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기만 하던 여름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곧 9월이 되면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우린 언제 무더운 여름에 고생한 것을 잊고 하늘 높고 울긋불긋한 가을의 산하를 즐기고 있을 테지요. 이처럼 세월은 유수처럼 잘도 흘러갑니다. 우리들도 그 세월의 무게 앞에 나이가 먹고 혹은 죽음을 향해 가는 것처럼, 세월 앞에 장사가 없습니다.
세상살이는 사람들과의 관계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평소에는 대인관계가 부드럽고 친절합니다. 사람들은 남들과의 깊숙한 관계를 가지기보다는 적당한 선을 지키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 부딛치면 본 성품이 드러납니다.
자신의 이익이 침범받으면 선한 사람이 아니라 흡사 사나운 맹수처럼 돌변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이익을 지키지 못하는 것을 우리는 잘 알기 때문입니다. 물질문명을 최우선하는 우리 사회는 무한 경쟁을 부추기며 발전해 왔기에 크고 작은 경쟁 속에서 누구는 이기고 누구는 지는 경험 등을 한 두번 이상 겪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남들에게 손해 보는 것을 싫어합니다. 손해본다는 것이 이 사회 속에서 뒤처지는 것을 용인하는 의미입니다. 뒤처진다는 것은 불행이라 생각하기에 내가 손해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남에게 이기고 경쟁심을 한시도 놓지 않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수행이 깊은 이는 어떤 상황에 부딛치더라도 평소의 모습을 유지합니다. 참된 수행자의 모습은 집착하거나 화내거나 상대를 멀리하거나 가까이 하지 않습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 살피고 자신의 마음을 바로 세울 뿐입니다. 남의 시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바로 볼 수 있는 힘이 중요합니다. 부처님의 초기 경전 <아함경>에 이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우리 삶의 좌표로 삼아 더욱 멋진 삶을 살아가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비구들이여, 그대들은 이와 같이 공부지어야 한다. ‘내 마음은 그것에 영향을 받지 않으리라. 악담을 내뱉지 않으리라. 자애로운 마음을 가지고 증오를 품지 않으리라. 그리고 모든 세상을 풍만하고, 광대하고, 원한 없고, 악의 없는 자애가 함께한 마음으로 가득 채우고 머물리라’고 공부지어야 한다. 비구들이여, 그대들이 매 순간마다 마음을 잡도리하여 자애로움으로 채우면 그대들에게 이것은 긴 세월동안 이로움과 행복이 될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악담을 내뱉지 말고 자애로운 마음으로 증오를 품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불만족하거나 상대에게 피해를 당했다고 생각이 들 때도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해를 보고 남에게 상처를 입는다는 것은 스스로 용납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경쟁에서 뒤처지고 불행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불제자는 마음에 자애로운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증오를 품지 말고 원한 없고 악의 없는 자애로 마음을 채우면 그것이 올바른 공부하는 자의 모습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쉽지 않겠지요. 그러나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인내하고 참아내는 그 모습을 공부라 하고 수행이라 합니다. 우리 불자들이 자신의 마음을 잡도리하여 더욱 큰 행복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남들 앞에 당당하고 자애로운 마음을 갖고 늘 6바라밀을 행하는 것입니다. 남에게 베풀고 자신의 상황 속에서는 인내하고 자신이 정한 계율을 지키고 나갈 때 바른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하는 그 과정에 있는 사람을, 우리는 그를 참된 스승이라 하는 것입니다.
불교는 쉬운 것이면서도 어렵습니다. 악을 멀리하고 착한 일을 하고 마음을 깨끗하게 먹고 생활하면 그것이 바로 수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참다운 인생은 무엇일까요? 저마다의 기준들이 다르지만, 우리 불자들은 우리가 가진 것만큼 만족하고 물 흐르듯 구름 가듯 여여하게 살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말로 표현하기는 쉬운데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닙니다.
그동안 우리가 추구하고 아꼈던 것을 조금씩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욕심을 하나하나, 경쟁을 하나하나 내려놓고 참된 자신의 성품을 바로 보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것이 불자로서의 공부고 수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고 희로애락에 침잠하지 않으며, 잔잔한 물결처럼 언제나 여여한 날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이 오늘 우리 불자들이 미래세의 부처님이 되는 최선의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신해사 회주 무공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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