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8년 왜구 약탈 후 대마도 관음사 봉안... 2012년 국내 밀반입
설정 대종사 "양심과 신앙이 법 위에 있어... 환지본처 노력해야"
서산 부석사의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이 647년 만에 고향에서 봉안됐다. 1378년 왜구에 약탈당한 불상은 100일간의 한정된 시간 동안 부석사에서 친견할 수 있게 됐다.
1월 24일 서산 부석사에서 진행된 이운·고불식에는 수덕사 송원 설정 대종사,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주경 스님, 서산연합회장 혜산 스님을 비롯해 성일종 국회의원, 이완섭 서산시장 등 사부대중이 참석했다.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은 1330년 고려시대 32명의 발원으로 부석사에 봉안됐다. 높이 1미터의 이 불상은 관세음보살의 자비로운 미소와 우아한 자태가 특징이며, 고려 후기 불교조각의 뛰어난 조형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복장에서 발견된 발원문을 통해 바닷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며 조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1378년 왜구의 침탈로 대마도로 건너갔고, 1596년 관음사가 창건되면서 주존불로 모셔졌다. 1951년 관음사 주지 안도 료준이 복장물을 발견하면서 부석사 불상임이 확인됐다.
2012년 절도범들이 불상을 국내로 밀반입했다가 검거되면서 대전 국립문화유산연구원 수장고에 보관됐다. 부석사는 환수를 위해 노력했으나, 2023년 10월 대법원은 대마도 관음사의 점유시효를 인정해 일본 측의 소유권을 인정했다. 민법상 점유시효는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점유한 경우 그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는 조항에 근거한 판결이었다. 이후 조계종의 제안으로 100일간 부석사 봉안이 성사됐다.
설정 대종사는 "법이라는 절차로 결정됐지만, 법은 양심 밑에 있고 양심 위에는 신앙이 있다"며 "32가지로 중생의 괴로움을 건져주시는 관세음보살님이 반드시 환지본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종회의장 주경 스님은 "다시는 금동관세음보살님을 모시지 못할 줄 알았다"며 "부석사와 신도, 그리고 많은 인연들의 도움으로 100일이라는 시간 동안 부석사에 불상을 모시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조상들이 모시고 발원했던 관세음보살님을 모시고 법회를 하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부석사 주지 원우 스님은 "바닷가의 재난과 역경을 보살님의 자비로 극복하려는 고려인의 혼이 담긴 불상"이라며 "이번을 계기로 한일 불교계의 협력이 본격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마도 관음사 주지 다나카 세스료 스님은 "오늘과 같은 결과는 관세음보살의 대자대비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불상을 모시며 한국과 일본이 자손 대대로 좋은 인연을 맺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은 5월 5일 부처님오신날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부석사 설법전에서 친견할 수 있다. 이후 다시 일본 대마도 관음사로 돌아갈 예정이다.
김종열 기자
http://www.bulgyonews.co.kr/news/38535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