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에 살다 보면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합니다. 특히 동지가 가까워 오면 급작스럽게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지요. 우리 선조들께서는 동지를 작은 설이라 해서 새해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정해둔 것을 보면, 참으로 고개가 숙여질 정도로 현명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변해가는 계절 따라 변화하는 주변의 풍광은 실로 경이로움입니다. 그러나 남녘이라 겨울을 실감하는 것은 조금 늦기도 합니다. 그러나 계절은 예외가 없습니다. 몸이 무거워 산문 밖에 나가지 않아도, 새벽 일찍 도량석을 돌 때마다 먼저 계절의 변화는 소리소문없이 발끝에서 시작됩니다. 또 계절이 바뀌다 싶었는데, 시간의 바뀌가 굴러 또 새해 앞에 서 있습니다.
우리네 인생도 소년에서 노년으로 세월 속에 변해갑니다. 저 역시 산문에 들어온 지 반백 년이 휠씬 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죽음을 앞둔 노승이 되고 말았습니다. 언제 이렇게 나이가 먹었나 싶었는데 한 순간의 꿈보다 더 빨리 노승이 되고 말았습니다. 제 자신을 살펴보아도 지나간 시간은 참으로 아득하기만 합니다. 특히 인생의 변화를 관찰하다 보면 우리 자신의 변화에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이것이 우리 인생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드는 것은 살아가는 그 자체가 수행이 아닐까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젊을 시절보다 조금 덜 먹게 되고, 조금 욕심내지 않고 덜 쓰게 되고, 우리 자신이 조금은 부족한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되는 것이 환갑이 지나고 칠순이 넘어서면서 그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겨나게 됩니다. 이것이 세월에 대한 공부가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일부 사람에게 욕심이 더해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것을 일러 노욕이라 하기도 합니다. 적당히 자신의 자리를 알아차려 자신이 서고 빠질 자리를 알아야 하는데, 모든 것을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깝다 생각하게 됩니다. 나이가 든 사람에게 그것을 지적하는 것도 용이하지 않습니다. 그저 수행자라 하는 저 역시 다른 사람에게 저런 모습으로 비춰지는가 싶어 조심하고 항상 경계합니다. 이런 마음이 공부하는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을 하게 됩니다.
원수의 그 어떤 원한보다도 미움의 그 어떤 저주보다도 잘못된 내 마음이 내게 주는 재난은 이보다 더 큰 것이 없다.<법구경>
살아갈 나이보다 죽음을 앞둔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모든 것들이 우리를 성숙시키는 공부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이 어렵게 살고 있는 지금 현실을 누구 책임으로 돌리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을 원망아닌 원망하는 경우를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상담하는 처지로 그 사람을 이해하면서도 그 사람의 마음이 조금 변화되도록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모든 문제는 대부분 우리 자신에게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누굴 원수라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나로 인해 모든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을 조금은 알게 되는 시점이 되면서, 우리는 나이가 들고 우리 자신을 바로 볼 수 있을 때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은 항상 하지 않기 때문에 고통이라 하셨지요. 영원히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어떤 사고로, 어떻게 다가올 병으로 죽음이라는 그림자가 문밖에 있음을 알 때는 이미 늦었다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생각과 의지가 있다면 지금 이 시간이 가장 빠르다고 생각을 합니다.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않으면 수행자가 아닙니다. 불자는 우리 자신이 부처를 이룬다는 미래 보살이며 미래 부처라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항시 우리 자신을 진리의 세계로 나아가는 수행자라 생각하고 늘 자신을 돌아보고 우리 자신을 바로 닦아나아가 합니다. 그래야 오늘 변하고 내일 변하는 참 진리에 들어서는 수행자라 할 수 있습니다.
늙는다는 것을 상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생각해 볼 일입니다. 젊은 시절보다 욕심이 덜하고 참된 이성으로 올바른 판단기준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이 시점을 좋게 생각해야 합니다. 늙음은 심신의 쇠태를 가져와 고통을 수반하지만 나를 성숙시키는 과정임을 깨달으면 늙음이 어찌 고통스럽게 생각이 들까요? 우리는 아름답고 행복한 늙음을 준비하는 수행자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곧 다가올 을사년 새해에는 더 행복하고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어 가는 수행자가 되었음합니다. 미래 부처님이신 불자들께서는 더욱더 정진하시어 모두 성불하시기 바랍니다.
신해사 회주 무공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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