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봄입니다. 노승이 거주하는 사천 신해사 남녘은 며칠 사이로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더니, 계절에 앞서 꽃들이 피어오르기 시작합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라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사람들은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는 것을 알고 봄맞이 준비를 하는데, 식물들은 무슨 이유인지 인간보다 계절을 먼저 알고 준비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자연의 순리가 신기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우리 인생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가진 것이 좋고, 행복하고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돈이 최고다, 자식이 최고다, 건강이 최고다 등 수많은 행복의 기준을 생각하고 행복하다고 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 역시 그들의 주장에 동의를 하거나 맞을 것이라고 고개를 끄덕이곤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세상에 4가지 고통이 있어 인생은 고라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네 가지 고(苦)는 무엇일까요? 경전에서는 ‘고(苦)’는 생로병사의 괴로움, ‘집(集)’은 ‘고’의 원인이 되는 번뇌의 모임, ‘멸(滅)’은 번뇌를 없앤 깨달음의 경계, ‘도(道)’는 그 깨달음의 경계에 도달한 수행을 이른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4가지 근본적인 고통은 우리 삶을 더욱 힘들게 합니다. 이 고통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바로 집착에서 근거합니다. 집착하면 모든 것에 장애가 생기게 될 것입니다. 집착하면 스스로 스트레스를 만들고 그로 인해 암을 만든다고 어느 학자가 논문에서 발표할 정도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집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네 삶을 괴롭게 만드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집착입니다. 집착하는 마음엔 아무리 아름다운 것을 보아도, 아무리 맛있는 것을 먹어도, 아무리 명예가 드높아져도 만족할 수 없으니 어찌 행복할 수 있을 것인가요?
TV프로에서 보면 자연인의 삶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사람이 모든 것을 정리하고 산속으로 혹은 오지로 들어가 자연식에 의지하여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말기 암을 비롯한 자신의 병을 치료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밝히고 있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요? 바로 세상에서 더 잘 살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우리 스스로 병을 키우고 있었다는 모습을 알 수 있었습니다.
병을 고치려고 노력한다 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병을 치유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어쩌면(?) 좋은 수행의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젊은 나이에 왜 내가 죽을 병이 걸렸는가? 내 병은 어디로 왔는가? 아프고 나면, 이런 생각을 한 두 번은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리석게도 병을 고칠 생각을 하지 않으면 죽게 되겠지요. 그러나 우리 불자들은 병을 깨달음을 얻는 공부라 생각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집니다. 어느 정도 자신의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병을 통해 알게 되는 것은 수행자라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소중한 계기가 되겠지요.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무슨 소리를 하는가 하고 말을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제가 말한 바 대로 수행자라면, 언제 어디서라도 죽음을 놓아줄 줄 아는 불자라면 이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자신의 병이 어디서 왔고, 그 병의 원인을 알면 치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설사 그렇지 못해도, 우리는 윤회를 믿고 부처님의 나라로 순례하는 선재 동자의 후배들이라면 자신의 삶을 우리 스스로 정리하고 더욱더 부처님의 나라로 간다는 발원을 세우는 수행자라 할 수 있습니다.
세상천지에 보이고 들리는 것 모두를 우리가 알 수 없습니다. 우리가 만나고 접한 대상들에 대해 알려고 하고 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부단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되지 않을 때 스트레스 받고 경제적 어려움에 놓이게 됩니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은 왜 그것이 나를 괴롭히고 그 문제에 대해 훌륭히 해결 방안을 스스로가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알고 있음을 스스로 멀리하고 외면하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을 받아들이게 되면 다시 우리는 자기 반성과 참회에 더불어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을 갖고 열심히 시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지고 보면 능력과 실력이 없으면서 잘난 체는 하고 싶은데, 현실이 따라주지 않으니 생기는 것이 스트레스이고 고통입니다. 결국 갖춤과 질량이 부족하여 안되는 자신의 문제를 남에게 뒤집어 씌우는 것에서 일어나는 것이 바로 분쟁이고 고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내가 고통스럽지 않으려면 오직 자신의 모순과 모자람과 부족을 깨닫고 공부하면 됩니다. 누구를 원망하고 탓할 것이 아니라 내 눈에 보이고 들리는 것이니, 우리 자신의 공부라 생각하고 다시 한번 더 내 문제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문제를 풀어나가는 공부를 하면 됩니다.
집착은 만족을 모르는 무지한 마음 때문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집착을 여위는 것이 행복의 문으로 들어가는 요체인 것입니다. 집착을 여위기 위해선 바르게 깨어있어야 합니다. 바르게 깨어있기 위해선 바르게 집중하며 걸어가야 합니다.
집착을 여윈 맑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이 괴로움만 가득한 곳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괴로움은 오히려 깨달음을 향하게 하는 의지를 불러 일으키게 합니다. 괴로움이 있음으로 인해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라 생각하면 그것이 더 큰 공부법이라 하겠지요. 그러니 더욱 반발하여 정진하도록 합시다.
신해사 회주 무공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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