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종은 그동안 많은 내홍에 시달렸다. 대외적인 위상도 추락하고, 종단의 운영 또한 파행으로 치달랐다. 전 집행부인 제27대 총무원장 호명 스님의 노력으로 많은 부분 갈등을 봉합하고 종단의 안정화를 기했다. 이어 제28대 총무원장으로 취임한 상진 스님은 종단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많은 것을 바꾸어 나갔다. 차츰 한국불교 정통종단의 위상을 재정립해 나가는 태고종은 지난 4월 30일 제21세 종정 운경 대종사 추대법회를 봉행하고 종단의 정신적 기틀을 세웠다.
새로 취임한 운경 대종사는 취임 법어에서 “원효 스님의 화쟁정신이나 태고보우 스님의 원융무애 사상이나 만해 스님의 불교유신론에서와 같이 우리 불교인도 다시 한 번 깨어나야 합니다. 그리하여 세상과 생명에 큰 복락과 영광을 돌릴 수 있는 역군이 되어야 합니다”며 “소납은 젊은 시절부터 우리 종단과 함께 해왔습니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출가와 재가의 여러 종도께서 보여주신 노력과 원력을 잘 알고 있기에 하담여래 하겠다는 일념으로 불사에 정진하여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종정으로서 거듭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에 심기일전하여 기필코 정각을 이룰 원력을 세웁시다”라며 모두가 부처님의 진리를 따라 정각을 위해 수행정진 하자고 당부했다.
주간불교신문은 불기2568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태고종 종정 운경 대종사에게 부처님 오신 참된 의미와 불자로서 어떤 수행으로 살아야 하는지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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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고종 제21세 종정 운경 대종사 |
스님. 먼저 태고종 제21세 종정에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불자들에게 부처님오시날의 참된의미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부처님은 인간의 몸으로 세상에 오셨습니다. 인간으로 진리를 얻고 이를 중생들에게 알리기 위해 평생을 길위에서 보내셨습니다. 오로지 중생들의 안락을 위해 팔만사천 법문을 남기신겁니다. 룸비니 동산에서 어머니 마야부인의 옆구리에서 나서 하늘과 땅을 가리키며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 외쳤다는 설화는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탄생게인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세 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첫째는 인류 최초의 자주선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 재세 당시 인도 사람들은 천신이 우주와 삼라만상을 창조한다고 믿었습니다. 부처님의 탄생게는 이런 창조신 학설을 근본적으로 부인한 것입니다.
신이라는 존재를 만든 것이 인간인데도 오히려 인간들은 신의 노예가 되어 고뇌하고 방황했습니다. 이런 인간들의 정신을 해방하고자 부처님은 창조신으로부터의 해방을 선언한 것입니다. 따라서 부처님의 탄생게는 인류 최초의 자주선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부처님의 탄생게는 인본주의를 제창함으로써, 인류를 미몽에서 깨어나게 하였습니다.
부처님 탄생게의 두번째 의미는 인류 최초의 평등선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인도 사회는 사성계급에 의해 지배되었습니다. 계급사회임에도 불구하고, 부처님은 신분과 상관없이 인간은 누구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고귀한 존재라고 설하셨습니다. 부처님 탄생게의 세번째 의미는 참나인 마음만이 우주의 근본임을 밝혔다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절대적인 신이 있어 우주만유를 창조하고 인간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부처님은 법화경에서 "나는 중생들을 구원하러 온 것이 아니라, 본래 누구나 불성을 구족하고 있음을 깨닫게 하기 위해 온 것이다“라며 누구나 마음을 깨끗이 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면 부처님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누구나 불성의 씨앗을 갖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모두 미완의 부처인 것입니다.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불성을 볼 줄 알면 바로 부처인 것이고, 그러지 못하면 중생인 것입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부처님의 탄생게에서 나는 세상의 모든 존재를 일컫는 것입니다. 따라서 부처님의 탄생게는 이 하늘 아래 지상 위에 존귀하지 않은 존재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부처님은 이 세상의 모든 사람, 나아가서는 자연의 모든 구성원은 불성을 지니고 있음을 일깨우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이 사바세계에 나투신 까닭은 무명에 빠진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서입니다. 부처님의 생애에서 우리는 유한한 삶이 아닌 영원의 세계를 읽을 수 있습니다. 부처님이 남기신 깨달음의 가르침은 시공을 초월하여 생멸에 들지 않은 채 영구불변하게 지금도 온 우주 법계에 충만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오신 참뜻은 모든 중생이 부처님의 성품을 갖고 있음을 선언하신 데 있습니다.
스님.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이유가 모두가 지닌 불성을 바로 알리기 위함이라 하셨는데 미혹한 중생들이 불성을 찾아 수행하는 방안은 무엇인지요?
저는 불교를 믿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팔정도을 통해 성불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여덟가지의 바른길을 통해 사람들이 수행을 생활화 하면 누구나 성불에 이를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팔정도는 욕락과 고행이라는 양극단을 떠난 중도의 가르침이 담긴 것일 뿐만 아니라, 올바른 깨침으로 인도하는 가장 합리적이고 올바른 수행법입니다. 그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보편적인 중도의 길을 부처님께서 밝히신 것이 바로 팔정도입니다.
팔정도는 정견(正見), 정사유(正思惟), 정어(正語), 정업(正業), 정명(正命), 정정진(正精進), 정념(正念), 정정(正定)을 말합니다. 첫째 정견(正見)은 바른 견해입니다. 바른 견해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을 똑바로 인식하고 자각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참모습을 보려면 부처님이 설하신 연기의 진리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또한 불교의 바른 세계관과 인생관으로서의 인연에 관한 지혜는 정견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지혜를 확립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먼저 바른 신앙을 지녀야 합니다.
둘째 정사유(正思惟) 몸과 말에 의한 행위를 하기 전의 바른 의사 또는 결의를 가리킵니다. 불자라면 부드러운 조화와 자비의 마음으로 바르게 기억하고 바르게 생각해야 합니다. 자신의 처지를 언제나 바르게 생각하고 의지를 바르게 갖는 것이 정사유입니다. 그리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이 바로 정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 연인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듯이 부처님의 진리만 생각하는 것입니다. 진리에 대하여 그리워한다는 것은 진리를 내 안에 품겠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진리를 향한 그리움과 열정으로 자신의 마음을 가득 채운다면 다른 생각이 들어올 수 없게 됩니다.
셋째 정어(正語) 바른 말입니다. 정사유 뒤에 생기는 바른 언어적 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신구의 삼업 중 의업에 속하는 망어(거짓말), 악구(악담), 양설(이간질 하는 말), 기어 (속이는 말)를 하지 않고, 진실하고 남을 사랑하며 남과 융화하는 유익한 말을 하는 것이 정어입니다. 부처님의 진리를 내 안에 품게 되면 결국 그 생각은 말로 나타나게 됩니다. 항상 진리를 생각하면서 자연히 바르고 진실된 진리의 말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넷째. 정업(正業) 바른 행동입니다. 정사유 뒤에 생기는 것으로 바른 신체적 행위를 의미하며. 살생. 투도, 사음을 떠나서 모든 생명에 대해 자비심을 갖고, 물욕에 집착한 나머지 도둑질하지 않고. 성도덕을 지키는 등 바른 행동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대표적인 바른 업을 짓는 것입니다. 또한 진리에 맞게 행동하는 것을 정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업은 계율로 정한 것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진리에 의하여 행동하는 모든 행위를 일컫습니다.
다섯째 정명(正命) 바른 생활입니다. 정명은 바른 직업에 의하여 바르게 생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진리에 비추어 이루어진 올바른 행위는 당연히 바른 생활을 하게 됩니다. 정업이 개인적인 차원의 의미가 강조된 행위라고 한다면, 정명은 사회적 성격을 갖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섯째 정정진(正精進) 바른 노력체입니다. 바르게 노력하고 정진하는 것으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정정진입니다. 모든 면에서 이상으로서의 선을 낳고 증대시키되. 이에 어긋나는 악을 줄이고 제거하도록 노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병이 깊으면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한번 먹고 낮기 어려운 법입니다. 병을 완치하려면 계속 약을 잘 복용해야 하는 것처럼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열반에 이르려면 쉼 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열반에 이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정진은 쉬지 않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일곱째 정념(正念) 바른 집중입니다. 바른 생각을 지니고 이상과 목적을 언제나 잊지 않는 것이 정념입니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도 맑은 정신으로 세상을 살아가되 무상(無常). 즉 모든 것은 항상 같은 상태로 존재하지 않고 시시각각 변화하고, 무아(無我) 즉 나라는 것은 실체가 없으며. 개고(皆苦), 즉 모든 것은 불완전하여 괴로움이라는 삼법인(三法印)을 언제나 염두에 두고 잊지 않는 일입니다. 진리를 실천하는 일은 항상 현재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불자라면 마땅히 바로 이 순간에 바로 이곳에서 행동해야 합니다. 절대로 뒤로 미 루거나 주저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생각을 항상 견지하는 것이 실로 바른 생각입니다.
여덟째 정정(正定) 바른 수행입니다. 정신수련, 즉 선정(禪定)을 의미합니다. 깊은 선정은 일반인으로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도 마음을 안정시키고 정신을 집중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바른 수행은 바른 지혜를 얻거나 지혜를 적절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명경지수와 같이 흐림이 없는 마음과 무념무상과 같은 마음의 상태는 정정이 진전된 것입니다. 정정이란 마음이 산란하지 않고 움직임이 없음을 의미하는 올바른 삼매를 이릅니다. 바른 삼매는 진리와 일치된 삶을 뜻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는 무한한 자유와 해방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저는 팔정도에서 그 출발인 정견을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견은 나머지 일곱을 달성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그리고 팔정도는 여덟 가지 항목이지만, 이것은 하나의 성도를 이루는 각 부분이며, 여덟 가지는 일체로서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별개의 것이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최초 설하신 법문은 이것을 설한 것이며, 사성재, 연기 와 함께 불교의 기본적 근본 교의가 되는 것입니다. 팔정도는 중생을 미혹세계인 이곳에서 깨달음의 세계인 피안(피안) 으로 인도하는 힘을 가지고 있어, 나롯배나 뗏목으로 비유되기도 합니다.
스님. 불자들에게는 팔정도를 통한 수행도 중요하지만 기도의 가피 또한 중요합니다. 불자들이 생활에서 항상 마음을 두고 할 수 있는 기도는 어떤 것이 좋을지요?
기도는 불자의 기본 신행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도 하지 않는 불자는 진정한 불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홀로 조용히 기도를 올리는 것도 좋지만, 만약 어떻게 기도를 올려야할지 모르겠다면 사찰에 가서 관음기도에 동참할 것을 권합니다. ‘관세음보살’ 글자 그대로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들어서 그 모습을 관찰하시는 보살님입니다.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시방세계에 두루 화현하시는 보살님인 것입니다.
법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에는 ”선남자여 만일 백천만억의 한량없는 중생이 수많은 괴로움을 받을 때 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듣고서 일심으로 일컬으면, 관세음보살은 곧 그 음성을 관찰하시고 그들이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느니라,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일심으로 부르면 설사 불 속에 빠져도 능히 그를 태우지 못하며, 사나운 태풍을 만나도 그곳에서 벗어나고 송사를 당하여 죽게 되더라도 죽음을 면하게 되며, 흉악한 나찰과 악귀를 만나더라도 환난으로부터 벗어나고 삼재와 팔난을 만나 한량없는 괴로움이 몸을 핍박하여도 관세음보살님의 오묘한 신통력은 능히 모든 괴로움에서 구해 주며. 또한 천수천안으로 중생을 보살피어 어려움으로부터 구해주시고 고통을 뽑아주시는 자비스러운 어머님과 같은 관세음보살님께 의지하고 기도하면 모든 것을 성취 할 것이니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또한 "어떤 사람의 몸이 수갑과 족쇄에 채워져 있을지라도 관세음보살의 이름만 부르면 이 모든 질곡 음이 끊어지고 풀어져 곧 벗어나리라. 도둑이 들끓는 거리를 한 상인이 여러 상 인을 이끌고 귀중한 보물을 들고서 지나갈 때에도 진심으로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면 도둑들로부터 무사히 벗어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관세음보살님은 성진을 여의고 어떠한 음성도 원만히 들을 줄 알기에 자비의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경전에서 말씀하듯이 관세음보살을 외우고 생각하면 마음은 절로 극락세계로 바뀔 것입니다. 관세음보살은 어려움을 당한 중생이 자신을 간절히 찾는 목소리를 듣고서 즉시 32 응신으로 화현하십니다. 일체 모든 중생의 고액을 살피시고 구해주시는 분이 바로 관세음보살입니다. 이렇듯 항상 입으로 부르고, 마음으로 간절히 구하면 저절로 부처님께 다가가는 것입니다. 항상 관세음보살을 수지하시고 염송하시길 당부드립니다.
태고종 제21세 종정 운경 대종사는 스님은 1943년 1월 14일 일본 혼슈 야마구치겐에서 태어나 1959년 서울 백련사에서 설호 스님을 은사로, 금봉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받은 뒤 백련사 강원 사미과 및 사교과를 수료하고 법륜사와 선암사에서 대교과를 졸업했다. 1975년 묵담 스님을 계사로 대승계 및 비구계를 수지한 후 태고종 중앙종회의원, 백련사 상임법사, 총무원 종무위원, 태고종 보건공제회 전무이사, 월간 '불교' 주간 등 한국불교 태고종의 주요 소임을 두루 역임했다. 1996년 백련사 주지로 부임한 후 2002년 태고종 종권수호위원회 위원을 끝으로 종단 소임에서 물러나 대중포교와 후학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2016년 부처님과 조사스님께서 밝힌 현현하고 역력한 도리를 새기길 발원하며 23개 한문불교 경전과 서문에 토를 달 고 해석한 제경요제를 펴냈다. 2017년 태고종 최고 법계인 대종사 법계를 받고, 2018년 태고종 원로회 원로의원으로 위촉되었으며 2023년 한국불교태고종 제21세 종정에 추대됐다.
정리=김종열 기자
http://www.bulgyonews.co.kr/news/38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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