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한 달래는 마의태자·덕주공주 넋 서려
중창불사 도왔던 소, 우공탑 세워 환생발원
시나브로 꽃바람이 가슴을 적시는 4월 봄날, 월악산 덕주사(조계종 5교구 본사 법주사 말사, 주지 원경스님)로 가는 길에는 지난 겨울 잎을 다 떨어뜨렸던 나뭇가지가 싱그러운 푸른 새싹들을 밀어내고 한껏 몸 단장을 하고 있다.
산수유, 개나리, 목련, 벚꽃, 진달래, 배꽃 등 꽃 대궐을 수놓은 덕주사의 풍광은 기암절벽과 어우러져 섬섬히 박힌 옥구슬이 햇빛에 반사돼 계곡 물에 투영하게 비친다. 예부터 관음기도도량으로 유명한 덕주사는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딸 덕주공주와 그의 오라버니 마의태자의 설화를 간직하고 있는 고찰이다.
전하는 설화에 의하면 마의태자와 덕주공주는 강원도 금강산 한계산성으로 가던 중 월악산 계곡에서 하룻밤을 묵게 됐고, 그날 밤 마의태자는 꿈에 관세음보살을 만나 서쪽으로 고개를 넘으면 큰 절터가 있으니, 그곳에 절을 짓고 석불을 세운 뒤 북두칠성이 바로보이는 영봉에 마애불을 조성하면 억조창생의 자비를 베풀 수 있다는 계시를 받았다. 이에 마의태자는 생생한 꿈 이야기를 덕주공주에게 말했고, 공주 또한 같은 꿈을 꿨다고 했다.
다음날 마의태자는 서쪽으로 고개를 넘어 미륵사지에 석불을 세웠고, 덕주공주는 영봉 아래 마애불을 조성하고 8년 동안 머물렀다. 남매의 지고지순한 사랑과 망국의 한을 달랜 덕주골의 설화는 선묵 혜자스님과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 순례기도회원들의 마음 한켠에 애잔함이 흘러 내렸다.
이 때문일까? 순례법회 3일 동안 이틀은 날씨가 화창했지만, 회향하는 마지막 날은 봄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셨다. 작별을 아쉬워하는 마의태자와 덕주공주의 원혼이 순례회원들과 함께한 짧은 일정을 못내 아쉬워했나 보다.
전국에서 모인 순례회원들은 월악산 송계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소리를 들으며, 푸른 물빛이 감도는 수경대(水鏡臺)를 거쳐 산길을 걸어서 올랐다. 봄빛이 완연하게 흐드러진 산자락 곳곳에는 눈을 즐겁게 하는 풀꽃들이 여기저기 피어 있었다.
“신라 천년사직 왕건에게 내어준 경순왕, 마지막 덕주 공주 그 망국의 한 달래며, 마애불 새기고 신라재건 염원한 곳, 덕주 공주 자신모습 새긴 마애불, 투박하면서도 웅장하고 중창불사 도왔던 소, 죽은 자리 앙증맞은 우공탑 세워 인도환생 발원 하누나”
월간 일심광명(一心光明) 4월호에 수록된 ‘108산사 시(詩)- 월악산 덕주사’의 시를 낭송하며 일주문을 향했다. 먼발치에서 달려 나온 덕주사 주지 원경스님과 사내 대중스님들이 순례회원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108산사 기도회 회주 혜자스님이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백제금동향로를 들고 천천히 경내로 들어섰다. 회원들은 회주스님 뒤를 따르며 석가모니불 정근을 염송했다. 연인원 6천여 명의 석가모니불 정근은 신령스런 영봉을 돌아 계곡 곳곳에 울려 퍼졌다.
경내에 들어선 회원들은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기도에 들어갔다. 회주스님의 천수경 독송과 나를 찾는 입정시간을 가진 뒤 108참회기도에 들어갔다. 회원들은 한 구절 한 구절, 108참회문을 간절한 마음으로 읽으며, 일배일배 정성을 다해 절을 올린다.
108참회 간절한 기도와 절 올려
농촌장터 개설, 효행상 시상 등
원경스님 공양미 27 가마 보시
“제가 살면서 나와 남을 위해 산목숨을 죽이지 않겠나이다. 제가 살면서 남의 것은 무엇이든지 훔치지 않겠나이다. 제가 살면서 나와 남을 위해 사음(邪淫)을 하지 않겠나이다. 제가 살면서 나와 남을 위해 거짓말을 하지 않겠나이다. 제가 살면서 사람과 사람 간에 이간질을 하지 않겠나이다.”(나를 찾는 108 참회문 26~30절)
회주 혜자스님은 “산사순례에 오는 날은 인류의 스승이신 부처님의 참뜻을 마음속으로 새기고 정법을 지표로 삼아 그 깨달음을 얻어가는 더없이 좋고 기쁜 날”이라며 “그러므로 항상 기도하는 생활을 실천하며, 좋은 날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덕주사 주지 원경스님은 “선묵 혜자스님의 원력으로 108가지 봉사활동을 실천하며 오늘날 한국불교 신행사의 큰 획을 긋고 있는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원들이 덕주사를 방문해 감사하다”면서 “덕주사는 월악산이 품고 있는 아름다운 사찰로 이곳의 모든 기(氣)를 안고 돌아가 하시는 일들이 원만성취 되길 바란다”고 했다.
3일간의 법회 동안 108산사순례기도회는 농촌사랑 직거래장터와 다문화가정 인연맺기, 군장병 초코파이 보시, 소년소녀가장 장학금수여, 효행상 시상, 108약사여래보시금 등 다양한 행사를 펼쳤다. 또한 덕주사 주지 원경스님은 북녘동포돕기 300석 공양미 모금에 40kg 27가마를 보시했다.
이재우 기자
http://www.bulgyonews.co.kr/news/24760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2건)
어떤 무식한 목사가 불교 용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기에 진실을 바르게 가르쳐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