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웠던 겨울 날씨가 어느새 시원하고 상큼하게 느껴지는 3월 중순입니다. 참 세월은 무정하게 흘러갑니다. 하루하루는 긴 것 같은데, 일 년보다 지나온 세월은 너무나 짧게 느껴지네요.
영원할 것 같던 젊음도 가면서 알고 지내는 사람들 머리엔 어느새 서리가 내리고, 몸도 예전보다 못하네요. 또 날씨마져 겨울인듯 싶은데 어느새 꽃피는 봄이 되었네요. 그 차이가 경내만 벗어나면 저절로 느껴집니다.
활짝 핀 매화 소식에 남녘부터 봄이 절정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먼저 봄을 맛보고 즐기고 싶은 사람들로 인해 남쪽 언저리에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멈추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오래 이 세상을 살고 싶어 합니다. 곧 죽어야지 하면서도 실상 그 마음 언저리에는 누구보다 더 이 세상을 살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입니다. 80 넘고 90 넘은 분들에게 내일 죽고싶어 하니 죽으세요 하면 그 말을 들은 사람들치고 좋아하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죽고 싶다 말을 하지만, 그 말 이상으로 더 살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후 죽음 이후를 두려워합니다. 한평생 살만큼 살았으니 말은 하지만, 실상 죽음 그 이후의 세상은 우리가 접해보지 못한 세상입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심리를 살펴보면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불자들은 부처님과 경전을 통해 죽음 이후의 세계에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초기 부처님의 가르침을 묶어 놓은 <아함경>에 이릅니다.
“세상에 난 것이란 죽고야 말고 목숨이 길다 해도 끝이 있나니. 성한 것은 반드시 쇠하여지고 모인 것은 마침내 흩어진다네. 젊었던 나이라도 오래 못 가고 건강에는 병고가 침노하나니. 이 목숨은 죽음이 빼앗아 가서 항상 있는 법이라곤 하나도 없네.”
무정한 것이 세월입니다. 한 것 없는데, 뒤돌아보면 지나온 세월의 무상함이 우리를 더욱 움츠리게 합니다. 세상살이가 힘들어 뒷날을 준비하지 못하면, 남는 것은 탄식 소리만 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누가 우리를 이해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우리 자신을 되돌아 보고 반성하는 이 순간이 중요합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바꿀 수 있는 시간이 오늘 이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도 말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삶에 지친 사람들 중엔 자신의 박덕함을 한탄하고 세상의 각박함을 탓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그러한 심정이 십분이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박덕과 세상의 각박함만을 탓하지 말고,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과 능력을 활용하여 바라는 바 없이 사람들에게 베풀어 보십시오. 앞으로 우리가 복을 짓는 것은 베품과 회향의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보시는 덕을 증장하고 인심을 순화시키는 묘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초기 경전인 <증지부경>에 이릅니다.
“옷과 침상과 먹을 것과 마실 것과 다른 필수품을 기꺼이 보시하는 자, 올바른 존재에게 마음에 드는 것을 보시하면 마음에 드는 것을 얻는다네.
보시하고 베푼 것을 후회하지 않고 거룩한 님을 공덕의 밭으로 알아 보시하기 어려운 것을 보시한 참사람. 마음에 드는 것을 보시하면 마음에 드는 것을 얻는다네.”
불교는 많은 부분에서 우리 자신을 바꿀 기회를 주곤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보시는 우리 삶을 바꿀 중요한 시점이기도 합니다. 보시는 나보다는 남을 생각하는 기준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보시는 물질적인 것 뿐만 아니라, 말과 몸과 마음으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행함에 걸림없이 나눠주고 베풀어주어야 합니다. 또한 보시를 행하되 행함에 걸림이 없어야 됩니다.
이 세상은 무상합니다. 우리 삶은 그 무상한 시간을 함께 해 왔습니다. 그러기에 얻어도 얻었다 자랑하거나 흥분하지 말고 잃어도 잃었다 하지 말아야 합니다. 본래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좋은 생을 살다가신 주인공입니까? 혹은 조연입니까? 주연의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분들은 주인공의 마음으로 세상을 살피고 아껴주셔야 합니다. 조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조연은 주인공의 역할을 잘 보조하여 보다 나은 생을 만들어 가는 큰 역할입니다. 남의 역할을 사는 것이 아니라, 조연의 삶을 잘 살면 그 삶이 바로 주인공의 삶으로 바뀔 수 있는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도 주인공인지 조연인지 자신의 삶을 잘 살피는 불자님들이 되시길 당부 드립니다. 그러면 그 인생은 좋은 삶을 살다가는 인생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해사 회주 무공 스님
http://www.bulgyonews.co.kr/news/38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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