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마지막 순간, 그 시간엔 세상 누구라도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자신의 삶이 오롯히 담긴 공간에서 편안하게 속세와의 인연의 끈을 놓고 싶어 한다. 하지만 오랜 병고나 갑작스런 사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그러한 소박한 바람마저 이루기 힘든 이승의 마지막 생채기로 남긴다.
불교 호스피스(임종간호)의 선구자 역할을 해온 불교임종호스피스 ‘수인’ 대표 전옥자씨의 지난 15년의 인생은 죽음이라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삶이었다. 그녀는 하루의 대부분을 죽어가는 이들의 집과 병원, 장례식장, 사찰에서 보냈다. 오직 죽음을 맞이 한 자들의 삶에 대한 목마름에 마지막 물 한 모금을 적셔주는 시간이었다.
지난 19일 대한불교 천태종 청주 명장사에서는 임사체험 행사가 있었다. 사찰 국제선원 불교문화 교양대학에서 주1회 3개월간 12회 강의로 전옥자씨가 진행한 주제는 ‘웰빙(well-being) 과 웰다잉(well dying)’.
마지막 수업에 산자에게 수의를 입히고 염을 하는 장면에서 학생들의 눈빛엔 막연한 두려움이 스쳐간다. 그리고 죽음의 옷을 입은 산자는 한 순간 이승의 미련에 숨 막힌다.
입관했던 산자, 명장사 봉사단체 지장회 회장 김영희(60)씨는 “마치 숨이 멎는 듯한 공포감이 엄습했지만 곧 평정을 찾고 지난 시간을 반성하게 됐다”며 “진정 내가 가는 날, 이러한 슬픔보다는 기쁨을 안고 가고 싶다”고 말한다. 염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학생 전숙자(66)씨 또한 “지금까지 잘 살아 왔나? 이젠 어떻게 살아야 하나? 웃으며 갈 수 있을까?라는 많은 물음표를 품게 됐다”고 밝혔다.
천태종 임종간호 교육과 봉사활동을 통해 인연을 맺은, 호스피스로서의 삶에 대해 전옥자씨는 말한다. “생의 마지막 순간 거의 모든 분들은 자신의 헛된 욕심과 돈의 욕망이 부질 없었음을 안타까워해요. 베풀지 못했던 삶을 후회하며, 육신은 결국 이승의 한 자락 옷일 뿐이며 이젠 다른 옷이 기다림을 절실이 깨닫게 되는거죠.”
삶과 죽음은 하나라는 불교의 진리를 알리며 편안히 임종을 맞도록 돕는 불교호스피스의 봉사. 가장 좋은 수행이자 생활불교의 실천이라는 말이 절실히 와닿는 시간이었다.
강정구 기자 gomoo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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