.
둘째, 성성한 의식 자체를 생명으로 아는 불교수행자라면 미묘한 생명에 대한 교리적 입장을 떠나서라도 뇌사상태를 살아 있는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
잠자는 것마저도 죽음에 비유할 정도로 의식의 깨어 있음을 삶으로 본다면, 뇌기능이 완전히 정지하여 인공호흡기가 아니고는 호흡도 하지 못하고 심장조차 뛰지 않는 상태를 살아있다고 보아 집착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셋째, 보시(布施)는 대승보살의 수행 덕목 중 제일이다. 육바라밀의 첫째가 보시로, 보시에는 재물로 하는 재시(財施), 법을 전해 주는 법시(法施), 두려움을 없애 주는 무외시(無畏施)가 있다.
재시나 법시는 재물이 있거나 깨달음을 얻어야 할 수 있지만, 법시 중 하나인 신명시(身命施), 즉 생명나눔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도 건강한 육신과 자비로운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보시다.
생명나눔에 대한 부처님의 구체적인 말씀을 직접 들어보자.
〈대지도론(大智道論)〉의 ‘왕과 비둘기’라는 부처님 전생담에는, 시비왕(부처님 전생)이 매에게 쫓기던 비둘기를 품에 안아 살려 주는 대신 매의 요구대로 비둘기의 무게만큼 자신의 살덩이를 베어 주다가 끝내는 온몸을 내주었다는 전신보시의 얘기가 나온다. 또한 〈화엄경(華嚴經) 회향품(回向品)〉에서는 “불자여, 보살마하살은 필요한 자가 와서 눈ㆍ코ㆍ귀ㆍ혀ㆍ머리ㆍ손ㆍ발ㆍ혈액ㆍ뼈ㆍ심장ㆍ간장ㆍ신장 등을 요구하면 기쁜 마음으로 스스럼없이 베풀어 준다오. 왜냐 하면 보살이 죽어 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환희심으로 자신을 보시하지 않는 것은 깨달음을 추구하는 마음이 없음을 뜻하는 것으로 수행자의 마음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며 나아가 궁극의 깨달음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라오….”라고까지 이르셨다.
육신의 보시를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그 당시 얼마나 구체적으로 생명나눔을 말씀하고 계신가. 현대의학으로 겨우 이해될 수 있는 내용들을 2천 5백 년 전에 언급하셨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또한 깨달음과 중생구제(衆生救濟)는 결코 다른 길이 아님을 선언하신 점도 놀랍다.
정교한 장기이식술이 발달한 오늘날 생명나눔은 생명을 살리는 약사여래의 보시행이며, 할 수만 있다면 오히려 살아 있는 동안 장기의 일부를 보시하는 것이 중생제도를 발원하는 보살의 원행(願行)일진대, 하물며 사후 육신의 보시도 못 한대서야 어찌 불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물론 일부 불자들에게 생명나눔에 대한 심리적 갈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중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수혜자의 입장이다. 다른 사람의 장기로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집착은 아닌지 스스로 되묻는 것이다.
그러나 자연과학과 의학의 눈부신 발전에 의해 인간의 사고는 크게 진화되어 왔다. 인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도 시대에 따라 그 폭이 넓어지게 마련이다. 예전 같으면 억지라고 생각할 만한 것도 지금에는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또 많은 불교경전에서 육신은 썩어 없어질 물질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깨달음을 이루고 자비행을 하기 위한 보살의 삶은 분명히 의미 있다고 보기에 무수한 생명나눔 사례를 말씀하신 것 아니겠는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적극적으로 살고자 하는 것은 집착이 아니라 보살의 원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생명을 소중히 살려내려는 나눔의 시도조차 무의미하게 본다는 것은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더 큰 과오”일 수 있다.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그러나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라던 괴테의 명언처럼, 행위가 없으면 변화의 기회마저 없고 따라서 우리 사회에 아무런 희망조차 가질 수 없지 않은가.
가르침대로 살아가는 구체적 실천행위가 절실하다. 가르침은 행동이 따를 때 확신을 줄 수 있고 더욱 빛나는 법이다. 부처님 법을 수십 년 들어도 대승보살의 덕목인 보시행 한 가지를 실천함만 같지 못하다.
대부분의 불자가 생명나눔이 대승보살행이라는 것에는 동의하면서도 행동에 옮기는 데는 대체로 소극적이다. 또 종교는 불교라고 말하면서도 육신의 처리에 관해서는 유교적 정서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별다른 자각의식이 없는 것 같다.비록 나는 죽어도 내 육신으로 여러 사람을 살리는 생명나눔과 같은 자비실천이 이 시대의 불교정신으로 뿌리내릴 때 부처님의 보살정신은 새롭게 꽃피우게 될 것이다.
# part 2
“생명나눔은 부처의 길”
일면스님〈선원청규>통해 강조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스님이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에서 발간한 〈선원청규〉를 들어 생명나눔 실천을 강조했다. 일면스님은 최근 함춘회관에서 열린 한국장기기증네트워크 워크숍에서 발제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우선 일면스님은 “지난해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에서 발간한 〈선원청규〉에서 ‘장례의와 생명나눔’을 한 장으로 구성해 장기기증과 시신기증에 대해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며 “청규에서는 장기기증과 관련 죽음을 앞둔 마지막 순간까지 타인을 배려하는 자비심으로 내 몸의 장기를 다른 환자의 소생을 위하여 기증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고 설명했다.
일면스님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하고 숭고한 사랑의 실천행위로 인간세계를 맑게 정화하는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수행자는 동체대비의 정신으로 장기기증을 실천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사대가 각각 흩어지니 꿈과 같고(四大各離如夢中), 육진의 이 마음이 본래 공이라(六塵心識本來空). 꿈같은 인생 환으로 살다 공으로 돌아가니, 남은 육신마저 거추장스러운 것이 탈속장부의 뒷모습이다. 마지막 한 덩이 몸마저 법계에 회향하여 육신보시를 행하고자 한다. 따라서 우리 수행자들도 사대(四大)로 돌아갈 육신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시신기증을 통해 보살행을 실천한다” 〈선원청규 중〉
일면스님은 이어 “조계종 선원청규 편찬위원장 의정스님은 ‘불교에서는 모든 생명이 부처이다. 생명이 생명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은 당연지사’라고 얘기했다”며 “연기적 삶에서 보면 나의 희생과 배려로 다른 사람의 생명을 거듭나게 할 수 있다면 상생의 은혜이고 축복이라 할 수 있다. 내 몸의 장기를 다른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 쓰이도록 기증하는 행위인 장기기증은 자비심의 발로”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더불어 “죽음을 앞둔 마지막 순간까지 생명을 먼저 생각하는 동체대비의 정신은, 부처님을 따르는 모든 수행자가 앞장서야 할 일”이라며 “생명은 존귀하다. 우리는 생명을 지극한 정성으로 섬기고 모시는 삶을 살아야 한다. 어떠한 존재도 내 생명이 아닌 것이 없다. 내 생명처럼 지극하게 모시고 섬기는 실천 방법의 하나가 장기기증이고 생명나눔이다. 생명나눔은 부처가 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http://www.bulgyonews.co.kr/news/22142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