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수같이 퍼 붓는다. 아니, 하늘에 구멍이 뚫렸다고 해도 맞는 말일 것이다. 108산사순례기도회가 가는 곳이면 언제든지 이적현상이 나타나곤 했는데, 이번만은 예외인 것 같다.
충북 영동 천태산 영국사에 평화의 불을 두 번째 분등하는 날 하늘 저쪽 끝에 해무리가 선명하게 비췄다. 그리고 어느 새 무지개 빛으로 화현해 시방세계를 환희약용하게 했다.
이번 108산사순례기도회의 82차 순례법회는 강원도 춘천 오봉산 청평사이다. 원나라 공주와 상사뱀의 이야기가 전하는 청평사는 조계종 3교구 본사 신흥사 말사이다.
마침, 이날 오후에는 화천 평화의 댐 주변 물 공원에서 6.25전쟁 당시 파로호를 차지하기 위해 중공군, 북한군, UN군 등 각국의 젊은 군인 10만여 명이 목숨을 잃은 현장에서 ‘세계평화 합동 위령제’가 봉행되는 관계로 순례기도회 회주 혜자스님은 어느 때 보다도 분주했다.
계곡 길을 따라 오르는 길은 성난 사자가 포효하듯 구성폭포의 우렁찬 물줄기가 굽이쳐 흘러내린다. 벌써, 하의는 물에 적어 흘러내리고 가늠할 수 없는 빗줄기는 혼란한 마음을 더욱 어지럽게 만들었다.
운무가 내려앉은 오봉산의 산세를 둘러 볼 수 없을 정도로 또다시 굵은 장대비가 내린다. 순례회원들은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이라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빼곡히 들어찼다. 회랑과 회전문 주변, 법당주변, 만세루 주변, 종각주변 등 형형색색의 우산을 받쳐던 회원들의 모습에는 ‘이런 비 정도는 별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 자리를 서로 양보하고 좁은 공간에 108기도 법회 책을 펼친 채 광명진언 사경에 들어간다.
회주 혜자스님은 회원들에게 장소가 협소해 앉은 자리에서 반배로 108배를 올리라며, 스님은 직접 법당에서 ‘나를 찾는 108 기도문’을 낭송하며 일배일배를 올렸다. 들리는 소리는 오직 빗소리만, 일심으로 기도하는 순례회원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곳송곳 맺혔다. 그리고 회주스님은 평화의 초를 법당에 올리지 말고 오후에 화천 평화의 댐에서 한반도를 형상화 한 곳에 평화의 초를 놓고 기도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청평사 주지 홍진스님은 “정말, 대단합니다. 이 비에 이 많은 불자들이 회주스님 인례로 먼 이곳 청평사까지 오신 것을 대중스님을 대표해 감사인사 드린다”며 “오늘 순례회원들은 청평사 법당 앞 마당에 모든 업장을 내려놓고 가기 바란다. 여기 있는 대중스님들이 싹 쓸어서 업장을 녹여 줄테니, 빈 마음에는 행복과 평화로운 오봉산 청평사의 청량함과 정기를 맘껏 담아 가라”고 말했다.
회주 혜자스님은 “청평사 가람불사에 동참하는 인연을 갖기 위해 순례회원들은 기와 한 장이라도 정성을 담기 바란다”며 “그동안 기념식수를 해 오던 것을 3개월 전 부터는 평화의 불 비석으로 조성해 순례성지에 세우고 있다. 이 평화의 불은 청평사 주지스님과 함께 법당에서 분등해 불을 밝혔고, 잠시 후 화천 평화의 댐에서도 평화의 불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회주스님과 청평사 주지스님은 15사단 장병과 주임하사를 법당 어간문 쪽으로 부른 후 순례회원들이 정성을 담아 가져 온 초코파이를 전달했다. 그리고 선묵 효행상(정미옥 씨), 선묵108 약사여래보시금(김현영 씨), 선묵108 장학금(성수여고 한진희, 기계공고 김선대, 기계공고 장혜창)을 수여하고, 다문화가정 인연맺기로 함명옥 회원이 전효연(2007년 베트남에서 시집 옴)씨, 김명숙 회원이 응어티장(2013년 베트남에서 시집 옴) 씨와 모녀의 연을 맺었다.
이윽고, 회주스님과 청평사 주지스님은 법당 마당 한켠에 자리 잡은 평화의 불 비석 제막을 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회주스님은 법당 어간문에 자리해 순례회원들에게 일일이 108염주 알을 나눠줬다. 또한 농촌돕기를 위한 지역 특산물 직거래 장터를 열었다.
기도법회 후 순례회원들은 화천 평화의 댐에서 열리는 한국전쟁 정전 60주년 세계평화 합동위령제에 참석했다. 회주스님은 네팔에서 이운해 온 ‘평화의 불’을 조계종총무원장 자승스님과 강원도지사, 화천군수, 각국 대사에게 분등하고, 채화봉을 높이든 채 채화단에 점화했다. 그리고 순례회원들은 한반도를 형상화 한 대형 현수막에 평화의 초를 밝히고 한반도 평화통일과 세계평화를 기원했다.
폭우 속 순례회원 일념 기도
광명진언 사경 ‘참 나’ 찾기
청평사 평화 불 3번째 분등
법당마당 평화의 불 비석 세워
평화의 불
해와 달이 다 하고
중생업이 다 해도
우리는 둘이 아닌
불이(佛二)의 진리
이 도량 밝게 비춘 평화의 불
남과 북이 하나되길 서원 하오며,
무명 번뇌 모두 태운 모든 중생들
평화, 열반 이루도록 발원 하나이다.
부처님 탄생성지 룸비니를 밝히던
평화의 불을 채화하여 3만리
이운의 길을 통해 한국으로 모셔와
오늘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염원하며…
http://www.bulgyonews.co.kr/news/2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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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견 (총 2건)
어떤 무식한 목사가 불교 용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기에 진실을 바르게 가르쳐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