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일 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6시간여의 대치 끝에 경호처의 저지로 체포영장을 집행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법집행 실패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직면한 깊은 아집(我執)의 민낯을 보여준다.
붓다는 "집착이 있는 곳에 고통이 있다"고 설했다.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와 이어진 일련의 사태는 권력에 대한 맹목적 집착이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지 보여주는 현대판 '아수라의 전쟁'이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본래 공기(公器)다. 국민으로부터 잠시 빌린 권한일 뿐이다. 하지만 자아에 대한 집착은 이 진리를 망각하게 만든다. '나의 권력'이라는 아집이 법치주의라는 사회적 합의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석가모니는 왕위를 버리고 깨달음을 찾아 떠났다. 이는 권력이란 허상임을 꿰뚫어본 큰 지혜였다. 반면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는 것은 '나'라는 환영에 사로잡혀 권력을 놓지 못하는 집착의 비극이다.
지금 전국 사찰에서는 동안거 결제가 한창이다. 스님들은 깊어가는 겨울밤 자신의 본래 면목을 성찰하며 정진한다. 이런 수행정신이야말로 오늘날 우리 사회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닐까.
불교는 인과(因果)를 말한다. 어떤 원인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따른다는 진리다. 헌법질서를 무너뜨린 비상계엄이라는 원인은 필연적으로 법적 책임이라는 과보를 낳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는 것은 또 다른 악업(惡業)을 쌓는 일이다. 법치주의는 우리 사회의 근간이다. 이를 부정하는 것은 공동체의 평화를 해치는 중대한 불선업이다.
이제라도 모든 당사자들은 아집을 내려놓아야 한다. 자아에 대한 집착을 버릴 때 비로소 진정한 해결의 길이 열린다. 이것이 붓다가 가리킨 중도(中道)의 지혜다.
불교계도 이 시기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 사회 지도층의 아집이 국민들에게 고통을 안기는 현실 앞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실천하는 지혜가 절실하다.
인연생기(因緣生起)의 관점에서 보면, 이 위기는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권력의 실상을 직시하고 진정한 공동체의 가치를 회복하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김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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