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념회 겸해 “생얼로 함께 하자"
“거짓말 하면 망한다” MB 간접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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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11일 백범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단지불회 12월 법회에 참석한 대중들이 법회에서 앞서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 영상자료를 시청하고 있다. |
前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이 이끌고 있는 단지불회(但知不會)가 12월 11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효창동에 소재한 백범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올 한해를 정리하는 12월 법회를 개최했다. 이날 법회는 최근 출간된 명진스님의 두 번째 저서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 출판 기념회도 겸했다.
컨벤션홀을 가득 매운 단지불회 회원 및 재가불자, 일반인들의 박수를 받으며 연단에 오른 명진스님은 “지난 번 동국대 정각원 법회가 무산 돼 노천에서 법회를 진행했는데 이렇게 기품있는 곳에서 법회를 열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법문을 시작했다. 단지불회는 지난 9월 25일 동국대 정각원에서 9월 법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학교 측이 행사 3일 전 취소를 알려와 동국대 중문 옆 99주년 기념관 앞에서 노천 법회를 열었다.
불교와 기독교 달라…‘종교평화선언’ 우회 비판
명진스님은 이어 “내년 3월 이후 한남동에서 내려와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여러분이 중심이 되면 좋겠다. 재가불자가 중심이 되는 단지불회가 돼야 한다. 여의치 않다면 남대문 등을 가리지 않고 탁발이라도 할 생각”이란 말을 전하기도 했다.
분위기를 띄운 명진스님. 스님은 운문선사를 인용, 불교와 기독교의 차이를 설했다.
명진스님은 “운문선사가 초파일 법상에 앉아 ‘부처가 태어난 그날,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면 한방에 때려눕혀 개가 씹어 먹게 했어야 세상이 평화롭게 될 수 있었다’고 설했다. 조금 있으면 크리스마스다. 만약 어떤 목사가 이와 같이 ‘예수가 마구간에서 태어났을 때 그 날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면 돌로 쳐서 예수를 죽여 개가 씹어 먹도록 했어야 했다’고 말하면 그 목사는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일각에서 종교평화를 위해 불교와 기독교가 지향하는 바가 같다고 하지만 불교와 기독교는 엄연히 다르다. 운문선사의 언구는 수행자들에게 참구돼 전달되고 있다. 왜 운문선사는 그렇게 말했을까? 불교는 일상의 껍데기, 치장 등을 모두 버리고 내 자신을 성찰해 참 자유를 얻는 종교”라고 강조했다. 운문선사를 인용했지만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조계종의 ‘종교평화선언’에 대한 간접 비판이라 할 수 있다.
명진스님의 법문은 ‘겉모습과 거짓’을 주제로 다시 이어진다.
스님은 “요즘 자식 결혼시킬 때 보면 신부는 누구 집 딸인지, 신랑은 판사, 의사 아니면 대기업에 다니는지 따진다. 겉모습만 보는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성형수술을 많이 한다고 한다. 점 하나, 머리카락 한 올 등 나를 이루고 있는 모든 것들은 내가 사유한 결과를 빗겨나지 않고 나를 만들어 낸다. 화를 많이 내는 사람들이 눈이 치켜 올라가듯 말이다. 수행 열심히 하고 나쁜 짓 하지 않으면 나 같이 멋있어 진다”고 말했다.
“교도관도 사기꾼은 돕지 않는다”
이어 스님은 “여러분들도 다 알지만 참 보기만 해도 사기꾼 같은 사람이 있다. 주어는 없다. 교도관들이 살인범, 폭행범 등의 부탁은 들어줘도 사기로 교도소에 들어온 사람들의 부탁은 들어주지 않는다. 훗날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교도소에서도 사기꾼은 개과천선이 되지 않는다. 남을 속이려 하는 이는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한다. 그래서 꿈에서도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고 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필히 망한다(虛言必亡)는 것이다.
‘나는 꼼수다’와 ‘나는 가수다’에 대해 “진실이 있기에 성공했다”고 평가한 명진스님. 스님은 “지금 우리는 정치권력들이 말하는 진실이 괴담이 되고, 괴담이 진실이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며 “지도자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그 조직은 유지될 수 없다. 단지불회도 마찬가지”라며 “내가 생각하기에 ‘나 꼼수’에 출연하는 4인방은 ‘선 지식’”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명진스님은 또 “나는 존경받는 존귀한 스님으로 남고 싶지 않다. 여러분들과 함께 삶을 이야기 하고 삶에 대한 아픔을 함께하는 도반이 되고 싶다. 시쳇말로 ‘생얼’로 여러분들을 만날 것”이라며 “지금 우리사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을 하는 ‘폼지식’이 되기 싫다. 나 꼼수처럼 우리 시대를 이끄는 ‘선지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광주에서 열린 ‘나 꼼수 콘서트’에 출연했을 때 솔직히 ”저들 인간들 머리를 깍아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적어도 제자를 두려면 그 정도는 돼야하지 않나. 김 총수가 콘서트 후 본방에서 보자고 말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왜 화요일 아닌 월요일에 왔나?
조계종과 등을 돌린 본인 심정도 서슴없이 얘기했다. 명진스님은 “조계종 승적을 가지고 중 노릇하려는 생각을 예전에 버렸다”며 “봉은사 직영 전환 후 총무원에 찾아가 승적을 폐기하러 한 적이 있는데 지난 2월 24일 자승스님(본인은 자승)과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왜 화요일에 온다고 해 놓고 월요일에 왔냐며 따지더라. 화요일에 왔으면 비디오 카메라 등으로 촬영해 그것을 근거로 승적을 없애려 했다며 말이다. 참 우스운 일이다. 성질이 급해서 하루 일찍 갔다”고 말했다.
명진스님은 이와 함께 “부처는 법구경을 설했지만 나는 ‘악구경’을 설하고 있다. 나도 안다. 남을 욕하고 헐뜯고 있다는 것을. 지옥행을 각오하고 하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생사문제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과거 우리네 삶이 거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물거품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그렇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 물로 다시 돌아간다. 이제 겉치장으로 가득한 거품을 비우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인 생얼로 돌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법회 공간 마련 절실…재정확보도
이날 백범 기념관 컨벤션 홀을 가득 매운 회원 및 일반인들의 열기를 봤을 때 단지불회는 처음 우려와 달리 연착륙에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명진스님이 언급했듯 과거 봉은사 시절과 달리 대규모 법회 봉행을 위해 필요한 공간 마련이 조속히 일어져야 세를 잃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월 동국대 정각원 법회 취소에서 보듯 불교계에서 단지불회 법회를 위한 공간을 제공할 만한 곳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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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지불회에 집회보호 요청에 따라 경찰들이 기념관 입구에서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
이와 함께 명진스님 행보에 반기를 표하고 있는 보수진영의 방해도 극복과제다. 이날 행사에서도 컨벤션 홀 밖에서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재가불자 모임’에서 나온 이들이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 요약본을 배포하며 행사 진행을 방해했다. 단지불회 측은 “행사 당일 오전 ‘어버이 연합’ 등에서 행사 저지를 위해 60여 명이 행사장에 나타날 것이라는 제보를 받고 경찰에 집회보호 요청을 했다”고 전했다. 이날 경찰 30여 명은 행사장 입구에서 출입을 제한했다.
더불어 열악한 재정상황도 단지불회에 존속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교계 소식통들에 따르면 단지불회에서는 처음에는 <중생이…> 출간을 보류하고자 했으나 재정 상황 등 현실을 고려, <중생이…>출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불회는 내년 1월 ‘북 콘서트’ 형식을 빌어 1월 법회를 준비하고 있다. 소식통들은 1월 법회 역시 재정환경 개선 및 법회 공간 확보를 위한 현실적 문제가 작용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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