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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12/05/10 16:20:49 한기선

수행자의 도박, 불자들도 부끄럽다.
해서는 안될일을 하고 억울해 해서는 안된다.

백양사 방장 수산스님의 49재에 모였던 문중스님들이 하룻밤 포카를 치며 신나게 노는 모습이 공개되어 그 파장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누구도 불자들이 받은 충격을 논하는 사람은 없다. 사부대중의 한축을 이루는 불자들이지만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일이 터지면 불자들은 정말 부끄럽다. 자신이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말이다.
부처님 오신날을 얼마 앞두고 터진 스님들의 도박은 불교집안을 벌집 쑤신 듯 뒤숭숭하게 하고 있다. 총무원의 국실장 스님들이 모두 앞다투어 사표를 내고, 조계종 종정 진제스님은 봉축인터뷰에서 진노하는 모습을 보였다.
종정스님은 “품위를 갖추지 않은 수행자는 공양을 받을 가치가 없고, 먹물 옷을 잎을 가치도 없다”며 “정신차리고 수행정진하라”고 경책했다.
정말 맞는 말이다. 수행자로서 할 일이 없어서 도박을 했을까. 도박 말고도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무엇을 하려고 해도 시간이 없고, 사람이 없어서 못하는 대중 불사가 얼마나 많은가. 그 시간에 수행해야 하고, 대중들 교화해야 하고, 마음을 닦아야 하는데 말이다.
이러한 말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그리고 누구나 다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천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닌가.
중국의 조과선사가 백락천에게 했다는 말이 생각난다. 불교를 묻는 백락천에게 선사는 “악을 짓지 말고 선을 행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누구나 아는 말을 한다고 비웃으며 돌아서는 백락천에게 선사는 “그것은 세살 아이들도 아는 것이지만 여든살 노인도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다”는 가르침을 주셨다.
정말 이번 일을 당한 스님들은 정황상 많이 억울한 점도 있는듯하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궁지에 몰기위해 조작했다는 징후가 농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스님들이 도박을 소일거리로 생각했다는 것은 큰일 날 일이다. 도박을 하면서 도반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세속인들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밤새워 친구들끼리 모여서 놀기도 한다. 하지만 도박이 깊어지면 친구, 도반이라는 의식보다는 이겨서 금전을 취득하겠다는 생각이 지배하게 되고 조그만 일로도 싸움이 일어나기 쉽다.
스님들이라고 왜그렇지 않겠는가. 이 때문에 도박에는 아예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 소일거리라도 말이다. 해서는 안될 일을 하고 억울하다 한다면 스님들을 존경하는 불자들은 얼마나 부끄럽겠는가.
잘잘못은 다음일이고 스님들이 관여된 불미한 사건보도는 불자들을 떠나게 하고 불교의 위상을 추락시킨다. 불교를 훼손하고도 잘못이 없다고 한다면 무엇이 이보다 더 큰 잘못이겠는가.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다. 더구나 부처님 오신날을 환희심으로 맞기 위해 모든 불자들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데, 신심 떨어지게 스님들 도박했다는 기사가 온 천지를 장식하고 있으니 어찌할고. 모든 스님들이 함께 부끄러워해야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징계하고 책임질 사람들은 책임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
잘못을 알면서도 드러나지 않았다고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중스님들의 모임자리에서 도박이 있었다면 이는 어디서든 스님들이 모이면 도박을 하는 부류들이 있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도박사건은 적발된 몇몇 스님들의 일이 아니라 종단전체의 일이며, 스님들 모두의 일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남의 것 빼앗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없다. 도박은 서로의 합의하에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이다. 불구경 하는 것도 그렇고, 홍수에 떠내려가는 물구경 하는 것도 그렇다.모두가 남의 불행을 보며 재미를 느끼는 일들이다. 세속인들은 원래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스님들이 교화하고 지도해 주어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스님들이 그러한 소속사에 함께 휩쓸려 살아간다면 누구로부터 공양을 받을 것이며, 누구로부터 존경을 받으려 하는가.
부처님 오신날 불우한 이웃들을 돕지는 못할망정 도박으로 부끄러운 스님들의 현실을 보는 것이 너무도 슬프다. 불자라는 것이 부끄럽다. 불제자라는 것을 부끄러워해서는 누구도 남아있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불자들 없는 승단이 과연 온전할까. 스님들의 대오각성만이 이일을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불자들이 부끄러워 한다는 것을 조금 배려했으면 좋겠다. 종정스님께서도 진노하셨으니 좋은 방책이 나올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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