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관장 서봉 스님, 이하 박물관)과 제25교구 본사 봉선사(주지 호산 스님)는 봉선사 본·말사의 불교문화유산을 조망하는 특별전 《큰 법 풀어 바다 이루고, 교종본찰 봉선사》(이하 특별전)를 9월 4일 개막식을 열고 9월 5일부터 12월 1일까지 박물관 전시실에서 개최한다.
특별전에는 경기 북부 지역의 불교문화를 대표하는 보물 15건을 비롯해 총 93건 262점의 문화유산을 전시합니다. 이를 위해 봉선사 본·말사는 물론 해인사, 통도사,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등 여러 사찰과 기관 26곳에서 소장하고 있는 문화유산을 선보인다.
특히, 높이 약 8m에 육박하는 대형 불화인 남양주 봉선사 <비로자나삼신괘불>(보물, 10월 2일~10월 20일 공개), 고려 관음보살상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양평 용문사 <금동관음보살좌상>(보물), 불상은 물론 광배까지 잘 남아있어 탁월한 가치를 인정받아 온 남양주 흥국사 대웅보전 <목조석가모니삼존상>(경기 유형) 등의 주요 문화유산이 특별전을 통해 처음 전시된다.
봉선사와 깊은 인연이 있는 조선 제7대 국왕 세조를 그린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세조 어진 초본>과 해인사성보박물관 소장 <세조 대왕 진영>(경남 자료)을 비롯해, 지공 스님의 가르침을 담은 해인사성보박물관 소장 <감지금니문수최상승무생계법>(보물)과 통도사성보박물관 소장 <문수사리보살최상승무생계경>(보물)도 최초로 비교하여 볼 수 있다.
개막식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치사를 통해" 올해 봉선사는 종단사적으로 아주 의미있는 해를 맞이하였습니다." 며 "한국불교의 법맥法脈을 상징하는 회암사 불조사리가 100년만에 환지본처還至本處하여 양주 회암사로 모셔졌습니다. 국가와 함께 조계종단이 원력과 신심으로 모신 회암사 불조사리는 려말선초 최대의 왕실 사찰인 회암사를 복원하기 위한 큰 힘이자 출발점입니다"라며 사리 귀환을 계기로 봉선사가 새로운 전기를 맞기를 바랬다.
또한 "제25교구본사인 봉선사와 주요 수말사의 귀한 성보를 만나는 전시를 펼쳐 소속 사찰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쉽게 이해하게 하는 기회를 마련한 것은 봉선사 본·말사 성보의 우수성과 예술성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좋은 체험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경기 북부 불교의 아름다움이 널리 펼치기를 서원했다.
불교중앙박물관장 서봉스님은 인사말에서 "봉선사 본·말사는 조선 왕실과 밀접하였던 원당사찰들이 유독 많이 현존하고 있는데, 조선 왕실 ‘원찰’은 왕실과 왕실관계자들이 열렬한 불사의 후원자였음을 반증하고 있습니다"며 "이에 다양한 염원을 담은 왕실관련 주요 문화유산을 통해 왕실의 재정적 후원과 함께 깊은 신앙심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라며 왕실 원찰로서 많은 문화재를 남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조계종 원로의원 일면 스님과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비롯해 중앙종회의장 주경 스님, 교육원장 범해 스님, 포교원장 선업 스님, 총무원 총무부장 성화 스님, 기획실장 우봉 스님, 제18교구본사 백양사 주지 무공 스님, 조계총림 송광사 주지 무자 스님, 윤재옥·곽상언 국회의원, 용호성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 강수현 양주시장, 김동근 의정부시장, 김경일 파주시장, 전진선 양평군수, 불교중앙박물관 홍보대사 이원종 배우 등 사부대중 500여 명이 참석했다.
봉선사는 969년에 운악사라는 이름으로 산문을 열어 천년 넘게 역사를 이어 온 유서 깊은 사찰이다. 조선시대에는 정희왕후가 세조의 극락왕생을 위해 광릉 옆에 자리한 봉선사를 중창한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이후에도 교종(敎宗)을 대표하는 명찰로 손꼽혔으며, 근현대에는 독립운동과 교육, 우리말 역경(譯經)의 거점으로 거듭났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봉선사의 여러 말사에도 찬란한 문화유산이 다수 전한다. 삼화상(지공, 나옹, 무학 스님)과 깊은 인연이 남아있는 양주 회암사, 조선 왕실 여성의 원당으로 이름난 남양주 수종사, 근대기 불화 조성의 산실인 남양주 흥국사 등은 경기 북부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 사찰이자 불교문화유산의 보고(寶庫)이다.
이번 전시는 총 3부로 구성해 제1부 주제로 '봉선사, 산문을 열다"에서는 '봉선사의 창건과 역사'를 돌아본다.봉선사는 969년에 법인국사 탄문 스님이 운악사라는 이름으로 산문을 열었다. 대가람으로의 사세는 정희왕후가 세조의 능인 광릉(光陵)을 위한 사찰로 불사를 지원하며 갖추었고, 1551년에는 나라에서 교종을 대표하는 사찰로 지정할 만큼 위상이 남달랐습니다. 이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6·25전쟁 등 전쟁으로 큰 피해를 보았지만, 사찰을 재건하는 불사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오늘날 봉선사에 전하는 성보(聖寶)는 위기 속에서도 단절되지 않았던 봉선사의 오랜 역사를 증명한다. 양주지도, 목조불좌상, 범종, 치성광불회도, 독성도, 아미타불회도, 비로자나삼신괘불 등 성보가전시된다.
이어 '봉선사와 광릉'의 이야기에서는 조선의 제7대 국왕 세조와 왕비인 정희왕후 세조가 묻힌 광릉을 위하여 봉선사의 중창을 주도함으로써 세조의 극락왕생을 함께 발원했다. 이렇듯 두 사람이 부처님께 귀의한 인연은 조선 불교의 중흥을 이끈 큰 힘이 됐다. 세조 어진 초본, 세조대왕 진영, 정희왕후 상존호 옥보, 반야바라밀다심경약소 언해,예념미타도량참법 권6-10, 묘법연화경 권5-7 등이 전시된다.
제2부에서는 '불교, 경기 북부를 물들이다' 주제로 삼화상(三和尙)인 지공(指空), 나옹(懶翁), 무학(無學) 스님의 인연과 조선 왕실 구성원의 간절한 염원도 도량 곳곳에 남아있다. 또한, 근대에는 불교회화를 조성하는 중심지로 기능하며 수많은 성보가 탄생하는 데도 소임을 다했다. '경기 북부의 불교미술'에서 왕실과 귀족의 지원과 문화적 영향을 받아 경기 북부 일대의 사찰과 불교미술에는 이러한 영향이 자연스럽게 남아있다. 금동관음보살좌상, 목조제화갈라보살입상, 범종, 목조십육나한상(제3존자), 목조석가모니삼존상, 석씨원류응화사적 경판 등을 전시한다.
'사찰이 품은 왕실의 염원'에서는 왕비, 후궁, 왕자, 공주 등 왕실의 여인들은 부처님에 대한 믿음으로 능(陵), 원(園), 묘(墓)와도 인접한 경기 북부 지역의 사찰은 조선 왕실의 기도처로 주목을 받았다. 선왕(先王), 선후(先后)의 극락왕생을 빌고, 발원자의 복락(福樂)을 발원하는 수많은 불사를 주도해 왕실의 염원을 담은 성보라는 매개를 통해 지금도 고스란히 전해오고 있다. 약사불회도, 사리탑 사리장엄구, 팔각오층석탑 봉안 성보, 수월관음도, 지장시왕도, 목조관음보살좌상 등을 전시한다.
'지공·나옹·무학 삼화상'에서는인도 출신의 지공 스님은 가섭존자(迦葉尊者)로부터 법맥을 전해 받은 108대 조사이며, 고려를 방문하여 많은 사람에게 가르침을 전했다. 그 제자인 나옹 스님은 고려 공민왕의 왕사로 활동하며 불교계를 주도했다. 나옹 스님 문하의 무학 스님 역시 조선 태조의 왕사였으며, 나옹 스님이 중창한 회암사에 머무르며 선대의 두 스님을 선양하기 위한 많은 불사를 추진했다. 오늘날 회암사에 전하는 세 분의 묘탑과, 최근 미국 보스턴미술관에서 반환한 불조사리(佛祖舍利)는 시대를 넘어 존경받은 위상을 증명합니다. 지공 선현 진영, 나옹 혜근 진영, 무학 자초 진영, 감지금니문수최상승무생계법, 문수사리보살최상승무생계경, 보제존자탑 사리장엄구 등이 전시된다.
'근대 불교회화의 거점'에서는 19세기 남양주 흥국사는 화소(畫所)를 마련하여 불화 조성을 전담할 별도의 장소를 마련할 만큼 근대 불교회화의 중심지였다. 응석(應釋) 스님을 비롯한 많은 스님은 흥국사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협업하며 경기 북부 지역에서 수많은 성보를 탄생시켰다. 지장시왕도, 아미타불회도, 나한도, 감로도 등을 전시한다.
제3부 '선지식, 미래를 꿈꾸다'에서는 일제강점기라는 어려운 시기에도 봉선사는 법등을 더욱 빛나게 했던 월초(月初), 지월(池月), 운허(耘虛) 스님과 같은 봉선사의 여러 스님은 항일抗日과 독립운동에 적극 참여하며 민족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누구보다 앞장섰다. 후학 양성에도 힘쓰면서 명진학교와 광동학원과 같은 근대 교육의 거점도 구축했다. 광복 이후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누구에게나 쉽게 전달하기 위해 우리말로 한문 경전을 번역하는 불사도 추진하며 미래 세대의 전법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큰법당중건상량기, 조사전 주련, 건국훈장·훈장증, 이산연선사발원문, 탁상일기, 다경실유촉 등을 전시한다.
김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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