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들어 탈북한 사람들이 개인 방송인 유튜브에 나와 탈북의 동기와 과정, 그리고 탈북 후 한국에 정착하면서 겪은 놀라운 경험을 이야기하는 토크 쇼 형태로 진행되는 방송을 자주 본다.
이런 토크 쇼를 보다가 문득 탈북한 북한 주민들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퓨전 사극의 주인공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17세기 사극에서 극중의 배우가 문득 손목시계를 본다거나, 신하에게 연락이 되지 않는다면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하는 임금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화장실의 양변기를 처음 본 북한 이탈 주민이 양변기에 올라가 옹색한 자세로 볼일을 봤다는 실패담이나 양변기 속의 물이 북한에서 항아리에 받아 둔 마실 물쯤으로 알고 퍼먹었다는 웃지 못 할 말을 듣노라면 비녀를 꽂고 상투를 튼 17세기쯤의 조선의 평민이 갑자기 21세기의 서울 한복판에 나타난 퓨전 사극으로 보이는 것이다.
극소수의 엘리트 계층을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에 살면서 극단적으로 폐쇄된 사회에 살던, 그래서 극단적인 비문명적 환경에서 최첨단의 대한민국으로 넘어 온 탈북민들은 비록 그들이 의도했다고 하더라도 갑작스레 바뀐 환경에서 시대를 뛰어넘은 문명의 충돌을 느꼈을 것이다. 그것은 K-팝이나 K-컬쳐를 이해하지 못한데서 오는 문화적 충돌의 문제를 뛰어넘는 문명적 충돌의 문제인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인 사무엘 헌팅턴(huntingtunm, samual P)은 ‘문명의 충돌’ 이라는 책을 통하여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미국과 공산주의를 대표하는 소련이 그 주도권을 잡기 위하여 극단적인 대립을 해 왔으나 80년대 말 소련이 갑작스레 붕괴하면서 미, 소 중심의 양극체제가 미국 중심의 포스트 아메리카로 표현되는 단극체제가 되었다가 이제는 중국의 부상과 러시아의 부활, 그리고 유렵연방체인 EU의 출현으로 다극체제(multi – polor)로 재편되었다.
헌팅턴은 소련과 미국의 양극의 질서하에서 그들을 대신하여 전쟁을 벌이던 대리전쟁 국가들 내부에서 쌓여 온 갈등과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이념을 대체하는 새로운 이데올로기로서의 정체성이 충돌하면서 이것이 분쟁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사무엘 헌팅턴의 이러한 예언은 남한과 북한의 갈등에서 현실화 되었다.
소련이 몰락하여 힘을 잃은 후 새로운 강자로 등장한 중국을 등에 업은 가장 호전적이고 비이성적이며 야만적인 북한과 그들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미국과 일본을 축으로 하는 3국 협력 체제를 가동시킬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가동한 대한민국은 날로 발전을 거듭했지만 사회주의 체제를 택한 북한은 세계 최빈국이라는 부끄러운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된 것이다.
6.25 전쟁이 끝난 후 70여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한국과 북한은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는 단일 민족 임에도 그 정체성의 차이가 경제의 차이로 나타났고 경제력의 차이는 결국 문명의 차이, 문화의 차이로 나타나 하나의 지역에서 갈라진 두 체제의 갈등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이질화되었다.
세계 약 200여개 국가 가운데 한국은 최상위권의 경제력을 가지게 되었지만 북한은 거꾸로 최빈국의 나락으로 떨어져 북한의 국민 총생산은 대한민국의 5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형편이 되었다.
풍요의 삶을 누리는 한국과 달리 북한은 그 경제가 폭망을 거듭하여 1980년대 후반 몇십만 명의 아사자가 나온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쳐야 했으며, 금년 쯤에 또 다시 그런 위기가 올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때에 북한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그들과 달리 풍요로운 남한의 소식을 입소문으로 듣게 되면 처음에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하다가 나중에는 반신반의하게 되고, 그 다음에는 혹시...하면서 부분적으로 믿게 되다가 나중에는 완전히 믿게 되고 결국에는 한국 사회를 동경하다가 급기야 탈북 대열에 들어서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즉 그들은 의심- 반신반의 – 인식 – 동경 – 탈북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해방 된 후 언론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전체주의를 채택한 북한은 남한을 미제의 앞잡이라는 구호에서부터 거리에는 거지와 깡패가 버글거리는 썩어빠진 나라라는 일방적 선전에 몰두하였다. 달리 정보를 얻을 길이 막혀 버린 일반 주민들은 당과 수령이 하는 일방적 선전에 매몰 될 수 밖에 없었으니 한국이 단기간에 선진국으로 발돋움 한 나라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을 것임은 당연하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아무리 통제를 하더라도 국경 지방을 중심으로 한 밀무역을 통하여 남한 우월한 경제가 속속 북한의 주민들에게 전해지게 되고,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을 통한 남한의 발전상이 서서이 전파되었다. 특히 환상적인 맛으로 알려진 초코파이를 만드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이 믿기 어렵지만 믿게 되었고, 삼성이나 엘지의 세탁기, 냉장고, 티브이, 쿠쿠밭솥 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의 자동차 메이커인 현대, 기아차가 남한 것이라는 사실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다.
북한 당국도 이제는 더 이상 ‘거지만 득시글거리는 불쌍한 남조선 인민’ 이라는 터무니 없는 선전은 하지 못하게 되었다.(다음 호에 계속)
시인 김용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