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2565년 다시 '부처님오신날'을 맞는다. 바로 모든 생명이 평등하고 존엄하다는 깨달음을 보여주시고 일체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부처님께서 오신 날이다. 깨달음이란 인격의 존엄함을 구체화하는 일이요, 인간다운 인격을 실현하는 일이다. 그리고 구제란 인간을 근원적 속박과 고통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고 해방시키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부처님 오신 이 날을 인간존엄의 시대를 연 위대한 날이라 믿는다.
오늘 부처님 오신 날, 또 우리는 겸허한 마음으로 성찰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또 불교가 이 시대에 그 구제적 기능을 다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는 고통 받는 이웃이 많이 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현상이 더욱 깊어지고 빈부의 격차도 커지는 만큼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나날이 늘어만 가고 있다.
더구나 지금 우리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온 국민이 수년째 고통 속에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는 심각한 경제난을 동반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가정이 해체되는 등 갖가지 사회적 문제를 야기 시키고 있다. 사실상 휴·폐업 상태에 놓인 숱한 기업의 실직자들이, 또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자영업자, 일일 노동자들이 언제, 어디서 얼마나 거리로 내몰릴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또 그로 인한 가정적·사회적 고통이 어떠할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코로나19’의 여파는 경제뿐만이 아니다. 코로나로 인한 ‘우울증’과 사회의 무감각 ‘도덕적 무관심’이 우리사회 전체를 짓누르고 있다. 연일 확진자가 폭증하는 사태를 보면서 불안과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고, 이웃에 대한 무관심과 도덕적 무감각이 만연하고 있다.
지금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는 각종 강력범죄, 특히 아동학대 등이 이러한 사회적 불안과 무관심속에서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때 일수록 사회구성원 모두가 힘을 모으고, 위기일수록 서로를 위로하고 도우면서 극복해나가야 한다. 지금 ‘코로나19’의 상황이 바로 그러하다.
우리는 지금 종교에 보다 넓은 사회적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 불교도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종교가 되어야 한다. 중생구제와 자비실천이라는 불교의 본래 면모를 회복해야 하고 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부처님 오신날, 오늘 모든 불자들이 자신과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등을 밝히는 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땅의 고통 받는 이들, 가난한 이들, 소외된 이들을 위해 등을 밝히고 우리 사회 전체의 평안과 행복을 위한 간절한 염원을 담아 등불을 밝혀 주기를 발원한다. “나를 위해 등을 밝히는 이는 어둠에 갇히고 남을 위해 등을 밝히는 이는 부처님과 보살님께 등을 올리는 것”이라고 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온 국민과 더불어 봉축하면서 조속히 ‘코로나19’사태가 종식되어 인류가 이 고통을 벗어나고 특히 어려운 나라, 가난한 이들의 고통 역시 덜어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이 땅에 모든 고통과 질병, 혼란들이 부처님의 가피로 모두 사라지기를 기원한다.
발행인 김성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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