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史 모사본 탈피…다각적 연구 ‘가능’
‘추사→권세가→영원사’유입경로 추측
“순동(純銅), 탑원기 부식 방지”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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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탑원기 앞면 세부(사진제공=불교문화재연구소) |
“듣건대 경전에서 말하기를 공덕을 짓는 데에는 만 가지의 방법이 있지만, 만물에 무한한 이로움을 주는 것은 탑을 짓는 것 만한 것이 없다고 하였습니다.(중략) 이제 또한 생명이 있는 존재가 고해에 떠다니면서 육도에 순환하는 것을 불쌍히 여기셔서 장차 그들을 구원할 길을 만들어 부처의 정토로 이끌고자 하시는데, 그것을 위해서는 무구정탑(無垢淨塔)을 건립하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습니다…”
통일신라 제46대 문성왕(839~857) 때 조성된 경주 남산 창림사 삼층석탑 국왕경응조무구정탑원기(國王慶膺造無垢淨塔願記, 이하 무구정탑원기) 원본이 발견됐다. 1천 2백년 만이다. (재)불교문화연구소(소장 미등)는 2월 28일 한구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무구정탑원기 원판을 언론에 공개했다. 연구소는 문화재청 문화재기금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한국의 사찰문화재 일제조사 사업’ 진행 중 용주사 효행박물관에서 무구정탑원기를 발견했다.
추사 친분 권세가서 영원사로
‘무구정’(無垢淨)은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뜻하는 것으로 무구정탑을 건립하는 신앙적 근거. 지난 1824년 경주 남산 창림사 삼층석탑 도괴 시 발견된 무구정탑원기는 추사 김정희가 모사한 모사본만 세상에 알려졌다. 이번 발견에 따라 학계에서 이설로 떠돌던 “원판, 일본인 소장”설도 사라지게 됐다.
그렇다면 남산 창림사 삼층석탑에 봉안됐던 무구정탑원기가 어떻게 용주사 말사인 이천 영원사로 옮겨져 왔을까? 연구소 측은 추사와 당시 권세가였던 안동김씨 김조순 가의 관계를 통해 무구정탑원기의 영원사 유입을 설명한다.
연구소 측은 “1825년 순조의 국구인 김조순 후원으로 영원사가 중건됐다”며 “영원사는 안동 김씨의 원찰로 김조순의 아들인 김유근과 김정희는 돌처럼 두텁고 견고한 우정(石交)을 쌓은 죽마고우로 무구정탑원기를 모사한 김정희에 의해 김조순 일기로 유입, 1825년 김조순의 후원으로 영원사가 중창되면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후 무구정탑원기는 1968년 당시 영원사 주지 성해스님이 대웅전 중창불사 중 발견돼 40년이 넘게 사찰에서 비장(秘藏)되다가 지난해 9월 현 영원사 주지 성원스님이 용주사 효행박물관에 위탁, 연구소 조사과정 중 발견돼 세상에 다시 알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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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탑원기 뒷면 |
연구소 측은 무구정탑원기 발견 의미와 관련 “추사의 모사본으로만 전해져 오던 창림사 삼층석탑 무구정광탑원기의 실물이 확인됨에 따라 일제시대 일본인 소장, 국립경주박물관 소장 등의 잘못된 이설이 정리됐다”며 “특히, 제작연대와 발원자가 있는 완벽한 형태의 통일신라 금석문의 등장으로 불교사, 미술사, 서예사 등 한국불교 미술에 대한 다각적 연구가 가능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연구소 측은 “성분 정밀분석을 실시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금동이 함유된 황룡사 구층목탑 찰주본기와 청동으로 이뤄진 염거화상탑지 등과 달리 순동(Cu)이 함유된 무구정광탑원기의 보존상태가 뛰어나다고 진단했다”고 밝혔다.
정밀조사에 나선 전문가들은 무구정광탑원기가 △금동판의 고른 연마 △숙련된 글자 새김방식 △표면의 불규칙한 크랙(crack) 등 뛰어난 금속기법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탑원기와 김정희의 모사본이 자간, 결구 등이 대체로 일치하지만 탑원기의 필획이 보다 더 정밀하고 생동감이 넘치며 글자의 결구가 뛰어나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문화재 지정 절차 밟고 있어" 높은 기대
완벽한 형태를 갖춘 무구정광탑원기의 가치는 어떠할까? 연구소 측은 “불교적 가치뿐만 아니라 미술, 서예사 측면에서도 뛰어난 가치를 가지고 있다”며 “문화재 지정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에서 적법한 절차를 밟아 진행될 것이다. 현재 전문가들에 의해 기본 검토가 끝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연구소 측은 “향후 무구정탑원기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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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희 모사본. |
한편 무구정광탑원기는 현재 소장돼 있는 용주사 효행박물관에서 관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용주사 부주지 성직스님(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은 “영원사에서 무구정광탑원기를 위탁한 만큼 큰 변동이 없는 한 용주사 효행박물관에서 관리, 보존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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