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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23/10/25 11:56:23  이한규
최해철의 禪茶一味(9회)
보이차의 불편한 진실(4)

산화와 발효

최근에 보이차의 산화와 발효에 대하여 질문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보이차를 생산할 뿐 과학자가 아니라서 세밀한 분석은 어렵고 영어로 명명된 각종 원소 기호들을 나열하기도 솔직히 벅찹니다. 그러나 보이차를 이해함에 있어서 이 부분은 아주 중요한 사항이기에 여러 자료들을 참고하여 다시 한번 정리해 보았습니다. 작년에 식품학을 전공하고 중국에서 관련 업종에 오래도록 종사한 경력이 있는 진제형 선생님과 이 부분을 두고 토론한 내용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진제형씨 블로그 #중국명차연구소 그리고 멍하이 일기 *차과학 편에 소개되어 있으니 다시한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효소란? 각종 화학반응에서 자신은 변화하지 않으나 반응속도를 빠르게 하는 단백질을 말한다. 즉, 단백질로 만들어진 촉매라고 할 수 있다. 모든 효소는 특정한 온도 범위 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작용한다. 대개의 효소는 온도가 35∼45℃에서 활성이 가장 크다. 하지만 온도가 그 범위를 넘어서면, 오히려 활성이 떨어진다.

 

미생물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생물. 바이러스 곰팡이 세균 효모 등이 있다. 효모는 고등 미생물, 산화는 물질이 산소와 결합하여 변화하는 것이다.

발효한 효소 작용에 의하여 유기물에서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는 대사 과정을 발효라고 한다. 효모가 자신의 효소를 이용해서 호흡을 한 결과이다.

 

​위의 정의는 네이버 사전을 참고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사실은 훨씬 더 복잡한 내용들이 있지만 차를 만들면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내용들만 간추려본 것입니다. 보이생차는 찻잎 속에 함유된 주성분인 폴리페놀이 폴리페놀옥시다젠 이란 산화효소에 의해 산화되어 황색을 내는 데아플라빈, 적색의 데아루비긴 등으로 변화합니다.

 

차나무에 찻잎이 매달려 있을 때는 찻잎 속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과 폴리페놀 산화효소는 세포막으로 분리되어 있어 만나지 못합니다. 그러나 채엽과 위조 유념 과정에서 세포막이 깨지면서 두 성분은 만나게 되고 산소와 접촉하여 산화하게 됩니다. 그러나 찻잎을 살청(찻잎 내부 온도 80도 전후) 증기(일본) 등으로 열처리를 하게 되면 산화효소는 비활성 상태 즉 존재하지만 활동하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시장에 판매되고 있는 차들은 이미 완성된 차들입니다. 보이차도 다른 대부분의 차들과 마찬가지로 살청과 유념 그리고 건조를 통해 생산된 차입니다 즉 효소를 비활성 되게 하여 완성한 차입니다. 그러므로 일반적인 건조한 환경에서 보관된 대부분의 보이차는 변화를 차단한 상태의 차 즉 산화와 발효의 여지를 차단한 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흑차류 일부를 제외한 녹차 백차 황차 청차 홍차 등 대부분의 차들은 출시 후 산화와 발효가 다시 진행되면 변질된 차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엔 이러한 차들도 노차의 가치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보이차에 있어서 산화와 발효 문제는 다소 복잡합니다. 보이숙차는 분명히 미생물 작용에 의한 악퇴 발효 과정을 통해 생산된 차입니다. 그러나 보이숙차 또한 마지막 건조과정을 통해 잔존하는 미생물을 제거하고 포장하여 출시한 차입니다. 위에서 열거한 여러가지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살펴보면 보이차 또한 다른 차들과 비슷한 과정을 통해 생산되었기에 변화하면 변질된 차가 되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그러나 보이차의 경우 '월진월향' 즉 햇차보다 오히려 세월이 경과하면서 맛과 향기가 달라진 노차의 가치가 현재 시장의 정점에 있습니다. 일단 완성되어 출시된 차이지만 세월과 더불어 새로운 맛으로 다시 태어난 차가 더욱 가치 있는 차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보이차가 이렇게 다소 신비한 혹은 이상한 차로 다시 태어난 것은 청나라 말기 또는 민국시대 초기에 윈난에 불어닥친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홍콩으로 판매되었던 보이차가 1990년대에 노차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이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옛날에 운남에서 생산된 여린 잎 위주의 고급 보이차는 주로 사천 북경 상해 등 내륙으로 판매되었습니다. 그리고 다 자란 거친 잎 위주의 낮은 품질의 차들은 티벳 홍콩 등으로 판매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거도 이러한 차들이 노차 열풍의 진원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내륙으로 판매되었던 각종 고급 차들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보이차보다 많이 생산되었던 녹차와 홍차 또한 노차가 발견되지 않습니다. 이유는 당시엔 노차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홍콩으로 수출되었던 저렴한 보이차는 일과를 마친 노동자들이 '차루(茶樓)'에서 식사를 할 때 무료로 제공된 음료였습니다. 고급차가 아니었기에 특별하게 관리하지 않았고 고온다습한 지역적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산화와 발효가 진행된 차였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의 음용 습관과 기호에는 오히려 딱 맞는 차였습니다. 그래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보이차 문화가 탄생한 것입니다. 유통과 보관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변화한 차도 있고, 나중엔 완성된 모차에 물을 뿌리는 방식으로 처음부터 변화를 의도한 것도 있었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볼 수도 있지만 차의 역사에서는 가히 혁명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사 이래 인류가 차를 개발하고 마셔왔지만 언제나 햇차를 마셔왔고 이른 봄 여린 싹으로 만든 차가 고급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윈난의 골짜기에서 생산된 낮은 등급의 차가, 오랜 세월 방치되다시피 보관되었던 차가,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고급차로 천지개벽한 것입니다. 노차의 가치와 개념이 보이차에서 처음으로 형성된 것입니다.

 

다른 차와 달리 보이차에서 먼저 노차의 가치와 개념이 형성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보이차의 생산과정부터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보이생차는 가공 방식에서 녹차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마지막 단계인 건조를 햇볕으로 하는 쇄청이라는 독특한 과정이 있습니다. 가공 후 모차 상태에서의 보이차는 녹차와 비슷해 보입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도 보이생차는 근본적으로 녹차와는 다른 차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보이차와 다른 차를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근거는 지역과 품종이 아니라 보이차만의 가공 방법인 쇄청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윈난에서도 녹차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녹차를 쇄청으로 만드는 경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보이차는 유념 과정에서 차의 진액이 흘러나온 상태에서 햇볕에 말립니다. 태양의 각종 광선과 유념한 찻잎이 만나는 과정에서 다른 차와는 다른 보이차만의 독특한 향기와 맛이 형성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것이 보이차 진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만 구체적인 설명을 보태기엔 과학적 자료가 부족합니다.

 

저는 현재 보이차를 생산하고 있지만 과학적 지식의 부족함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제야 전문가들의 조언을 경청하고 있습니다. 식품학을 전공하셨거나 해당 분야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의 합리적인 논리는 제가 보이차를 생산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제야 전문가님들의 아낌없는 조언과 충고를 바랍니다.

 

그리고 보이차의 포장 방식은 죽피를 사용하며, 지역에 따라 보관하는 방식, 음용하는 계층도 조금씩 다른 차였음을 역사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홍콩 등 고온다습한 환경 속에 보관된 노차의 대부분은 백상 등 미생물이 작용한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찻잎 속의 산화효소와(폴리페놀옥시다젠) 미생물이 결합하여 발효가 진행된 차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발효의 문제는 미생물이 작용해야 하는데 보이차의 일반적인 보관 환경에서는 미생물의 작용은 극히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년 내내 습도와 기온이 높은 특정 지역에서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보관 과정에서 산화와 발효가 동시에 진행될 수 있으며 또한 의도적으로 습도와 온도를 조절하여 미생물이 작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건조한 환경에서 보관된 차는 느리게 자동산화합니다. 그러나 보이차는 녹차 홍차 등과 달리 죽순 껍질로 포장하였고 또는 종이 포장이라서 외부의 간섭이 용이합니다. 그래서 밀봉된 차들에 비하여 산화의 속도는 빠를 수 있습니다. 또한 차가 보관된 장소와 습기의 노출 정도에 따라 미생물이 작용하여 발효가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보이차는 외부의 간섭이 용이하기에 산화도 촉진될 수 있고 동시에 상황에 따라 발효도 진행될 수 있는 차라고 일단은 정의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의 주제는 다소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라서 계속 공부해 가면서 논리를 보완하도록 하겠습니다.

 

오운산 대표 최해철 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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