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인연 117쌍 성사
15팀 선정 관광 공연관람
마음 나누기로 공감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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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4일부터 16일까지 108산사순례회는 다문화가족 서울나들이를 진행했다. 사진은 다문화 프로그램에 참가한 가족이 함께 청와대 사랑채 건물 외부를 관람하고 있는 장면. |
요즘 농촌에서는 다문화 가정을 보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어린 나이에 외국으로 시집와 자식 놓고 시부모 공양하고 사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낯선 타국에서 자신의 고충을 털어놓을 수 없을 때 그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들의 답답한 심정을 함께 들어주고 위로해줄 수 있는 멘토 제도를 통해 아름다운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108산사 다문화 인연 맺기에서 만나 모녀 또는 자매의 인연을 맺은 이들이다. 비록 언어가 다르고 피부 색깔이 다르지만 부처님 인연으로 만나 의지처가 되어주니 더더욱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그들이 2박 3일 함께하며 서로의 정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11월 14일부터 16일까지 열린 다문화가족 서울 나들이를 따라가본다.
11월 1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역 승강장에는 애기를 안은 20대 여성들이 삼삼오오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눈에 봐도 이들이 한국으로 시집온 이주민 여성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이들이 있었으니 108산사순례회를 통해 인연을 맺은 한국의 양어머니 또는 언니들이다.
오랜만에 만난 이들은 서로 얼싸안으며 반가움의 표시를 했고 그동안 못 나눈 이야기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108산사 순례회는 그동안 다문화인연맺기를 통해 인연을 맺어온 가족 중 15쌍을 선정 서울나들이에 나섰다. 농협중앙회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과 함께 ‘다문화가족농촌정착지원과정’ 연수에 나선 것. 이들은 2박 3일 동안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서울을 관광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서로의 애틋한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108산사 순례회 회주 선묵혜자 스님은 “그동안 우리 108산사 순례 기도회와 농협 농촌 사랑 운동본부와 함께 친정엄마, 자매로 맺어진 인연이 117쌍이 되었습니다. 먼 타국에 와서 마음 두기 어려운 이주 여성들이 쉽게 마음을 열고 얘기할 수 있는 역할을 해주신 덕분에 108인연맺기가 크게 성공을 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스님은 “여기 오신 다문화 가정의 가족과 인연맺은 친정 엄마 또는 언니 여러분들은 부처님 가르침대로 바르고 참되게 생활하고 있기에 이처럼 좋은 행운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다문화 인연 가정이 좋은 인연을 맺어 우리나라 문화에 쉽게 정착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다함께 기도합시다”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제 다문화나들이팀은 버스로 경기도고양에 있는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에 도착했다. 짐을 풀고 식사를 한 다음 본격적인 프로그램에 들어갔다. 농어촌다문화 가족 지원안내 등의 간단한 교육을 맺은 이들은 저녁에 가족단합프로그램 사랑의 편지쓰기 등을 통해 서로의 심정을 토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가 데면데면했던 이들은 이 저녁 시간을 통해 그동안 꽁꽁 숨겨두었던 심정들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었다. 치매 노모를 돌보며 고생했던 이야기, 타국에서 건너와 언어 차이로 사람들에게 오해 받으며 고생했던 이야기, 문화 차이 때문에 적응하지 못했던 어려움, 살림이 빠듯한 농촌에 시집와 고생하며 살림을 일군 경험담 등 그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흘러 나왔다.
중국 조선족 출신으로 강원도 평창으로 시집온 최춘월(43) 씨는 결혼 18년차로 다문화 가정 1세대에 속한다. 최 씨는 “당시는 비행기도 없어 26시간 배를 타고 왔어요. 시집을 와보니 오두막집에 어려운 살림에 참 막막했죠. 하지만 열심히 살림을 일구어 지금은 감자 피망 농사도 짓고 소도 키우며 열심히 살고 있어요. 참 고생을 많이 했지만 그래도 지금 자식 네 명 놓고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라며 웃음을 짓는다. 최씨는 이런 공로를 인정 받아 108산사가 지원하는 고향가기 지원금도 받는 영광을 안았다. 그녀는 이 모두가 108산사와 인연을 맺은 덕분이라며 환한 웃을 짓는다. 최 씨는 “인연을 맺은 언니가 선물도 보내주고 전화도 자주하며 마음을 나누고 있어요. 아이들 교육에도 많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해요”라며 환한 웃음을 짓는다.
최 씨와 자매 인연을 맺은 108산사 회원 이미화(54) 씨는 “한번에 동생(최춘월 씨)에 조카 넷이 생겨 너무 든든해요. 참 열심히 사는 동생을 보며 많은 걸 배워요. 또 제 마음의 고향을 얻은 느낌이에요. 자식 넷 키우며 모범적으로 살고 이렇게 고향도 갈 수 있게 되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 제가 사교육에 종사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조카들을 위해 입시 상담을 해주고 싶어요. 특히 큰 조카가 올해 고2라 진로 결정을 해야돼요. 제가 잘 조언해줘서 앞으로 좋은 사회에서 잘 쓰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다음날은 서울로 이동한 이들은 청와대 사랑채, 63빌딩 등을 관람하고 정동극장에서 공연 미소도 관람하며 서울의 문화를 경험했다.특히, 한국의 현재를 관람할 수 있는 청와대 사랑채에서는 매우 다정하게 설명을 해주는 모녀를 만나볼 수 있었는데 바로 안성 칠장사에서 인연을 맺은 이현지(64)-챠오얀홍(30) 씨가 그들이다. 안성에 살고 있는 챠오얀홍 씨 집에 자주 놀러도 간다는 이 씨는 챠오얀홍 같은 딸을 얻어 너무 기쁘다고 전한다.
이 씨는 “행사가 시작되기 하루 전에 안성으로 가서 얀홍이네 가족을 데리고와 우리 집에서 저녁 먹고 하루 재웠어요. 우리 가족들도 모두 함께 했는데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올해는 제가 손목이 안 좋아 김장을 못했는데 딸네 집에서 직접 농사 지은 배추로 김장도 보내줬어요. 이렇게 인연을 맺게 돼 너무 좋아요. 그저 푸근하게 인연을 맺을 수 있어 너무 좋네요”라며 웃음을 보였다.
지난 2008년 울진 불영사에서 인연을 맺었다는 곽광자-김혜련(마띠앤) 씨는 곽 씨가 직접 남편의 성을 따 이름을 지어줄 정도로 애틋한 관계다. 곽 씨는 “딸이 없어 늘 외롭다 했는데 이렇게 딸 하나를 얻으니 얼마나 좋아요? 한 주에 2,3회 정도는 서로 통화를 할 정도로 친해요. 여름휴가 때도 울진으로 갈 정도로 왕래가 잦아요. 한국 이름 지을 때도 우리 남편 성에 연꽃 연자를 넣어 이름을 지었어요. 불교 인연으로 서로 만났으니 이름도 불교식으로 지어야죠”라며 미소를 지었다.
딸 김혜련 씨는 “어머니가 크리스마스며 어린이날 선물도 보내주시고 늘 챙겨주셔요. 처음에는 문화적 기후적 차이 때문에 한국생활이 너무 힘들었어요. 하지만 어머니와 함께 고민도 나눌 수 있고 상담도 할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2박 3일 간의 일정을 이끈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 문혜숙 교수는 “현재 저희 연수원은 다문화 가정 연수를 3년째 이어어고 있어요. 1년에 1천 2백명 정도가 교육을 받고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정부의 다문화 가정 혜택이 잘 미치지 못하는 농촌 여성들을 위해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에서 마련된 연수입니다”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문교수는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 간의 갈등 해소하고 소통을 이룰 수 있는 큰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108산사 인연맺기 같은 프로그램은 이주민 여성들이 한국에 적응할 수 있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관광을 마친 다문화인연맺기팀은 11월 16일 박물관 관람, 요리체험 등의 일정을 마치고 소감문을 발표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정혜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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