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열 달이 차서 4월 8일이 되었는데, 부인이 나가서 유람하여 무수(無憂樹) 아래를 지나다가 문득 오른쪽 겨드랑이로 태자를 낳으셨다. 갓 태어난 태자는 일곱 걸음을 걸으며 한 손으로 하늘을, 또 한 손으로 땅을 가리키며 말하기를, ‘하늘 위와 하늘 아래서 오직 나만이 높도다. 세계가 모두 괴로움이므로 내가 장차 편안케 하리라’고 하였다.”<수행본기경 보살강신품>
다시 불기2568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합니다.
주간불교 독자들과 2천만 불자 여러분, 중생 구제의 일대사인연으로 오신 아기 부처님의 탄생을 다 함께 봉축하고 찬탄합니다.
앞에 경전 말씀은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아기 부처님 탄생게(誕生偈)입니다. 매년 부처님오신날이 되면 되새겨 보는 구절이라 우리 불자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경전 가르침입니다.
부처님의 탄생게는 각 경전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근본적인 뜻은 대동소이(大同小異)합니다. 그러니 부처님오신날이 되면 누구나 한마디씩 하다 보니 익숙해져 이해의 정도가 깊어야 하는데 사실 그렇지 못하고, 생활에 쫒겨 살다 보니 절에 가면 부처님 가르침이 생각나는데 절만 벗어나면 생각하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너무나 많은 고민과 일들로 인해 불교적 삶은 멀리 한 채, 부처님오신날만 되면 요란스럽게 불자임을 자각하고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자 생각하면 떠 오른 것이 바로 앞의 경구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 속에 깃든 의미를 어떻게 이해해야 되는지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매년 우리는 그 뜻을 법사 스님으로 잘 배우고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또 쉽게 잊고 마는 것이 앞의 경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탄생게에 담겨 있는 의미에 대해서 확실히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부처님 탄생게의 첫 구절인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은 모든 생명체는 근본에 있어서 절대 평등함을 깨우치신 대평등 선언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중생들의 노력에의해서 부처와 중생의 차별상이 있음도 역시 일깨워 주신 것입니다. 이 선언은 부처님의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 즉 이 세상에 태어나신 목적을 밝힌 것입니다.
범부였던 싯달타 태자가 자신 가운데 본래부터 간직되어 있던 진리를 스스로 깨치셔서 부처님이 되셨다는 사실은 우리들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가 됩니다. 그런데 이 진리는 싯달타 태자만 아니라 중생이 모두 다 갖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바로 무명 중생들이 갖추고 있는 부처의 성품, 이것을 가리켜 우리는 불성(佛性)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무명 중생일지라도 노력 정진하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의 전제조건은 참으로 고통속에 살고 있는 무명 중생에게는 큰 위안이 되고 희망이 됩니다. 그러나 냉엄하게 보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는 있지만, 부처가 될 만큼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절대적 조건이 따라 붙어야 된다는 점입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지극히 기도하고 빌면 부처가 될 것이라 생각하면 과연 부처를 이룰 수 있을까요? 어느 누구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나 생각으로는 알고 있지만, 나(我)라는 예외는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 자신입니다. 바로 나를 중심으로 탐참 때문입니다.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기에 집착과 상이 생기고, 그로 인해 고통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런 마음을 잘 관찰하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를 잘 살펴야 합니다. 바로 이것이 수행이고 마음공부입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는 경전 가운데 <자타카>라고 하는 경전이 있습니다. 이 <자타카>는 ‘태어나 있었을 때의 사건’을 의미하는 말로 부처님 전생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한역(韓譯)해서 <본생경(本生經)>이라고도 합니다.
이 경전은 부처님이 이 세상에서 성도하여 깨달은 사람이 되었던 것은 현세에서의 수행 때문만이 아니고 이 세상에 태어나기 이전에 한없이 반복되어 온 생애에서 수행을 쌓아온 결과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경전입니다.
이 <자타카>를 살펴보면 부처님께서는 전생부터 깨달음을 이루기 위하여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 등의 덕행을 실행했고, 수 억겁 동안 수많은 모습으로 보살행을 닦아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상세히 설하고 있습니다. 이 경전을 읽다 보면, 미혹한 중생들도 또한 영겁에 걸쳐 수행을 계속하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단시간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오랫동안 노력한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을 경전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또 성불이라는 종교적 목표에 대해 미리 겁을 먹고 ‘그 어려운 길을 나는 할 수 없어’라고 체념하는 중생들에게는 비록 작은 일일지라도 오랫동안 노력하면 뒤에서 성불이라는 거대한 결과도 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곧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합니다. 오늘은 부처님의 탄생을 위주로 부처님오신날을 대충의 그냥 행사가 아닌 진정한 부처님 오심을 진심으로 모시고 경탄해야 하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기를 바랍니다. 모두 성불하십시오.
신해사 회주 무공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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