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스님 만나 장기기증 서약
현역시절, 산사서 동계훈련도
불일야구단서 불교포교 ‘앞장’
1982년 프로야구 MBC 청룡(현 LG 트윈스) 간판타자였던 이광은 씨(55·사진)는 원정 경기 때문에 광주에 내려가면 기분이 좋아졌다. 열렬한 팬인 현천스님이 힘내서 뛰라며 죽순을 제공했기 때문. 그런 인연으로 그는 팀 동계 훈련 전 개인훈련을 사찰에서 했다. 산을 오르고 내리면서 체력을 단련했지만 무엇보다 조용한 산사에서 마음을 닦을 수 있어 좋았다. 그는 1982년부터 91년까지 프로야구 선수로 뛰면서 모든 프로야구 선수들의 로망인 골든글러브를 네 번 수상했다.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연세대 감독으로 있던 2007년 이광은 씨는 또 다른 스님과 인연을 맺게 된다. 다름 아닌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스님. 그는 배재고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최정기 씨의 소개로 일면스님과 면을 텄다. 이 씨는 일면스님이 간 이식을 통해 새 생명을 얻게 된 것에 감동을 받아 당일 생명나눔실천본부에서 장기기증 서약을 마쳤다.
“스님을 뵙는 순간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장기기증을 한 사람으로 인해 새 생명을 살게 됐다며 남은 삶을 생명나눔 실천 운동에 헌신하겠다는 스님의 말씀에 동참했죠. 참 간단한 동기죠. 어차피 죽으면 육신을 가져가지 못할텐데 잘된 일이죠”
그렇게 인연을 맺은 일면스님과 이광은 씨는 올 9월 조그마한 사고를 쳤다. 일면스님이 회주로 있는 불암사 ‘불일 야구단’을 창단한 것. 이 씨는 야구단 코칭스태프를 맡았다. 야구단에는 배재고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최정기 씨가 초대감독을 맡았다. 여기에 前 롯데자이언츠 감독 강병철 씨가 고문으로, MBC 청룡 시절 ‘공포의 좌완’으로 이름을 날렸던 유종겸씨도 가세했다. 코칭스태프만 놓고 보면 웬만한 프로야구단 못지않다.
“지금도 시간이 되면 산에 오릅니다. 아마도 스님들과 인연이 돼 산사를 많이 찾았던 것이 인연이 됐나봅니다. 운동만을 생각하며 운동에 전념하면서 성격도 거칠어졌지만 불교를 접하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는 더불어 “사람들이 야구를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말합니다. 1회부터 9회까지 어떻게 변할지 모르거든요. 야구 정말 몰라요. 흔들리지 않으려면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한 중도의 길을 가야 야구도, 인생도 성공할 수 있지요. 스님들을 만나 힘을 얻고, 장기기증도하고 야구단에서 일도 하고 그야 말로 1석 3조네요. 남은 인생을 차분하게 물 흐르듯 살 수 있도록 해준 스님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김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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