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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와 함께한 불교인권위원회 위원장 진관 스님 |
민주화 운동부터 불교인권운동까지... 시대정신 실천하는 수행자의 길
"AI시대, 불교의 불이·연기사상이 인류 평화 이끌어야"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자 불교인권위원회 공동대표, 승려시인으로 활동해온 진관 스님은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를 관통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사회 현장에서 실천해온 수행자다. 1987년 박종철 열사 추모 범종 타종으로 구속되어 감옥에서 1000여 편의 시로 항소이유서를 작성했고, 1990년 불교인권위원회를 창립해 사형제 폐지운동과 인권 신장을 위해 힘써왔다. 최근에는 76세의 나이에 방송통신대 국문과를 졸업하며 평생학습의 모범을 보여주기도 했다. 2025년 새해를 맞아 진관 스님을 만나 한국불교의 미래와 사회적 역할에 대해 들어보았다.
불교인권위원회는 처음 어떻게 발족을 시작하게 되셨습니까?
"1980년 10·27 법난을 당하면서 불교계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1981년, 82년까지 큰 충격을 받았죠. 매년 10월 27일 법난과 5·18이 돌아오면 조계사에서 대학생불자연합회와 함께 행사를 했습니다. 군사독재 시대라 집회를 할 수 없었지만, 조계사 대웅전 안에서는 가능했죠. 1982년에는 중앙승가대 교무가 되어 학생들과 함께 했고, 1983년에는 승가대 학생 300명과 4·19묘지 참배를 했습니다. 이것이 불교계 사회참여의 시작이었습니다. 1984년 국민회의 감사, 1985년 민중불교운동연합 결성을 거쳐 1990년 불교인권위원회를 창립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80년대 초반부터 이제 군부독재에 저항하는 운동으로 시작을 해가지고, 90년대까지 이제 민주화 운동 그리고 이제 조계종 내에 개혁 운동까지 이어져와 1990년도에 불교 인권위원회가 탄생을 하시게 되는 거죠? 시민운동이 한때는 NGO 단체들이 상당히 이제 활동을 많이 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이제 좀 조금 운동의 열기가 감소하는 느낌을 좀 많이 받거든요. 그래서 이제 앞으로 이제 우리 불교계 NGO 운동 중에 하나라고도 할 수 있는 불교인권위원회가 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이제 운동을 전개해 나가고 싶으신지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요.
"요즘은 외압적인 폭력에 의한 인권침해는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언론, 미디어를 통한 인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앞으로 정보의 수용과 활용에 의해 발생할 심각한 빈부 격차는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평등과 자유를 침해하는 가장 위협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문제를 이제 우리 불교인권위원회가 적극 개입하려 합니다. 부처님의 불이 사상과 자비는 불교인권운동을 교리적으로 뒷받침하는 가장 근본적인 철학의 바탕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다시 사회에 알려내는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방침입니다."
스님께서는 승려 시인으로 유명하십니다. 감옥에 계실 때 항소 이유서를 천여편의 시로 쓰신 것은 유명하신데, 스님께서 항소이유서를 시로 쓰신 이유가 있을까요?
"전두환 때 감옥에 가니까 시를 쓸 수가 없었어요. 교도관이 다 지켜봐서 펜도 주지 않았죠. 김영삼 정부 때도 볼펜을 줘도 옆에 교도관이 앉아서 감시했습니다.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 내가 15년을 구형받았을 때 검사가 공소장을 잃어버렸어요. 당시 검찰 주사가 경상도 청송에서 막 부임해 왔는데, 검사가 '잘 처리하라'고 한 말을 '없애라'는 뜻으로 알아듣고 분쇄기에 갈아버린 거죠. 그래서 항소이유서를 쓰라고 해서 시를 천 편 썼습니다. 김대중 정부 때도 일심에서 60권, 이심에서 30권을 시로 진술서를 써서 제출했어요."
스님이 주축이 되어 창작 활동을 하시는 승려시인회는 언제부터 발족이 되셨습니까?
"원래 발족이 1972년에 처음 시작했어요. 그때는 오현 스님, 석성우 스님, 정휴 스님, 향봉 스님이 승려 시집을 만들었습니다. 이분들이 5집까지는 주축이 되어 발간을 했어요. 당시에는 조계사 회관에서 승려 시 낭송회가 열렸는데, 한여름 30도가 넘는 날씨에도 700여 명이 넘는 불자들과 문학애호가들이 모여들어 그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내가 감옥에 가보니 '시인'이라는 이름을 겁을 내더군요. 시문학사에서 세계 펜클럽에 연락해 나를 석방하라고 탄원서를 정부에 냈어요. 그때 시인에 대한 자부심을 가졌습니다. 시를 쓰는 이유는 화가가 그림으로 사물의 특징을 잡듯이, 세상을 관찰하고 특징을 잡아내 거기에 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입니다. 이것이 대승보살이 갖춰야 될 가장 기본입니다."
스님께서 줄곧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시는데, 실지적으로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아 우리나라는 사형이 무의미한 것은 아닌지요? 어떤 계기로 사형제 폐지 운동을 시작하게 돼셨는지요 궁금합니다.
"김영삼 정부 때 교도소에서 사형수들을 직접 봤어요. 1997년 12월 마지막 날, 사형 집행이 있던 날을 잊을 수 없습니다. 김대중 정부 때는 사형수들의 방에 가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부분 억울한 사연을 가지고 있었어요. 집단 살인이 일어났을 때 힘없는 사람이 죄를 뒤집어쓰는 경우가 많았죠. 그래서 석방된 후 조계종 총무원장이신 지관스님에게 교도소 수계법회를 제안해서 서울구치소에서 수계식을 봉행했습니다. 그 결과 두 명의 사형수가 무기형으로 감형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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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인권위원회 사무총장 범상 스니과 함께한 진관 스님 |
스님께서는 AI의 발전이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은 뭐라고 생각하시는 지요?
"AI는 기계가 연기적 사상을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상황을 앞뒤의 맥락을 이해해서 새로운 것을 나타내기 때문에 AI는 부처님의 연기 사상을 기계로 구현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AI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편향된 학습입니다. 불교 대장경을 AI가 학습해서 불교의 불이와 연기 사상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현대 문명은 이제 부처님 사상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스님께서 지향하시는 불교의 대사회 운동의 방향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수행자라는 입장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보는 눈이 있어야 합니다. 사회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의 아픔을 수행자 집단에서 등한시하면 안 됩니다. 부처님은 사회 운동가이자 혁명가입니다. '부처님 법대로'라는 말만 하지 말고, 부처님이 실행했던 것을 그대로 실천해야 합니다. 고려불교가 사회와 함께 했던 역사성을 오늘날에도 다시 일으켜야 합니다."
요즘 우리나라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으로 어지러운 시절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스님께서 보시는 을사년 2025년에는 불교계가 어떤 변화를 가져와야 할까요?
"우리 불교가 임진왜란 당시 나라를 구한 호국불교의 바탕으로 다시 서야 합니다. 서산, 사명, 처영, 영규 대사의 정신을 계승한다면 한국 사회에서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 자신이 승려로서 머물러 있는 집단이 튼튼하고 건강하고 잘 되기를 바랍니다. 불교 내적 안정을 통해 불교의 힘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가져야 하며, 이것이 바로 호국불교사상입니다.“
시대정신을 실천하는 수행자의 길
진관스님의 삶은 한국 현대사의 굴곡과 함께해왔다. 1980년 10·27 법난을 겪으며 불교계의 사회참여 필요성을 절감했고, 1987년 민주화운동 과정에서는 감옥에서도 시로 진실을 노래했다. 1990년 불교인권위원회 창립 이후에는 사형제 폐지와 인권 신장을 위해 힘써왔으며, 76세의 나이에도 방송통신대학을 졸업하며 평생학습을 실천하고 있다.
스님이 제시하는 한국불교의 미래상은 명확하다. 호국불교 정신의 회복이다. 임진왜란 당시 서산·사명·처영·영규 대사가 보여준 것처럼, 불교계가 사회 변혁의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AI 시대를 맞아 불교의 불이사상과 연기사상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스님의 통찰은 주목할 만하다.
현대사회에서 인권침해는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물리적 폭력은 줄었지만, 미디어와 정보 격차로 인한 새로운 형태의 차별이 등장하고 있다. 진관스님은 이러한 시대적 과제에 대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 해법을 제시한다. 수행자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스님의 모습은, 한국불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이정표가 되고 있다.
인터뷰 정리. 편집=김종열 기자
http://www.bulgyonews.co.kr/news/38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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