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8일, 서울 한가람미술관
‘독도사랑’ 등 최근작 67점 선봬
한 번의 붓 터치로 우주와 영혼을 담아내는 ‘이모그래피’(Emography). 화가 허회태(55·사진)씨가 붓질 인생 50년을 중간 정산하는 전시회를 서울에서 연다. 12월 3일부터 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여는 ‘붓 예술 50년 허회태 이모그래피Emography)전’에서 그는 최신작 등 67점을 선보인다.
‘감정’(emotion)과 ‘서법’(calligrahy)을 합성해 서예와 그림을 융합한 독특한 장르인 ‘이모그래피(emography)’를 창조한 작가는 한 번의 붓질로 역동적인 작품을 표현해 세계 화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2006년 5월 베를린 한국문화원이 주최한 기획 초대전에서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해 2009년 9월에는 미국에서 7개월간 순회 전시회를 열어 이모그래피 예술을 널리 알렸다. 미국 순회전은 워싱턴 포스트와 ABC방송, FOX 방송 등 주요 매체들이 비중 있게 이모그래피 예술을 소개하는 등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통 서예와 회화, 전각 예술을 융합한 새로운 형태의 작품이 대거 선보인다.
단 한번의 붓질로 대상을 간결하고 압축적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여백의 미가 그대로 드러나 동양적 신비도 느낄 수 있다. 지난 겨울부터 그는 폭설이 내리던 어느날 강원도에 홀로 들어가 작품에 매진했다. 붉게 타오르는 태양을 배경으로 독수리가 큰 날개를 펼쳐 비상하는 듯한 ‘여망’은 강렬한 태양과 진한 먹색이 어우러진 대작이다. 음(陰)과 양(陽)이 서로 조화를 이루듯 마주 보는 형상을 그린 ‘천지상응’은 인간과 하늘의 세계가 서로 교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광주전시에서 선보인 ‘독도사랑’이나 ‘이웃사랑’도 눈여겨볼 걸작이다. 특히 12미터에 이르는 대작 ‘독도사랑’은 이번 전시에서 단연 눈에 띈다. 6개월만에 완성한 이 작품은 ‘독도는 우리땅, 대한민국 땅, 오래거라 빛나거라. 독도여’라는 글씨를 깨알같이 써 원근을 표현했다.
이외에도 마음의 고향 광주를 그린 ‘원천’은 그림 속에 광주의 주(州)를 두 손으로 떠받고 있는 듯한 모습을 그렸다. 허 화백은 이모그래피 작품에 대해 “우리의 서예는 3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구조적인 형태를 그대로 쓰고 있어 세계적으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없는 것을 창조해야만 했다”며 “보는 이로 하여금 무한대의 상상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일체무애’라는 작품을 2년에 걸쳐 그린 그는 “한 작품을 위해 수억만의 붓질이 필요했다”며 “한 번의 붓질로 끝내는 작업이라 종이도 수천장을 버렸지만, 신이 준 작품이라 생각하고 그렸다”고 말했다.
미술평론가 김영복씨는 “이모그래피는 사물을 본 떠 관념을 나타낸 문자가 아니라 감성의 흔적”이라며 “옛 갑골문이나 암각화를 원형으로 우리의 감성을 재창출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김주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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