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세월호 참사 100일에는 온 국민의 바램대로 세월호특별법이 제정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도 그럴 것이 100일 동안 정부 여당이 보여 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사법기관에서 유병언을 잡겠다고, 또 대통령까지 나서 독촉 했지만 결국 국민에게 전해 준 것은 백골화 된 변사체를 발견했다는 것뿐이다. 시체를 처음 발견한 주민들과 검경의 말은 다르고, 급기야 국과수에서는 죽은 변사체가 유병언은 확실하지만, 사인은 밝힐 수 없다는 것이다. 시신이 너무 부패해 도저히 현대 과학으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다보니 국민 대다수가 믿지 못할 정부, 하는 일 없는 검경이라고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사체를 발견한 주변에서 유병언이 착용한 안경을 발견했다는 경찰의 호들갑 섞인 말을 들었지만, 그 역시 유병언이 평시 착용하고 다닌 안경이 별장에 있는 것을 확인한 경찰은 궁색한 답변마저 내놓지 못했다.

세상살이 누굴 믿으라는 것인가? 뉴스속보로 오르내리는 유병언의 사망 날짜에 대해 짜증이 난 아들 녀석이 한 마디 거든다. “참말로, 누굴 믿어야 되는거야? 진실이 없는 세상, 정의는 죽었다”며 혀를 찬다.

여야가 약속한 100일, 25일인 그날은 경기도 안산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시민·학생 등이 노란조끼와 노란우산을 받쳐들고 서울 시청 광장에 도착했다. 우중을 뚫고 100리 길을 서로 부축하면서, 그런데 새누리당정책위의장인 주호영 국회의원은 “세월호 사고는 단순한 교통사고이다”고 치부해 버렸다.

적어도 천안함 용사 그 이상의 배상은 안된다는 마지노선까지 착실히 제기하면서 말이다. 그 사이 불교와 천주교는 100일을 맞아 위령재와 추모미사를 올렸다. 불교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28개 종단이 조계사 대웅전에서 유가족 10명과 단식농성 중인 유족,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안전한 사회건설을 위한 약속’을 부처님께 서원했다.

노란리본을 가슴 한켠에 단 불자들과 유가족들은 25일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여당과 보수단체들이 호도하고 있는 여론몰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반드시 진상규명을 통해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는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100일이 평일이어서 그랬을까? 조계사 대웅전에 참석한 사부대중이 넘쳐나 앞마당까지 자리를 잡고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할 줄 알았던 기자의 일말의 기대는 부서져 버렸다. 또 저녁 늦은 시간 시청광장에서 거행된 세월호특별법 제정 범국민대회도 젊은 불자들의 모습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 광화문 광장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도철스님 옆에 동조 단식은  못해도 ’80년대 민중불교를 부르짖으며 민주화투쟁에 나섰던 선배들의 얼굴에 부끄러움은 주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

대불청·대불련 그 젊은 혈기를 어디에 쓸 것인가? 불의를 통해 정의를 배웠고, 거짓을 통해 진실을 배웠듯이 백성의 부름이 산천을 뒤흔드는데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이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