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는 모든 존재가 서로 연기(緣起)적 관계에 있다고 가르친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의 견제를 '종북 세력의 내란'으로 규정하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우리 사회의 연기적 관계를 무력으로 끊으려 한 중대한 과오다.
윤 대통령은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부처님께서 경계하신 '증오심'에서 비롯된 판단이었다. 민주당의 22건 탄핵소추 발의와 예산 삭감을 "내란을 획책하는 반국가 행위"로 규정한 것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한 것이다.
특히 수방사 특임대가 이재명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대표를 체포하려 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이는 불교에서 가장 큰 죄악으로 여기는 '살생(殺生)'의 위험성마저 내포한 폭력이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우리 군 지휘관과 장병들이 비록 대통령의 계엄선포에 따라 국회로 출동했지만, 국회의 계엄해제 결의에 따라 즉각 철수한 것은 민주주의와 함께 성숙한 우리 군의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군이 무명(無明)에서 깨어나 바른 길을 선택했음을 보여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민주주의는 강하다. 대한민국 국민은 강하다. 우리는 이길 것이다"라며 민주주의 수호 의지를 밝혔다.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된 직후에는 "국민 여러분께서는 안심하셔도 된다. 끝까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윤 대통령이라는 존재 자체가 대한민국에 위해를 가하는 위험한 존재"라며 "헌법을 파괴하고 짓밟는 범죄자"라고 지적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즉시 하야하라. 국민의 명령이다"라고 촉구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여당인 국민의힘의 태도다. 한동훈 대표는 "오늘의 참담한 상황에 대해서 집권여당으로서 국민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계엄을 건의한 국방부 장관은 즉시 해임하는 등 책임 있는 모든 관계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불교계도 이번 사태를 엄중히 보고 있다. 조계종 민주노조와 신대승네트워크, 정의평화불교연대 등 범불교시국회의는 "윤 대통령이 헌법의 비상 계엄 선포 요건이 전혀 구성되지 않음에도 계엄령을 선포함으로써 헌정 질서를 전복했고, 명명백백한 위헌을 범하였다"며 즉각적인 하야를 요구했다.
부처님께서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하셨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증오와 아집에서 비롯된 이번 계엄령 선포는 필연적으로 그에 상응하는 업보를 가져올 것이다.
이제라도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또한 이후 진행될 법적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이 바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정견(正見)의 길이며, 우리 사회가 자비와 화합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일 것이다.
김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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