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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13/11/04 18:13:45 한기선

“출 재가 왕생극락한 아미타 도량, 부처님 진신사리 친견, 환희심 넘쳐”
제85차 순례성지- 강원도 고성 건봉사

만일염불회의 효시, 31명 아미타불 가피
한국전쟁 상흔… 호국 통일 도량 재정비
혜자스님 평화의 불 분등, 남북통일 발원
주지 정현스님 쌀 27가마 108순례회 보시

우리나라 만일염불의 효시 사찰인 강원도 고성 건봉사는 서기 520년 아도 화상이 창건했다. 이후 대찰의 면모를 갖춘 것은 758년(경덕왕 17)에 발징스님이 중건하면서 염불만일회가 결성되는 등 화엄종찰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청명한 가을 하늘과 형형색색의 단풍이 곱게 물든 금강산 건봉사를 향해 선묵 혜자스님과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 순례기도회는 지난 10월 17일~19일 3일 동안 연인원 6천여 명이 부처님진신사리와 아미타부처님을 친견했다.

꼭두새벽부터 전국 법등별로 순례버스에 몸을 실은 회원들은 한계령과 진부령을 넘어 곱게 물든 단풍잎을 보며, 잠시 수학여행 시절로 돌아간 듯 재잘거림을 넘어 모두 행복한 미소가 넘쳐났다.

굽이치는 한계령 고갯길을 숨차게 넘어 온 순례버스는 고갯마루 정상에서 휴식을 취했다. 발아래 울긋불긋 꽃 대궐을 이룬 설악의 준령들이 살아 움직이듯 스물 스물 거린다. 일순간, 동해 짠 맛을 담은 한줄기 바람이 이마를 스쳐지나간다.

그래서일까? 한계령은 내설악과 외설악의 경계를 잇는 한(恨)서린 고갯길의 골짜기 마다 전설을 담고 있다. 그 옛날 한양으로 가기 위해서는 대관령이나 한계령을 넘나들어야 했고, 한국전쟁 당시에는 수많은 사상자가 골짜기 마다 넘쳐났다고 한다. 건봉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내 전각이 전부 폐허가 됐지만, 유일하게 불타지 않은 것은 불이문이다.

검붉은 단풍잎을 보며 갑자기 숙연함을 느끼는 순간 순례버스는 건봉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산속 깊이 고즈넉이 들어앉은 건봉사의 첫 만남은 만해스님의 ‘사랑하는 까닭’을 새긴 시비가 회원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몰래 훔쳐 본 잿빛 가을하늘에는 만해스님의 독립정신과 일제에 빼앗긴 나라를 목숨을 내 놓는 한이 있더라도 기필코 되찾겠다는 결연함이 담겨져 있는 것 같다.

조계종 3교구 본사 신흥사의 말사인 건봉사는 520년(법흥왕 7년) 아도(阿道)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우리나라 만일염불회의 효시이기도 하다. 당시 만일염불회에 참여했던 31명이 아미타불의 가피를 입어 극락왕생했고 그 뒤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이 차례로 왕생했다. 또한 부처님의 치아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는 적멸보궁이 있다.

108산사 순례기도회는 회주 혜자스님과 건봉사 주지 정현스님이 진신사리와 평화의 불을 앞세운 채 능파교를 지나 경내에 들어섰다. 청명한 가을하늘의 기운을 품은 금강산은 순례회원들을 품안 가득히 받아 들였다. 순례회원들은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곧 기도에 들어갔다. 천수경을 염송하고 사경과 안심법문을 거쳐 ‘108참회기도’에 들어갔다.

“나는 보살이고 타인은 미혹한 중생이라 생각하지 않겠나이다. 생사번뇌는 무상하며 환상에 지나지 않음을 알아 생사가 그대로 열반임을 명심하겠나이다. 열반은 생사의 한가운데 있고 따로 존재하지 않음을 명심하겠나이다.”(108참회문 39~41절)

108산사 순례기도회 회주 혜자스님은 “건봉사는 예전에는 민간인이 들어올 수 없었던 민통선 지역에 있는 사찰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을 내지 않고서는 쉬이 찾아올 수 없는 사찰로서 여기에 있는 공기와 바람은 그야말로 천혜의 자연”이라며 “부처님 치아진신사리를 봉안한 적멸보궁이 있기 때문에 108산사순례 회원들이 친견할 수 있는 인연을 갖게 된 것도 불보살의 가피”라고 말했다.

건봉사 주지 정현스님은 “108산사순례 회원들이 건봉사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 여러분들이 최전방에 위치한 천년고찰 건봉사에 오신 것은 부처님의 법연 때문이다”며 “부처님 진신사리를 친견하고, 소구소원을 기원해 뜻하는 모든 일들이 원만성취 되길 바란다”고 했다.

108산사순례기도회가 가는 곳이면 어김없이 하늘에 ‘일심광명’이 떠오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고개를 들어 하늘 저쪽을 쳐다보는 순간 ‘일심광명’ 무지개가 나투었다. 일순간, 순례회원들은 감탄을 연발했다. 자연의 순리라고 하지만, 108산사순례기도회가 가는 사찰 마다 어김없이 일심광명 무지개가 떠오르는 것을 보면 정말, 불가사의한 부처님의 위신력 앞에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108산사 순례기도회는 다문화가정 인연 맺기와 초코파이 보시, 소년소녀가장 장학금 수여, 효행상 시상, 108약사여래보시금 전달 등 다양한 나눔마당을 펼쳤다. 건봉사 주지 정현스님은 북녘동포돕기 공양미 300석 모금에 40kg들이 27가마를 보시했다.

또한 건봉사 경내에는 고성지역 농특산물 직거래장터가 마련돼 청정 쌀과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유기농산물, 각종 먹거리 등을 판매, 농가소득에 도움을 줬다.
이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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