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준령, 천년 은행나무 애환서려
청원스님 “일심광명기도 불연소치”
학산농협 직거래장터 개설 ‘농촌사랑’
‘선묵 혜자스님과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순례기도회’ 81차 순례법회가 지난달 20~22일 3일간 충북 영동군 천태산 영국사에서 봉행됐다.
이번 순례기도회는 도선사 선묵 혜자스님을 비롯해 서울 부산 등 전국각지에서 찾아온 불자 6천여 명이 참여했다. 특히 이번 순례기도회에는 네팔 룸비니 공원에서 옮겨온 ‘평화의 불’을 나누는 분등행사를 가져 영국사가 강원도 영월 보덕사에 이어 두 번째 사찰이 됐다.
소백산 준령이 다소곳이 들어앉은 추풍령 자락, 구름도 쉬어가고 바람도 쉬어가는 ‘추풍령 고개’라는 대중가요 노랫말처럼 찌는듯한 무더위에 녹음은 긴 혀를 드리운 채 축 처져 있었다. 계곡 길을 따라 숨차게 오르자, 천년사랑을 머금고 있는 영국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223호)가 순례회원들을 반긴다.
아득히 먼 옛날 임금이 행차해 나라안녕을 기원했다는 은행나무는 긴 세월 적멸을 즐겨온 듯 영국사 목탁소리에 조용히 송경을 할 뿐 돌아선 소박한 부도만이 삼라만상의 자연의 이치를 얘기하는 듯 했다.
곳곳마다 이름 모를 풀꽃들이 가득 피어 있었다. 산길을 천천히 걸어서 올랐다. 기암괴석과 천태산 준령에서 계곡을 따라 졸졸졸 흘러내리는 물소리는 귓가에 닿아 한없이 맑게 풀어졌다. 폐부 깊숙이 신선한 공기가 스며들었다.
영험이 있다는 영국사는 신라 문무왕 혹은 진평왕 때 창건한 사찰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개 고찰이라면 사격이 웅장할 것 같았지만, 영국사는 산세의 자연흐름을 담아 낸 아주 소박한 절이다. 그러다보니 2% 부족한 면을 천년은행나무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구슬땀이 흐른다. 부처님 고행 길을 생각한다. 영국사 돌계단을 오르며, 회주 선묵 혜자스님께서 평화의 불을 두 번째 분등하는 역사적인 현장을 카메라에 꼭 담고 싶었다.
선묵 혜자스님과 영국사 주지 청원스님 등이 서울 삼각산 도선사 평화의 불에서 채화해 온 불을 분등했다. 머나먼 이역 길을 선묵 혜자스님이 평화의 불을 하늘로 육로로 해로로 이운해 오기까지는 분명 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가르침으로 경색된 남북이 서로 손을 맞잡고 평화의 길을 가고, 국민대통합의 염원을 평화의 불을 통해 기원해 보자는 취지였을 것이다. 순례회원들은 분등의 모습을 보고 장엄함에 우리도 부처님과 같이 용맹정진 하기를 서원했다.
영국사 법당 마당을 가득채운 순례회원들은 자리를 펴고, 사경에 들어갔다. 이윽고, 선묵 혜자스님의 인도 아래 108대참회문을 낭송하며, 108배에 들어갔다. 등 너머로 구슬땀이 연신 흐른다. 주위의 회원들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헉! 헉 거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간신히 108배를 마쳤다.
선묵 혜자스님은 순례회원들에게 빙그레 미소를 머금으시며 “이번 영국사 순례는 호국영령 극락왕생과 국태민안을 발원하는 뜻 깊은 순례”라며 “두번째 평화의 불 분등을 영국사에서 하게 된 이 공덕으로 남북의 긴장관계가 해소되고 평화가 정착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혜자스님은 또 “북녘의 평양에도 평화의 불이 이운되어 남북화해의 단초가 되길 다함께 부처님께 기원하자”고 했다.
천태산 영국사 주지 청원스님은 “천태산 동쪽 기슭에 자리한 영국사는 풍광좋은 절로서 양산팔경의 정수”라며 “영동지역의 제1관광지로 천태산과 영국사를 든다”고 했다.
청원스님은 “한국불교 신행문화의 역사를 써 가고 있는 선묵 혜자스님과 108산사 기도회가 전국 사찰을 찾아 일심광명 기도한다는 것은 불연의 소치가 아니고는 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순례회원들은 연꽃 촛불을 한반도 지도위에 밝히는 법회를 봉행하고, 영국사 주지 청원스님과 함께 그 기념비를 세워 의미가 더욱 컸다.
순례기도회는 순례법회 이외에도 군장병을 위한 초코파이 전달, 다문화가정 인연 맺기, 장학금 전달 등 다양한 행사도 함께 펼쳤다.
다문화가정 인연 맺기에는 스루시나치(캄보디아)·체레미(필리핀)씨가 순례기도회 회원 안정임·김순분 씨와 각각 친정엄마와 딸의 인연을 맺었다.
또 극진한 시부모 봉양으로 지역주민들에게 귀감과 찬사를 받고 있는 전승자 씨에게 효행상을, 임기호 씨에게 약사108보시금을, 김정호(중원대 1년), 박병환(청주대 1년), 이동준(충남대 3년) 등 대학생에게 각각 장학금 50만원을 전달했다.
이외에도 학산농협과 양산면 비단강숲마을 등이 함께 직거래장터를 열어 순례기도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산나물, 잡곡, 토마토 등 지역 농산물 및 특산물을 판매했다.
108산사에 띄우는 편지 - 이덕재 농협 영월군지부장
“큰스님의 농촌사랑 감사 할 따름”
충절의 고향, 영월을 찾아 주신데 대하여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영월 보덕사는 단종대왕을 모신 장릉의 수호사찰로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천년고찰입니다. 유서 깊은 이곳에서 선묵 혜자 큰스님과 부처님의 가르침을 열심히 실천하고 계시는 여러 불자님들을 모시고 108산사순례기도회에 자리를 함께 한 것을 매우 뜻 깊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아울러 다문화 여성농업인 인연 맺기 행사를 비롯한 여러 유익한 행사를 마련해 주신데 대하여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불교계의 대표적인 신행단체인 108산사순례기도회의 장도를 이끌어 가시는 선묵 혜자 큰스님을 오늘 처음 뵈었는데 온화한 눈길과 미소가 매우 인상적이시어 첫눈에 큰 스님의 법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큰 스님께서는 농촌사랑 홍보대사를 맡으시어 그 누구보다도 농업 농촌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시고, 농촌사랑을 적극 실천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월 보덕사에서의 농촌여성결혼이민자 인연맺기 행사 등 각종 행사도 큰 스님의 깊은 뜻과 함께 영월지역 구석구석 널리 알려 지리라 생각됩니다.
모든 분들이 다 아시겠지만 요즈음 들어 농촌지역에는 다문화 가정이 상당히 많습니다. 영월지역만 보더라도 180여 가구의 다문화 가정이 즐겁고 행복한 삶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 108산사순례기도회에서의 농촌여성결혼이민자 인연맺기 행사는 매우 뜻 깊은 일이라 생각되며, 앞으로도 더욱 발전되었으면 합니다.
108산사순례기도회는 앞으로 스물여덟번이 남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108산사 순례기도회를 통해 우리나라 농업 농촌의 소중한 가치가 다시 한 번 인식되고,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어려움에 고통 받는 이웃과 모든 중생들에게 부처님의 대자대비한 은덕이 온 누리에 퍼져, 평화롭고 살기 좋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농촌의 발전을 위해 항상 애쓰시는 선묵 혜자 큰스님을 비롯한 여러 불자들의 영월 방문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http://www.bulgyonews.co.kr/news/25154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2건)
어떤 무식한 목사가 불교 용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기에 진실을 바르게 가르쳐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