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에 살다 보면 자연스레 새소리 풀벌레 소리 바람 소리 물소리 등 온갖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 소리를 듣노라면 절로 마음이 흥겨워집니다. 나이가 들고, 세상 삶의 시름에서 벗어날 나이가 되자 귀에 들려오는 소리만이 다가 아닙니다.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고 자연의 소리를 듣노라면 귀로는 들을 수 없는 미묘한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참으로 흥겨운 소리입니다. 자연을 벗하여 살아가는 재미를 다시끔 느끼기도 합니다.
우리 불자들은 새벽처럼 깨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일어서 있거나 앉아 있거나 밥을 먹거나 걷는 동안에도 생각의 흐름을 주시해야 합니다. 혼자 깨어 있는 이 새벽 시간이 너무 좋습니다. 여러분들도 일어나면 먼저 불보살님을 생각하며, 이 시대를 열심히 살아가고자 하는 불성(佛性) 있는 존재임을 부처님 전에 고하며 오늘 하루 수행자로 살아가고자 서원을 올리는 삶을 살아보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바로 생활불교의 시작이자 수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동장군이 찾아왔습니다. 얼마 전까지 11월 날씨 임에도 불구하고 20도를 상회하다가 영하 날씨로 들어서니, 이제 이상기온으로 인해 우리나라에도 가을이라는 단어를 서서히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45억 년이라 추정하는 지구 나이로 보면 인간이 머문 시간이 약 몇 초밖에 되지 않는 최근에 등장한 종(種)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 인간인 우리들이 온통 지구를 혼탁하게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의 수명이 길어져 약 1백년이라 하지만, 우리 자신이 지구공동체에 살다 가는 시간은 극히 짧은 찰라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삼독심에 가려 청정한 삶을 뒤로 하고 욕심만 키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세상에만 집착하여 우리 본연에서 울려오는 마음의 소리를 간과합니다. 사람들이 그토록 바라고 원하는 즐거움은 자신 속에 들어있습니다. 그러나 밖으로만 해답을 찾으니 문제가 생기고 고통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남을 탓하고 밖으로 해답을 찾을 것이 아니라 내면의 우리 모습을 보면서 해답을 찾아보는 지혜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특히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많은 사람들과 만남 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고통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가운데 가장 중하게 다루어야 할 것이 있으니 바로 말입니다. 말로 서로 가까이 다가서는 좋은 인연이 되기도 하고, 말로 남을 상처를 입히는 나쁜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말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을 수도 있고, 친구가 원수가 되는 것이 바로 말로 인해 벌어지는 일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언제나 온갖 말들로 넘쳐납니다. 그중에는 진실한 말도 있지만 헐뜯는 말도 있고, 말을 하기 위한 말들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세상은 언쟁과 다툼으로 끊일 새가 없습니다. 이처럼 말은 사람의 행위를 표현하니 스스로 잘 단속해야 합니다. 초기 부처님의 가르침을 모은 <중아함경>에 이릅니다.
“언쟁하지 말고 서로 다투지 말라. 옳고 그름을 가려 승부를 내려고 한다면 평생을 싸워도 끝이 없다. 옳고 그르다는 것은 고정되게 정해진 바가 아니어서 고정된 실체가 없다.
자신에게 옳은 것도 상대에게는 그를 수 있고, 이 생활에서 옳은 것이 다른 생활에서는 그를 수도 있으며, 똑 같은 경우라 할지라도 인연에 따라 옳고 그름이 다를 수도 있다. 그러할 진데 내가 옳고 상대는 그르다고 고집하면 한평생을 싸워도 끝날 기약이 없다.
언쟁이든 다툼이든 다만 침묵으로 바라보기만 하라. 말을 입 밖으로 꺼내고 나면 그 어떤 말로든 옳고 그름의 판단의 대상이 된다. 침묵의 세계는 시비분별이 없으므로 투명하다. 언쟁과 다툼을 참으로 이기고자 한다면 오직 참고 침묵하라. 침묵의 빛을 안으로 거둬라. 침묵하면 항상 이기기 마련이다.”
이 시대 가장 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소통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한 것이 바로 말의 가치를 아는 것입니다. 수행자는 말할 때 바로 말하고, 침묵할 때 침묵해야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기를 드러내기 위해 부족하고 모자란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내 것이 아닌 것도 내 것 인양 말을 합니다.
게으르고 혼침한 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자신을 위하는 생각만 합니다. 그러나 마음이 집중되어 깨어 있는 현자는 언제나 향상하고 발전하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의 모습은 변화무쌍합니다. 어떤 때는 현자가 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게으르고 혼침한 자가 되어 악업을 지으며 살아갑니다.
우리는 내 위주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합니다. 그러나 세상은 혼자 살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옆에 있는 사람을 생각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따라서 내가 잘 알고 있다 해도 때에 따라 상대에 맞춰 잘 말해야 합니다. 더 과장되게 자신을 포장하여 말을 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나를 세워 자신의 상을 드러내는 것이 이기는 것으로 생각하여 어리석은 행위를 합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남을 위하고 나를 낮추어 세상을 살면 그 사회가 바로 극락임을 생각하며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신해사 회주 무공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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